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업무는 AI가, 공감과 판단은 수의사가..인공지능 시대 수의사의 역할은?
황철용 서울대 교수, 힐스글로벌심포지엄에서 AI 시대 수의사의 역할 강의

“인공지능(AI) 활용 통해 동물 환자 스트레스 줄이고, 비침습적 검사 가능”
“AI 등장하면서 수의사의 ‘공감·소통’ 능력 더 중요해져”
“AI 시대, 가장 가치 있는 수의사는 AI를 잘 활용하면서 동시에 인간적인 수의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황철용 교수가 6월 23~24일(수~목) 태국 푸켓에서 열린 2026년 힐스 글로벌 심포지엄에 연자로 나섰다.
황 교수는 ‘Diagnostic Tools of the Future: AI and Non-Invasive Techniques(미래의 진단 도구: 인공지능과 비침습적 기술)’를 주제로 현재 상용화된 다양한 AI 진단보조 도구의 정확성과 AI 활용의 의의, 그리고 AI시대 수의사의 역할 변화에 대해 강의했다.
이미 수의학 분야는 물론, 의학 분야에서도 다양한 AI 도구가 등장했다. 영상진단을 돕는 것은 기본이고 피부과, 안과, 치과 등에서 이미지와 데이터를 분석해 감별진단을 돕는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진단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업무 효율성도 대폭 개선될 수 있다.
황 교수는 여기에 더해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에 주목했다.
황철용 교수는 “우리의 환자(반려동물)는 말을 할 수 없고, 수의사가 왜 이런 검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수의사의 검사 절차가 환자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필요한) 진정과 마취의 부담도 임상 현장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AI를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을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AI를 통해 덜 침습적이고, 스트레스를 적게 주는 ‘환자 중심적인 진단’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제 수의학 분야에서 연구된 AI 모델을 예시로 소개했다.
예를 들어, 이미 국내에 상용화된 ‘스마트폰으로 걸음걸이를 촬영하면 AI가 자동으로 보행분석을 도와주는 기술’을 활용하면, 수의사가 직접 개를 눕혀 goniometer로 관절 움직임을 측정하거나, IMU(Inertial Measurement Unit) 센서를 부착할 필요가 없어진다. 수의사도 편해지지만, 반려견 환자가 받는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황철용 교수는 AI를 통해 앞으로 수의사의 업무 효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차트 작성, 전화 대응, 서류 작업, 단순 데이터 측정 등에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수의사는 ‘가장 중요한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환자에 더 관심을 쏟을 수 있고, 보호자와의 상담과 소통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인공지능이 수의사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단,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수의사가 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의사의 진정한 가치는 기계에서 오지 않는다”며 공감, 소통, 깊은 신뢰, 인간미, 철학 등이 AI 시대에 더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철용 교수는 “AI 시대에 수의학 분야에서는 공감, 소통, 인간미, 철학 등 AI 알고리즘이 모방하기 어려운 가치들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남을 것”이라며 “AI 시대의 진정한 변화는 AI가 수의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수의사가 AI를 활용해 환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깊이 돌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끝으로 “AI 시대에 가장 가치 있는 수의사는 AI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수의사라고 생각한다”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아래는 강의 후 만난 황철용 교수와의 짧은 인터뷰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피부과학 황철용 교수입니다.
Q. 이번 심포지엄에는 어떻게 강사로 초청받으셨나요?
힐스에서 공식적으로 강의 요청을 해왔습니다. 처음부터 AI에 대해 강의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어떻게 AI를 주제 강사로 저를 섭외했나 봤더니, 저희 실험실에서 발표한 AI 관련 논문을 보고 연락한 것 같았습니다.
Q. 강의에서 다룬 내용을 한 번 더 소개해 주신다면.
많은 AI 도구가 등장하면서, AI를 통해 우리가 뭘 얻게 될지를 고민하는데, 흔히 기술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AI 시대에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그 가치 말이에요. 그래서 ‘훨씬 더 인간적인 수의사’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AI 통해 동물 진료가 더 딱딱해지고 무미건조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AI 도구가 줄여주는 시간을 활용해서 환자도 더 많이 볼 수 있고, 보호자와 눈 맞출 시간도 늘어날 수 있어요.
Q. 현재 서울대학교동물병원에서 진료할 때 AI를 많이 활용하시나요?
솔직히 그렇지는 못해요. 왜냐하면 학교동물병원은 교육의 역할도 있잖아요. 학생들에게 매뉴얼한 진료를 가르쳐야 해서 AI를 도입하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AI 관련 연구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Q. 본인 강의 이외에 이번 심포지엄에서 관심이 가는 주제나 강사가 있다면?
Domenico Santoro 플로리다대학교 교수가 궁금했어요. 미국수의피부전문의(DACVD)이자 유럽수의피부전문의(EACVD)인데다가, 미국수의미생물학전문의(DACVM)이기도 해요. 보드가 3개죠. 평소에 저와 연구하는 주제가 많이 비슷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언젠가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에서 처음 만났습니요.
그리고 일본의 Koji Nishifuji 동경대 교수는 오랜 친구입니다. 같이 아시아수의피부과학회(AiCVD) 활동을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어요. 둘 다 아시아수의피부과 디팩토 전문의고, 제가 AiCVD 전 회장이고, Koji Nishifuju 교수가 현재 사무총장이죠.
아, Camille Torres 미국수의영양학전문의(DACVIM(Nutrition))의 Gut-Skin 상호작용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는데, 갑자기 저희 실험실에서 작년에 발표한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논문이 소개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그 순간도 이번 심포지엄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웃음).
Q. 마지막으로 한국 수의사, 수의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이번 심포지엄 주제가 ‘장-피부 축(Gut-Skin Axis)’이잖아요. 심포지엄에서 다양한 최신 연구 결과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역시 먹는 게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