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를 넘어 펫웰다잉(Pet Well-Dying)으로-반려동물의 마지막 동행에 대한 제안

성기창 울산반려동물문화센터(애니언파크) 센터장(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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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반려생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의 생명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수의사의 역할 또한 단순한 치료 행위를 넘어, 생애 돌봄(life care)과 죽음의 존엄성(dignity of death)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반려동물의 임종이 보호자와 수의사 모두에게 감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펫로스(pet loss)’로 인한 심리적 상실감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단순한 상실이 아닌, ‘삶의 완성 과정’으로 인식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적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펫웰다잉(Pet Well-Dying)”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고자 한다.

“펫웰다잉”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종말로 보지 않고, 생애 마지막 단계에서의 “평화로운 이행(peaceful transition)”을 목표로 하는 반려문화적·수의학적 개념이다. 인간의 웰다잉(Well-Dying) 운동이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사회적 담론으로 확산된 것처럼, 반려동물 역시 ‘삶의 질(Quality of Life)’과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을 동시에 논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는 단순히 보호자의 정서적 위로를 넘어서, 반려동물 복지(Animal Welfare)의 최종 단계로서 학문적 가치와 실천적 방향성을 가진다.

임상적으로 펫웰다잉은 “의학적 완화의료(palliative care)”와 “심리사회적 지원(psychosocial support)”을 병행하는 과정이다. 수의사는 통증 조절, 영양 보조, 불안 완화 등 생리적 측면의 관리뿐 아니라, 보호자가 임종 과정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communication)과 상담(counseling)”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진료 행위의 연장이 아니라,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평온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치유적 동행(therapeutic companionship)”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및 동물호스피스 관련 기관에서는 ‘말기 반려동물 돌봄(end-of-life care)’과 ‘애도 지원(grief support)’ 교육을 시도하고 있으나, 국내 전반의 제도적 기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보호자 측면에서 보면, 펫웰다잉은 “심리적 회복(resilience)”을 촉진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준비하고, 그 과정을 함께함으로써 보호자는 상실을 ‘감사’로, 죄책감을 ‘수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서적 성숙은 결과적으로 사람-동물 관계(human-animal bond)의 긍정적 순환을 이끌어내며, 반려동물의 삶을 기억하는 문화적 기반을 형성한다. 따라서 수의사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반려동물의 생애 전반을 설계하고 그 마지막까지 동행하는 “생애 돌봄 파트너(life-care partner)”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정책적 차원에서도 펫웰다잉 문화의 확산은 필요하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반려동물문화센터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호스피스 교육 프로그램, 펫로스 상담 지원체계, 웰다잉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도입함으로써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해야 한다. 또한 수의사 교육 과정 내에 임종 케어 및 윤리적 의사결정 과목을 체계적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반려동물 의료의 질적 향상뿐 아니라, 보호자-수의사 간 신뢰 관계를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결국, 펫웰다잉은 단지 새로운 용어의 제안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삶을 ‘끝’이 아닌 ‘완성’으로 보는 인식 전환의 시작이다. 수의학의 궁극적 목표가 생명의 연장뿐 아니라, 존엄한 삶의 질 유지에 있다면, 펫웰다잉은 그 연장선상에서 반려동물의 생애를 완성시키는 수의학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에 품위를 부여하고, 보호자가 그 과정을 평화롭게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 — 그것이야말로 현대 수의사의 전문성과 인간성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이다.

이제 우리 수의학계가 펫로스의 슬픔을 넘어, 펫웰다잉의 철학을 실천하는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반려동물의 마지막이 존엄하고, 그 이별이 따뜻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단순한 정서적 위로가 아니라, 생명윤리와 전문직의 책임에 관한 문제다. 펫웰다잉은 반려동물 복지의 종착점이자, 수의사 윤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펫로스를 넘어 펫웰다잉(Pet Well-Dying)으로-반려동물의 마지막 동행에 대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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