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P 실습후기] 노스캐롤라이나주 Olby 연구실 : 서울대 수의대 송효인

2026 NCSU Veterinary Scholars Program 실습 후기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송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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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26년 여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 있는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NCSU)의 Veterinary Scholars Program(VSP)에 참여해 Natasha Olby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VSP는 학생들이 관심 있는 연구실에 배정되어 실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마지막에는 학술 심포지엄에서 각자의 연구를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연구실 활동 외에도 세미나와 학생 교류 행사가 마련되어 있어 미국 수의대의 연구와 학교생활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 없이 불려 나가 Olby Lab 멤버들과 함께 찍은 100마리 태스트 기념사진

제가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꽤 긴 시간을 보내며 하나의 연구에 꾸준히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짧은 해외 실습과는 달리 매일 같은 연구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제 역할을 찾아가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장학금 지원을 받으면서 해외 연구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평소 미국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는 것이 목표였던 만큼, 임상 교수님들이 진료뿐 아니라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는지도 제 눈으로 보고 싶었습니다.

연구실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제가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재활과 신경의학, 그리고 노화 연구였습니다. Olby 교수님은 신경과·신경외과 진료를 하시면서 개의 노화와 인지·운동기능 변화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특히 실제 반려견의 움직임과 일상적인 기능을 평가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연구 결과가 언젠가 환자의 상태를 더 잘 이해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그래서 Olby Lab을 1순위로 지원했습니다.

이번에는 IVSA 한국지부와 부산광역시수의사회를 통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NCSU에서 안내한 2026년 VSP 정규 연구·교육 일정은 5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약 10주였습니다. 이후 8월 초에 Veterinary Scholars Symposium에 참석했고, 제가 별도로 준비한 동물병원 방문 실습도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래에 적은 미국 체류 경험이 모두 VSP의 공식 일정에 포함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IVSA 한국지부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당시 제출했던 자료는 영문 CV와 자기소개서, 희망 연구실 순위 및 지원 이유, 영어 능력 관련 서류 등이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따로 면접을 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IVSA와 부산시수의사회를 통한 특별 선발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NCSU 학생들의 선발 과정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학생 중에는 교수님과 사전에 연락하거나 면접을 진행했다고 이야기한 경우도 있었으니, 지원하시는 분들은 해당 연도의 공고를 꼭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1월에 선발 관련 안내를 받고 나서부터는 서류를 준비하고 한국과 미국의 여러 담당자분께 연락드리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2월에는 Joshua Stern 교수님으로부터 공식 환영 메일을 받았고, 4월 중순에 Olby Lab으로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연구실이 정해지고 나서야 정말 가게 되는구나 싶어 조금 실감이 났습니다. 출국 전에는 Olby 교수님께 연구실 일정과 복장, 미리 읽으면 좋은 논문을 여쭤보며 준비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애를 먹었던 건 J-1 비자였습니다. DS-2019 발급부터 영어 능력 증빙, 학교 서류 확인까지 생각보다 많은 절차가 필요했습니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확인 사항이 생겨서 메일함을 수시로 확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출국 날짜는 다가오는데 비자가 나오지 않으니, 마음이 꽤 조급했습니다. 결국 출국 약 일주일 전에 비자를 받아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나중에 해외 실습을 준비하는 분들께는 연구실 준비와 별개로 비자 서류를 가능한 한 일찍 챙기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숙소와 교통도 미리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다행히 지인의 집에서 지낼 수 있었고,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만 노스캐롤라이나는 자동차가 없으면 생각보다 이동이 쉽지 않습니다. 장을 보러 가거나 학교에 오가는 일처럼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하던 일도 누군가의 차나 별도 이동 수단이 필요할 때가 많았습니다. 장학금을 지원받더라도 항공료와 숙소, 교통비는 꼼꼼히 계산해 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Olby Lab은 신경의학과 노화에 관한 여러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는 곳이었습니다. 교수님을 비롯해 수의사 연구원, 박사후연구원, 테크니션, 학생 등이 함께 일하고 있었습니다. 제게 조금 새로웠던 점은 연구에 참여하는 개들이 대부분 보호자와 함께 방문하는 반려견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실이라고 하면 실험대나 기계부터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개의 컨디션을 살피고 보호자와 소통하면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개들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연구실 일과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개들의 방문 예약과 팀 일정에 따라 달랐고, 오전 8시 30분쯤 교수님과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오전부터 오후 2~3시 무렵까지는 기존 노화 연구의 인지·운동기능 평가나 보행 관련 test를 관찰하고 보조하기도 했습니다. 신체검사와 채혈이 포함된 연구 과정을 배우고, 안과와 함께 진행한 시력·노화 연구에서 개의 보정을 도운 적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test와 처치를 제가 직접 수행한 것은 아니고, 연구팀이 진행하는 과정을 배우면서 필요한 부분을 도왔습니다.

