미국 발생주 아닌 H5N1형 AI도 젖소에 감염될 수 있다
美서 타 유전형 H5N1도 젖소에 종간전파..국내 젖소 예찰도 확대
포유류로 넘어오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젖소에 감염된 고병원성 AI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에서는 기존 발생주와 유전적으로 다른 고병원성 AI가 또다시 젖소에서 확인됐다. 일어나기 어렵다던 소로의 종간전파(Spill-over)가 또 발생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포유류에 대한 AI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 야생 포유류인 삵에서 H5형 AI가 검출되기도 했다. 아직 젖소에서는 검출된 사례가 없지만, 올해 집유차량 전체에 대한 반복검사를 벌일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다른 유전형 H5N1이 젖소에 또 전염
다른 H5N1도 젖소 친화적..한국도 안심 못 해
검역본부 바이러스질병과 신연경 박사(사진)는 5월 19일(수) 여주 썬밸리호텔에서 열린 동물방역 국제워크숍에서 포유류 고병원성 AI의 해외 발생과 국내 예찰 현황을 소개했다.
2020년 이후 전세계로 확산된 H5N1형 2.3.4.4.b 클레이드 고병원성 AI는 포유류로 감염 범위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 토마스 피콕 박사가 2025년 국제학술지 Nature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소, 밍크, 바다사자와 남방코끼리물범 등 물개아과에서는 포유류 간 전파가 확인됐다.
AI에 감염된 조류와 접촉하거나 오염된 사체를 먹어 우연히 감염된 것이 아니라 포유류 동물들 사이에서 순환감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젖소에서 확산된 H5N1형 고병원성 AI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달까지 미국 17개주에서 1천개가 넘는 젖소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젖소에서 확인된 H5N1형 고병원성 AI(유전형 B3.13)가 특이했던 사례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네바다주의 젖소농장에서 유전형 D1.1의 H5N1형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것이다.
신 박사는 “(젖소로의 종간전파가) 국내에서 일어나기 어렵다든지, 미국 발생주가 국내에 유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2.3.4.4.b H5N1형 바이러스가 특정 유전형(B3.13)에 국한되지 않고 기본적으로 젖소의 유방조직에 친화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꼭 미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철새를 통해 시베리아를 거쳐 국내로 오지 않더라도, 다른 H5N1형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젖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셈이다.
검역본부도 관련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국내 발생한 고병원성 AI의 젖소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 Peacock, T.P., Moncla, L., Dudas, G. et al. The global H5N1 influenza panzootic in mammals. Nature 637, 304–313 (2025).)
국내 포유류 가축 고병원성 AI 예찰, 아직은 포착된 문제없어
집유차량, 유방염 의심농장 추적검사로 확대
최근 들어 H5N1형 AI의 포유류 감염이 주목받기 이전에도 검역본부는 돼지와 개에 대한 조류 유래 H5·H7·H9형 인플루엔자 예찰을 벌여왔다. 미국 젖소에서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는 고양이와 염소, 젖소로도 범위를 확대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관측되지 않았다. 소와 염소, 개, 고양이는 전건 음성이었다. 2024년 4월부터 1년간 3차례에 걸쳐 벌인 원유 예찰에서도 누적 1,734개 농가에서 전건 음성을 나타냈다.
돼지농장 1곳에서 H9형 AI의 유전자가 확인됐는데, 국내에 만연한 H9N2형 저병원성 AI의 영향일 것으로 추정됐다.
신 박사는 올해 젖소 원유에 대한 AI 예찰을 확대 개편한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일부 젖소농가의 집유탱크를 검사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모든 집유차량 탱크로리 829대의 원유를 연 4회 반복 검사한다. 4월에는 전건 음성이었고 7·10·12월에 검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젖소에 감염된 고병원성 AI가 심한 유방염과 유량감소를 일으킨다는 점에 착안해 의심농장 추적검사도 병행한다. 낙농진흥회의 협조를 받아 유량이 급격하게 감소했거나 체세포 검사결과가 크게 하락한 의심농장 251호를 선별해 예찰할 계획이다.
젖소만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지목했다.
미국에서 2022년 5월부터 지속하고 있는 야생동물 고병원성 AI 예찰에서 여우나 집쥐(House mouse)에서도 감염사례가 다수 보고됐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젖소 농장에서 원유를 먹는 고양이에서의 감염 보고가 가장 많았지만, 다른 동물에서도 감염이 확인된 것은 방역에 시사점이 있다”면서 “그만큼 다축종에 대한 예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대섭 서울대 교수는 저병원성 AI에 대한 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지역의 저병원성 AI와 유전자 재조합을 반복하다 포유류로의 감염 능력이 높아지는 쪽으로 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문제된 H5N1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사람에 감염되긴 하지만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