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차트를 쓰는 동안 수의사는 보호자와 눈을 맞춘다
“AI에게 맡길 일과 수의사가 해야 할 일은 다르다” 동물병원 경영·진료에 AI 활용법은
동물병원 경영에서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와 진료까지, 변화하는 동물병원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됐다.
8월 29일(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부산수의컨퍼런스 첫날 ‘동물병원 경영2’ 세션은 인공지능에 주목했다.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 한국인공지능교육센터 최규문 대표, 플러스동물의료센터 이종찬 원장이 연자로 나섰다.
강연은 각각 경영자가 가져야 할 질문과 조직 운영의 방향, 반복 업무를 AI에 위임하는 방법, AI를 활용한 진료와 보호자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졌다. AI 활용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최종적인 임상 판단의 책임 등 주의해야 할 지점도 함께 다뤘다.
연자들은 반복적인 행정 업무는 AI에 맡기면서도 진료와 의사 결정, 보호자와의 소통에서는 수의사의 전문성과 판단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자가 던져야 할 5가지 핵심 질문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는 ‘경영자가 던져야 할 최고의 질문들’을 주제로 강연했다.
유 대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어떤 결과가 필요한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핵심 질문으로 제시했다.
이를 각각 미션(Mission), 고객(Customer), 고객 가치(Customer Value), 결과(Result), 계획(Plan)이라는 다섯 가지 경영 주제로 연결했다.
이 가운데 유 대표가 특히 강조한 개념은 ‘고객 가치’였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새로움이나 브랜드의 지위 등 고객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가치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숙자 보호센터를 예로 들면서 그 차이를 설명했다. 영양가 있는 식사와 깨끗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노숙자 보호센터의 고객 가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이용자들이 바라는 것은 ‘더 이상 노숙하고 싶지 않은 삶’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단순히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가치가 될 수 있다.
동물병원도 마찬가지다. 보호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와 보호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계획 수립에 대해서는 미션과 목표를 설정한 뒤 세부 목표와 실행 방법, 예산, 평가까지 연결하는 과정을 강조했다. 특히 각 과정을 1년 단위로 설정하고 점검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일부터 맡길 수 있는 일부터” 동물병원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는
한국인공지능교육센터 최규문 대표는 AI를 단순한 질문·답변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매일 반복되는 업무를 맡길 수 있는 ‘AI 직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당장 다음 날부터 AI에게 맡겨도 될 만큼 위험도가 낮은 업무 5가지를 직접 선정해 보고, 승인 여부와 개인정보 보호 등을 반영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다.
AI에게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맡길 경우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누락이나 지연에 따른 휴먼 에러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수의사는 진료와 경영적 판단에 집중하고, 이메일·문자 발송이나 결제 등 중요한 권한이 필요한 업무는 사람이 최종 승인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AI를 병원 업무에 도입할 때 지켜야 할 원칙도 강조했다.
AI가 단독으로 진단하거나 처방·투약을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 되며, 실명으로 확인 가능한 보호자와 환자 정보를 공개형 AI에 입력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자에게 메시지를 자동 발송하는 것 역시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AI가 제공한 결과에 대한 최종적인 임상 판단과 책임은 수의사에게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AI가 차트를 쓰는 동안 수의사는 보호자와 눈을 맞춘다
플러스동물의료센터 이종찬 원장은 AI를 활용한 진료가 궁극적으로 보호자와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진료와 수술을 위해서는 의료진과 보호자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진료실 안팎에서 보호자의 순응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AI의 역할이 있다.
AI가 진료 중 오가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차트 작성이나 타이핑과 같은 업무를 대신한다면, 수의사는 보호자와 눈을 맞추고 공감하는 등 보다 인간적인 소통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 문진에서도 AI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보호자가 작성한 문진 내용을 AI가 환자의 상태와 병력 중심으로 정리하면 수의사는 진료 전부터 환자의 주요 정보를 파악하고, 상담 방향을 미리 설계할 수 있다.
임상 소견을 설명할 때에도 데이터 기반의 시각적 자료와 객관적인 지표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보호자의 이해와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이 원장은 AI를 진료의 ‘정답지’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현재의 AI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AI 출력이 그대로 임상 판단에 반영될 경우 오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이 원장은 AI를 ‘절대적인 정답자’가 아닌 수의사의 ‘부조종사(Co-pilot)’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종 진단 과정에서는 AI가 제시한 시각적 근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환자의 전체적인 의학적 맥락과 대조해 교차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AI 자체를 잘 다루는 능력만이 아니라, AI가 내놓은 정보를 어디까지 신뢰하고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판단하는 수의사의 전문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세션은 동물병원 AI 솔루션 개발에 주력해 온 인투씨엔에스가 개최했다.
손하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