같은 나이의 개라도 체격이나 활동량, 보행 습관은 참 다릅니다. 연구실에서 여러 개를 만나면서 노화를 한 가지 숫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연구팀은 인지기능, 신경학적 상태, 움직임과 기능적 수행 능력을 함께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맡은 지구력 test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처음에는 ‘걷기와 계단 오르기가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익숙한 동작일수록 객관적으로 기록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수요일 오후에는 연구실 미팅이 있었습니다. 각자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어려웠던 점이나 다음 주에 할 일을 공유했습니다. 누군가 문제를 이야기하면 다른 팀원이 의견을 보태는 분위기였고, 저도 제가 진행한 작업에 관해 설명하고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대화를 따라가느라 듣는 데에만 급급했지만, 조금씩 저도 의견을 내보려고 했습니다. 짧은 질문이라도 직접 말해 본 날에는 괜히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6MWT 장소로 최종 선정된 복도 블럭을 직접 측정하려 찍은 사진

연구의 시작

제가 주로 맡은 일은 Functional Performance Study 중 지구력 평가 부분의 protocol을 개발하고 pilot test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6-Minute Walk Test(6MWT)와 1-Minute Stair Test(1MST) 두 가지였습니다. 6MWT는 정해진 6분 동안 개가 걸은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이고, 1MST는 1분 동안 계단을 오르내리며 도달한 계단참의 수를 기록하도록 이번 연구에서 설계한 탐색적 test입니다. 특히 1MST는 개에서 이미 표준화·검증된 test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에 맞게 개발하고 검토한 protocol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연구가 궁금했던 이유는 질문 자체가 일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개는 6분 동안 어느 정도 걸을 수 있을까? 나이와 체격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질까? 노화나 신경계 질환에 따른 변화를 평가하려면 우선 건강한 개들의 정상적인 수행능력 자료가 필요합니다. 관련 논문을 찾아보니 개를 대상으로 한 6MWT 연구는 있었지만, 연구 환경에 따라 방법이 달랐습니다. 사람의 기능평가 자료도 참고했지만, 반려견의 행동, handler의 보행 속도, 검사 공간과 동선까지 고려해야 하니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테스트할 장소부터 직접 찾아다니다

문헌을 읽은 뒤에는 학교와 동물병원의 복도, 계단을 돌아다니며 실제 테스트를 진행할 장소를 찾았습니다. 줄자를 들고 다니면서 복도 길이와 폭을 재고, 바닥이 미끄럽지는 않은지,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는지, 계단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을 하나하나 살폈습니다. 길이는 충분해도 통행이 너무 많은 곳이 있었고, 조용해서 마음에 드는 장소는 너무 짧기도 했습니다. 후보 장소별로 사진과 측정값, 장단점을 정리해 비교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미국에서 가장 열심히 걸어 다닌 날 중 일부가 바로 이 장소 조사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복도 타일을 세고 줄자로 길이를 재는 일이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test 장소가 바뀌면 걷는 거리나 방향 전환 횟수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종 포스터에는 약 86m의 직선 복도와 가까운 계단을 이용한 설계를 담았습니다. 어디에서 출발하고 멈출지, 마지막에 남은 거리를 어떻게 계산할지, 누군가 지나가서 잠깐 멈췄을 때는 어떻게 기록할지까지 정해야 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해보지 않았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부분들이었습니다.

