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에 위험한 만지기 체험까지…동물전시체험시설 문제 多

동물자유연대 한국동물복지연구소, 실태조사 보고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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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부속 한국동물복지연구소가 ‘전시체험형 동물시설 사육환경·동물상태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국 동물전시체험시설의 70% 이상이 미등록 상태이며, 동물 관리 수준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가 온라인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총 300개의 동물전시·체험시설이 있는데, 이 중 212개(70.7%)가 미등록 업체였다. 시설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87개, 29%)였으며, 그 뒤를 경상남도(28개), 강원도(26개), 제주도(24개)가 이었다.

연구소는 현황 파악을 위해 올해 1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동물전시체험시설 20개소를 조사했다. 서울은 2022년 지자체 최초로 동물전시체험시설 전수 조사를 진행한 바 있어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사 결과, 포유류 155마리(10.3%)에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병변이 관찰됐다. 병변의 종류는 피부 병변, 교상 의심 병변, 안과 질환, 발굽 문제, 꼬리 절단, 보행 이상, 이상행동 등 다양했다. 연구소는 “대부분 시급하게 치료가 필요했으나, 시설 내에서 검사 및 치료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신선한 물을 제공받은 개체는 39.4%에 불과했으며, 30.8%는 물그릇 내에 물이 없거나 물그릇 자체가 없어 상당수 동물이 기본적인 관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은신처가 제공되는 경우도 32.4%뿐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동물복지연구소 이혜원 소장은 “(은신처 제공이 적은 것은) 국내 동물전시체험시설이 동물복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방문객의 체험과 오락만을 위해 존재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땅을 팔 수 없는 사육공간에서 생활하여 발톱이 휠 정도로 긴 미어캣 @한국동물복지연구소

보고서는 체험 프로그램 문제도 지적했다.

연구소는 “조사를 진행한 20개소 시설 전부에서 먹이주기 체험과 만지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다수의 업체가 관리 직원이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20%의 업체는 동물과 직접 접촉함에도 방역 조치가 전혀 없었으며, 한 시설 내에서 포유류, 파충류, 조류를 모두 만질 수 있는 6개 업체는 손 소독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소장은 “이 같은 동물체험은 인수공통감염병의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동물 간의 전염병, 새로운 돌연 병원체의 출현을 가능케 하는 위험한 환경”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동물체험시설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법이 개정되면서 시설 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2023년 12월 14일 이전에 등록·신고를 하는 경우 4년간 유예 기간을 적용한다. 연구소는 “(이런 유예 기간을) 악용하여 부적절한 업체가 이득 창출의 기회로 삼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물자유연대 한국동물복지연구소의 ‘전시체험형 동물시설 사육환경·동물상태 실태조사 보고서’는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허가에 위험한 만지기 체험까지…동물전시체험시설 문제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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