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투더퓨처:특수동물의학②] 더 많은 동물들을 살릴 수 있도록, 나승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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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보러가기)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고슴도치를 키우며 시작된 특수동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특수동물 진료의 길로 이어졌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쌓은 경험에만 머무르지 않고, 책과 논문을 통해 끊임없이 근거를 확인하며 더 나은 진료를 고민합니다.

후배 수의사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특수동물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나음동물의료센터 나승원 원장(OB)을 만났습니다.

처음 키웠던 동물이 고슴도치였어요. 2010년쯤이었죠. 그렇게 특수동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수의대에 입학할 때부터 ‘특수동물 진료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죠. 당시에는 지금처럼 특수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고, 강아지와 고양이도 한창 키우기 시작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래도 원래 특수동물을 좋아했고, 학교에서도 특수동물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했습니다. 그런 관심들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특수동물 진료를 하는 수의사로 일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검사할 수 있는 항목이 많이 제한돼 있었어요. CT도 없었고, 혈액검사 장비도 부족했고, 특수동물에게 사용할 만한 엑스레이 장비나 초음파 검사 환경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장비가 많이 발전했어요. 특수동물 전용 혈액검사 장비도 있고, 피 한 방울만으로 검사할 수 있는 장비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임상병리 검사에서 직접 세포를 세고 확인해야 했던 일을 요즘은 인공지능(AI)이 도와주기도 합니다.

엑스레이와 초음파 장비도 발전했고, 하키스틱 프로브처럼 작은 부위를 검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탐촉자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진료의 질 자체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또 하나 크게 달라진 점은 보호자들의 인식이에요. 예전에는 햄스터 진료를 두고 ‘돈 더 주면 몇 마리 더 살 수 있는데 진료를 받아야 되느냐’는 식의 반응도 있었지만, 요즘은 비용이 많이 드는 수술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높아진 것 같아요.

강아지나 고양이와 비교하면 특수동물은 여전히 할 수 있는 치료가 제한적이에요.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요.

예를 들어 50g 정도 되는 앵무새에게 복강 내 종양이 발견됐다고 해도 수술로 제거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 반면, 동물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현실적으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동물의 작은 체구 때문에 생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항암치료도 많이 합니다. 종양학 분야도 발전하면서 조류에서도 정맥 카테터나 골내 카테터를 이용해 약물을 투여할 수 있고, 항암제를 활용한 치료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다만 조류는 종양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강아지보다 짧은 편이고,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도 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종양의 종류와 환자의 상태,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와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기억에 남는 사례는 정말 많죠. 한 앵무새 환자가 기억나네요. 하루에 30번 넘게 토할 정도로 만성적인 구토 증상이 있었어요. 보호자분께서는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 가능성도 들으셨고, 여러 진료를 받았지만 치료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안락사까지 고민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안락사를 결정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상담해 보자는 마음으로 멀리서 병원에 오셨죠.

진료해 보니 자궁의 호르몬 문제였어요. 자궁이 부어 있었지만 동물의 크기가 작다 보니 감별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호르몬제를 투여한 뒤 빠르게 치료가 이루어졌고, 2~3년 동안 고생했던 질병이 나아져 보호자분도 정말 기뻐하셨습니다. 지금도 병원에 들러 인사하시고 편지나 명절 선물을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또 다른 앵무새 환자도 만성 구토가 있었는데요, 먹이가 소낭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상태였어요. 소낭에 구멍을 내고 튜브를 삽입해 영양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고, 약 2주 동안 튜브를 장착한 뒤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앵무새에서 소낭에 튜브를 삽입하는 수술은 당시 보고된 사례가 많지 않아 기억에 남습니다.

이처럼 특수동물 분야에서는 아직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기도 하는데, 이 환자도 잘 회복해 보람이 컸습니다.

정말 많아요. 요즘 수의사 선생님들은 정말 똑똑합니다. 저희 병원에는 특수동물 진료를 하는 수의사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오래 함께한 선생님들도 있고 동물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선생님도 있어요. 예전부터 실습을 꾸준히 왔던 선생님도 있고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 근거와 맞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논문이나 근거를 바탕으로 후배 선생님들이 치료 방법을 제안하면 저도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고 배우게 됩니다. 함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실제로 치료 결과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어요.

수술 기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골절이 발생했을 때 전통적인 와이어 고정 외에 다른 방식으로 고정하는 방법을 후배 선생님들이 제안하기도 하죠. 또 동물을 직접 키우는 선생님들이 많다 보니, 최근 사육 경향이나 새로운 정보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자극을 받습니다.

항상 책과 논문에 근거해 진료하려고 하고, 경험적으로 어떤 방법이 더 낫다고 느껴지더라도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근거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제가 내린 판단이 맞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 병원에서도 매주 논문 주제를 하나 정해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근거를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직접 키워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동물을 키워본 경험 없이 진료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거든요. 저도 고슴도치와 새, 도마뱀 등 여러 동물을 키워봤고, 지금도 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픈 동물을 맡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건강을 회복하면 다시 보내기도 하고, 보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계속 제가 키우기도 해요.

학생들에게는 병원 실습뿐 아니라 관심 있는 동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에서 사육과 관리 경험을 쌓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파충류와 조류를 직접 만나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어떤 환경에서 잘 살아가는지, 먹이를 주는 방법 등을 직접 배울 수 있으니까요.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나 학회에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병원 실습 역시 중요합니다.

특수동물 진료는 아름답고 흥미로운 분야이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특수동물은 강아지처럼 15~20년을 사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명이 짧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해요. 그래도 재미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강아지나 고양이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학문적인 깊이도 더해져야 하고 기술도 더 발전해야 합니다. 동물의 크기가 작다는 한계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후배들이 더 열심히 해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특수동물 진료를 하는 수의사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료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과정도 필요하니까요.

저는 후학 양성을 잘하고, 더 좋은 수의사들을 많이 길러내고 싶습니다. 더 많은 동물들을 잘 살릴 수 있는 수의사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예요. 더 많은 아이들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1~2년 차 때는 어려운 케이스도 많고 좌절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한다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유찬주 기자 yoochanju23@gmail.com

[벳투더퓨처:특수동물의학②] 더 많은 동물들을 살릴 수 있도록, 나승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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