또 다른 후보였던 복도의 블럭을 직접 측정하려 찍은 사진

같은 방법으로 기록하기 위해

장소를 정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protocol을 작성했습니다. test 순서와 휴식시간, handler가 사용할 cue, 기록할 항목, 중단 기준까지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6MWT에서는 완전히 이동한 구간과 마지막에 남은 부분 거리를 구분해야 했고, 1MST에서는 어떤 순간을 계단참에 ‘도달했다’고 볼지 기준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1분이 끝나는 순간 개가 계단 중간에 있는 경우, 중간에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생각해 봐야 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왜 protocol을 자세히 써야 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하면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상황도 다른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테스트하려면 미리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개는 핸들러보다 빠르게 걷고, 어떤 개는 갑자기 냄새를 맡거나 멈춥니다. 이런 행동을 모두 지구력 차이로 해석할 수는 없으니, 실제 측정값과 test 중에 생긴 상황을 함께 기록해야 했습니다. 종이 기록지에 체크박스를 하나 더 넣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던 이유입니다.

이름과 다른 모습으로 당황하게 만들었던 귀여운 소녀 젤리
자꾸 다리를 물어서 계단을 오르지 못하게 했던 장난꾸러기 도베르만

다섯 마리의 pilot test

초안을 만든 뒤에는 나이와 품종, 크기가 다른 개 다섯 마리로 pilot test를 진행했습니다. 다섯 마리의 결과로 정상 기준을 정하기 위한 단계가 아니라, protocol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는 과정이었습니다. 개는 사람처럼 정해진 설명을 듣고 그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니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많이 생겼습니다. 주변에 관심을 보이며 멈추는 개도 있었고, 계단을 너무 빠르게 움직여 handler가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계획서에 적었던 문장 하나가 현장에서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령 개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걸으면 그 시간을 어떻게 다룰지, 계단의 중간 지점에서 방향을 바꿀 때는 무엇을 세어야 할지 같은 질문이 생겼습니다. 당장 답을 내리기보다는 먼저 상황을 기록하고 팀원들과 이야기한 뒤 protocol을 수정했습니다. 처음 만든 초안이 한 번에 잘 맞아떨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오히려 막히는 지점이 나올수록 무엇을 더 분명하게 써야 할지 알 수 있었습니다. pilot test를 통해 배운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후에는 현장에서 사용할 paper form을 만들고, REDCap(Research Electronic Data Capture)이라는 연구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도 배웠습니다. 결괏값을 입력하는 칸뿐 아니라 중간에 멈췄는지, 평소와 다른 상황이 있었는지를 기록할 항목도 준비했습니다. 처음 보는 시스템이라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데이터를 잘 수집하는 것만큼 나중에 다시 확인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제 손으로 정리한 기록지가 조금씩 쓸 만한 형태가 되어가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연구 결과를 정리하며

이 과정을 정리해 발표한 포스터 제목은 ‘Development and Pilot Testing of Walking- and Stair-Based Endurance Protocols in Healthy Dogs’였습니다. 저희가 발표한 것은 건강한 개의 정상 수치를 확정한 결과가 아니라, 6MWT와 1MST를 위한 실용적인 protocol을 개발하고 다섯 마리의 pilot test를 통해 개선점을 찾은 과정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개의 자료가 쌓여야 정상 범위와 신뢰도 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는 연구라는 점도 함께 설명하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게는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제가 연구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논문을 읽고 장소를 찾고 직접 test해 보면서 저 나름의 질문과 제안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과 팀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protocol을 조금씩 고칠 때마다, 비로소 연구의 한 부분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에 띄는 결과 하나보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Olby 교수님과 함께 일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학생의 의견도 진지하게 들어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protocol 개발이라 모르는 부분이 많았지만, 제가 관련 논문을 읽고 나름대로 이유를 정리해 제안하면 함께 고민해 주셨습니다. 교수님께 초안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아 고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제 생각이 언제나 맞았던 것은 아니지만, 학생의 질문도 연구에 필요한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습니다.

