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48] 한남심장내과동물병원

한남심장내과동물병원 김병준 원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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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신문 데일리벳은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물병원이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보호자의 기대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기보다 특정 진료과목에 집중하는 동물병원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진료과목별 학회가 전문의 제도를 이미 도입했거나 준비 중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수의전문의(전문수의사)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시리즈의 48번째 주인공은 ‘한남심장내과동물병원’입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한남심장내과동물병원’ 김병준 원장님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수능을 3번 봤어요. 연세대 공학계열로 입학했다가 다시 같은 대학 건축학과에 진학했고, 마지막은 충남대 수의대 05학번이었죠. 전문직을 하고 싶었던 생각에 준비했던 건데, 수의학이 정말 적성에 맞았어요.

예과 졸업 후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이미 나이도 있었고..다른 진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만을 바라봤습니다. 국가시험 다음날부터 바로 동물병원에 출근했어요.

2015년 광명에 모아동물병원을 개원해 2024년까지 운영했습니다. 제가 광명에서 나고 자랐거든요. 잘 아는 동네에서 개원하고 싶었습니다.

동물병원 운영도 괜찮았습니다. 수의사 2명으로 출발했다가 24시간 진료하면서 수의사 7명까지도 늘었죠.

거기서 계속 확장해나가느냐, 실속을 챙기느냐의 기로에 섰는데..저 스스로 경영자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구에게 맡기기보다 뭐든 직접 하는 것을 좋아했죠. 그래서 규모를 점차 줄여 효율화했습니다. 경영상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몇 년 전부터 공부가 너무 재밌더라고요(웃음). 일반 진료를 하면서도 심장초음파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모교의 송근호 교수님 지도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파트 과정이지만 석사를 마쳤고, 지금 박사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기존의 병원으로도 먹고 사는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았죠. 하지만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심장 분야에는 이미 두각을 나타내시는 원장님과 병원들도 많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면 괜찮을 거라는 마음에 결심했습니다.

심장을 탐구하는 것이 무척 재밌고 좋지만, 심장만 떼어 놓고 진료할 순 없습니다. 순환기가 다 연결되어 있죠. 심장을 포함한 전반적인 내과적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한남심장내과동물병원’을 개원했습니다.

광명도 좋은 곳이지만, 전문병원에 어울리는 입지는 따로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통도 중요한 요소고요.

지난해 9월에 모아동물병원 자리를 다른 분께 넘기고, 올해 3월에 한남심장내과동물병원을 열었습니다.

예전에는 수의사로서 해보고 싶은 검사나 치료를 시도하려 해도 보호자분들에서 주저하셔서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요, 새 전문병원에서는 보호자분들이 보다 적극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으로 차곡차곡 케이스를 쌓고 있습니다.

짧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한 달씩 연수를 받았습니다. 가족과 함께 떠나서 더욱 좋은 시간이었죠.

슬로베니아의 루블라냐 수의과대학에 계신 수의심장학 교수님을 송근호 교수님으로부터 소개받았습니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은 공식 비지팅 프로그램을 활용했죠.

10년 넘게 임상수의사로 일하다 가보니 보고 느끼는 게 정말 많았습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이해도 잘 되고,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죠.

개원 후에도 베터빌의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9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유럽수의내과학회에도 참가했는데 너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해외 학회에 꾸준히 참가해보려고 합니다.

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오픈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예약이 없을 때는 바로 진료를 보기도 하지만, 주변에 주거지가 많은 입지도 아니라 그런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수의테크니션이 2명 있고요, 자동조제기를 도입했습니다. 영상검사는 물론 혈액검사기기를 돌리는 것까지 다 직접 합니다.

입원도 받습니다. 1인 원장인 전문병원이지만 입원을 적극적으로 받아요. 입원환자가 있으면 집에 안 갑니다(웃음). 응급진료도 안하고, 밤늦게 오는 연락도 받지 않습니다. 오직 입원환자만 관리하면서 필요한 일도 하고 공부도 하죠. 그 시간을 너무 좋아합니다. 제 적성에 맞나 봐요.

넓은 진료실에서, 보호자 분과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하는 진료를 꿈꿔왔어요. 한남심장내과동물병원 인테리어를 하면서 진료실은 제가 직접 하나하나 챙겼습니다. 건축학도를 꿈꿨던 어린 시절의 자아를 뒤늦게 실현했는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숨어 있는 문제, 희귀한 질병을 찾아내어 치료했을 때의 희열이 있어요.

최근 고양이에서 흔치 않은 부정맥성 우심실 심근병증(Arrythmogenic right ventricular cardiomyopathy, ARVC)이나 고알도스테론혈증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을 진단해서 치료하는데 그치지 않고 논문으로도 보고하려고 합니다. 이런 일들 자체가 너무 재미있네요.

박수영 원장님께 총무 자리를 이어받았어요. 지난해 진행한 심장병 웨비나 시리즈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올해 오프라인 세미나 시리즈도 성공적으로 진행했고요.

내년에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수의심장학 전문가인 클라우디오 부사도리(Claudio Bussadori) 박사를 초청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케이스들 발굴하고 논문도 많이 내고 싶어요. 재밌고 즐거워서 하는 일이거든요. 박사과정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논문은 계속 쓰려고 합니다. 그게 제 전문성을 계속 키우고, 또 보여드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수의사 교육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수의사 커뮤니티를 통해 시작한 세미나도 20회가 넘었습니다. 지금은 힘들어서 잠시 쉬고 있지만 심장초음파 실습교육도 계속 했었고요. 다른 수의사분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일반적인 1인 원장 동물병원으로도 오래 경험을 쌓은 만큼 많은 수의사 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최신 논문에 경험을 녹여 공유하고 싶습니다.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48] 한남심장내과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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