물론 영어 때문에 어려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평소 대화는 어떻게든 이어갈 수 있었지만, 연구 방법의 아주 작은 차이를 설명하거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하려면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아까 그 말을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내용을 미리 적어 두거나,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은 이메일과 문서로 다시 전달했습니다. 유창한 영어보다 질문하려는 태도와 준비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함께 연구한 Moira와의 시간도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Moira는 따로 코딩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덕분에 저는 endurance test의 protocol 개발에 비교적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모든 것을 한 것은 아닙니다. 연구실 생활에 적응할 때부터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까지 Moira가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연구실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어느새 미국 생활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는 점도 이번 여름의 큰 선물입니다.

VSP에서는 매주 수요일 아침 8시쯤 참가 학생들이 모여 모닝 세미나를 들었습니다. 각자 연구실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지만, 이 시간만큼은 모두 함께 연구에 필요한 기초를 배웠습니다. 논문 검색과 문헌 정리, 연구 질문 설정과 설계, 연구비 신청, 초록 작성, 포스터 준비, 연구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 등 생각보다 다양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저는 이 세미나가 특히 좋았습니다. 수의대에서 논문을 읽어본 적은 있어도 실제로 처음부터 초록을 작성하고 포스터를 만들어 볼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막연히 ‘연구를 해서 발표해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사이의 과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세미나에서 배운 내용을 바로 그 주에 제 연구에 적용해 볼 수 있어서 더 도움이 됐습니다.

같은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들은 소속 연구실도 연구 분야도 모두 달랐습니다. 세미나가 끝나면 각자의 일과로 돌아갔지만, 다른 행사에서 다시 만나면 요즘 어떤 연구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설명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고, 비슷하게 포스터 준비를 고민하는 친구들과 서로 응원하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VSP의 또 다른 중요한 일정은 Veterinary Scholars Symposium에서의 포스터 발표였습니다. 연구실에서 진행한 일을 abstract로 정리하고,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아 포스터를 완성했습니다. 무엇을 넣을지보다 무엇을 빼야 할지 고민한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었지만, 결국 듣는 사람이 연구 목적과 방법, 현재까지의 성과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포스터를 다 만든 뒤 교수님께 마지막 검토를 부탁드렸는데, 특별히 수정할 부분이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시간을 들인 결과물을 인정받는 것 같아 정말 기뻤습니다. 복도 길이를 재고, 테스트를 하다가 예상 밖의 상황을 만나고, 몇 번씩 protocol을 고쳤던 장면들이 생각났습니다. 동시에 이번 발표가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개를 모집하고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심포지엄 당일에는 여러 학교에서 온 수의대생들과 연구자들 앞에서 영어로 제 poster를 설명했습니다. 미리 연습한 내용은 괜찮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질문 덕분에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다시 설명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연구에 직접 참여한 사람으로서 제 작업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는 게 조금 긴장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poster 발표는 약 한 시간으로 알고 있었는데, 현장 안내에 혼선이 생겨 결과적으로 거의 두 시간 동안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영어로 오래 말하느라 지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입니다. 다양한 주제로 연구한 학생들을 만나고, 서로의 작업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VSP 연구와 별개로 NCSU Small Animal Hospital에서도 진료를 관찰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연구하러 미국에 왔지만, 평소 관심이 많았던 임상 실습도 꼭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7월 20~31일에는 Emergency and Critical Care(ECC), 8월 10~15일에는 연부조직외과, 8월 17~21일에는 정형외과 방문 실습 일정을 잡았습니다. 이 일정은 정규 VSP에 포함된 과정이 아니라 제가 별도로 문의하고 조율한 활동이었습니다.

방문 학생의 신분으로는 직접 환자를 진찰하거나 처치하는 등의 hands-on 활동이 제한되었습니다. 그 대신 어떤 환자가 왔을 때 의료진이 어떤 순서로 판단하는지, 팀 안에서 어떻게 의논하는지 유심히 보려고 했습니다. ECC에서는 다양한 응급 환자의 진료를 관찰했고, rounds에서는 독성학, 호흡기 응급, POCUS(point-of-care ultrasound), 수액치료 등 여러 주제를 배웠습니다. 허지웅 교수님 덕분에 투석 관련 진료를 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연부조직외과와 정형외과에서는 진료와 수술 과정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턴, 레지던트, 교수님과 본과 4학년 학생들이 함께 케이스를 놓고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학생이 자기 생각을 설명하면 그 이유를 묻고, 그 자리에서 다시 함께 논의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제가 본 일부 팀의 경험이지만, 이런 교육 환경에서 직접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연구가 끝난 뒤 바로 임상 일정이 이어져서 솔직히 체력적으로 힘든 날도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영어로 의학적 설명을 듣고 나면 집에 돌아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있었고요. 그래도 새로운 케이스를 볼 때마다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도 느꼈지만, 언젠가 이곳과 같은 환경에서 더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목표가 또렷해졌습니다. 직접 환자를 담당하지는 못했어도, 진료실과 수술실에서 보고 들은 장면들이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리면 연구실 장면만큼이나 친구들과 지냈던 일상이 생각납니다. 함께 연구하던 Moira를 통해 다른 수의대생들도 만나게 되었고, 조금씩 친해지면서 학교 밖에서도 자주 시간을 보냈습니다. 포틀럭 파티를 하거나 함께 러닝을 하고, 누군가의 집에 모여 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Durham Bulls 야구 경기를 보러 간 날도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던 도시가 어느 순간부터는 제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Korean food potluck party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서 잡채와 불고기를 만들어 간 적도 있습니다.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웃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제가 친해진 친구들은 술을 마시러 나가기보다는 집에서 음식을 나누거나 같이 운동하며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그런 일상이 제게는 새롭고 또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물론 처음에는 저질 체력인 이유로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긴 했습니다…).

사실 연구실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시간이 더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연구 이야기는 단어를 미리 공부할 수 있지만, 일상적인 small talk이나 농담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니까요. 여럿이서 빠르게 이야기하면 놓치는 부분도 많았고, 집에 돌아와서는 하루 종일 영어를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피곤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모르는 건 다시 물어보고, 조금씩 먼저 말을 걸다 보니 전보다 훨씬 편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영어가 갑자기 유창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완벽하게 말하지 못해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중에는 좀 더 많이 만나고, 조금 더 길게 이야기해 볼 걸 하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함께한 시간과 친구들이 지금도 많이 그립습니다.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NCSU로 실습을 온 서울대학교 동기들과 선배들을 만난 것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각자 실습으로 피곤했을 텐데도 시간을 내어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생활이 정말 즐거웠지만, 가끔은 익숙한 사람들과 한국어로 편하게 이야기하고 웃는 시간이 그리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동기들과 선배들을 만나 마음껏 웃고 다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저와 함께해 준 모두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VSP와 임상 실습 이후에는 미국에 머무는 동안 2026년 International Veterinary Emergency and Critical Care Symposium(IVECCS 2026)에도 별도로 참석했습니다. VSP 공식 일정이 아닌 개인 학술활동으로, 학생 자원봉사와 IVECCS Around the World 한국어 트랙 진행에 참여하고 RECOVER CPR 교육·인증 워크숍도 수강했습니다. 여러 나라의 수의사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제가 활동하고 있는 SVECCS 학생 지부와 관련해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구할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Olby Lab에서는 연구를 차근차근 이어가는 시간을 보냈다면, IVECCS에서는 수의학을 공부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두 경험 모두 앞으로 제가 어떤 수의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을 보내기 전까지는 제 미래를 생각할 때 주로 임상에서 일하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연구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실제로 연구가 얼마나 재미있을지 확신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Olby Lab에서 반려견을 직접 만나고, 그 개들에게 적용할 test를 설계하고 고쳐 나가는 일이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습니다. 임상에서 볼 수 있는 움직임과 기능 변화를 연구 질문으로 바꿔 본 경험이 저에게는 새로웠습니다.

임상과 연구가 꼭 서로 다른 길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진료를 하다가 생긴 의문을 연구로 이어가고, 연구 결과를 다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정말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노화나 신경계 질환으로 예전처럼 걷지 못하는 개의 변화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진료에서도 도움이 되겠지요. 물론 그런 도구가 실제로 널리 쓰이기까지는 더 많은 데이터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직접 조금이나마 경험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미국에서 전문의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한층 분명해졌습니다. 연구실에서는 교수님이 임상적 질문을 연구로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았고, 병원에서는 수련의와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환경을 경험했습니다. 아직 제게 부족한 것이 정말 많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졌습니다. 언젠가 임상도 잘하고 연구에도 꾸준히 참여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Olby 교수님, Moira와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개들을 대상으로 test를 계속 진행하며 자료를 모으고, 저는 한국에서 논문의 Introduction과 Methods 초안을 쓰거나 protocol 정리와 데이터 업무를 돕는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한국의 소형견을 포함해 비슷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지도 아이디어 수준에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직 확정된 연구 계획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끝날 줄 알았던 일이 귀국 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기쁩니다.

2026년 여름은 제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고, 영어로 직접 제 연구를 발표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웃고 배우며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시간이 저를 조금씩 성장하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은 바쁘게 보냈던 연구실에서의 하루하루와 친구들과 함께했던 평범한 일상까지도 문득문득 그리워집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NCSU는 제게 단순히 실습을 다녀온 학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분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많은 것을 배워가는 것이 목표였다면, 실습을 마칠 무렵에는 이곳에서 더 오래 배우고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언젠가 다시 NCSU를 찾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한 모습으로, 임상 현장에서 더 깊이 배우고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싶습니다. 머지않은 날에 이곳에서 다시 공부하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VSP는 연구나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지만, 꼭 연구자가 꿈인 사람만 지원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임상을 더 많이 생각했던 학생도 연구가 실제로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미국 수의대의 분위기를 알고 싶거나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만 어느 연구실에 배정되는지에 따라 하루 일과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달라지므로, 지원할 때 연구 분야를 잘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영어는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질문할 준비는 해 가면 좋겠습니다. 저도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지만 미리 문헌을 읽고, 무엇이 궁금한지 메모해서 질문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관련 논문을 미리 읽어가면 연구실에서 대화를 따라가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비자와 행정 절차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서류와 일정을 일찍 챙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 하나는 숙소와 교통입니다. 장학금이 있더라도 미국에서 몇 달을 생활하는 일에는 항공료와 주거비, 교통비 등 현실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는 차가 없으면 불편할 수 있으니 출퇴근 방법을 먼저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준비가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연구실에서 배운 것 외에도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과 좋은 인연이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선발 조건과 일정은 해마다 달라질 수 있으므로 꼭 최신 공고를 확인해 주세요.

하루도 안 예쁜 날이 없었던 롤리의 하늘

마지막으로 이번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먼저 한국 학생들에게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열어 주신 IVSA 한국지부와 부산시수의사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준비 과정에서 여러모로 힘써 주신 Joshua Stern 교수님과 VSP를 이끌어 주신 Ronald Li 교수님, Jody Gookin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비자와 행정 절차를 도와주신 NCSU 담당자분들 덕분에 긴 준비 과정을 거쳐 무사히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직접 연구를 고민하고 시도해 볼 기회를 주신 Natasha Olby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처음에는 서툰 점이 많았지만, 작은 질문과 제안에도 귀 기울여 주셔서 용기 내어 배우고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protocol을 고민하고 연구실 밖에서도 좋은 친구가 되어 준 Moira Rankin과 Olby Lab 연구팀에도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같은 연구실에서 지내며 늘 따뜻하게 대해 주시고 여러모로 챙겨 주신 임사랑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Purdue University에서 레지던트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계신 선생님을 저도 멀리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NCSU동물병원에서 실습하는 동안 바쁘신 와중에도 직접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허지웅 교수님과 배소희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단순히 진료와 수술을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과 고민이 필요한지도 더 깊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따뜻하게 챙겨 주신 강선미 교수님과 정예지 교수님, 행동의학 레지던트 김가희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미국에서 만난 여러 교수님과 레지던트 선생님들께서는 임상에 대한 가르침뿐 아니라 미국 생활과 전문의 수련,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때 들었던 소중한 말씀들을 오래 마음에 새기며, 저도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서 제가 꿈꾸는 수의사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도시에서 함께 밥을 먹고 뛰고 웃어 준 친구들, 연구에 참여해 준 반려견들과 보호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그 여름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연구실에서 배운 것만큼이나 함께한 사람들이 좋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때 받은 도움과 따뜻한 마음을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VSP 실습후기] 노스캐롤라이나주 Olby 연구실 : 서울대 수의대 송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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