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트 코로나 관심, 수의계에 원격의료 불똥 튈까

등록 : 2020.07.02 18:01:48   수정 : 2020.07.02 18:01:50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코로나19 사태가 반 년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벌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화두다.

사회 각 분야의 ‘비대면’이 주목받는 가운데 ‘비대면진료’로 이름만 바꾼 원격의료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올초 의료기관에 일시적으로 전화처방을 허용했던 것을, 원격의료 확대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움직임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수의계 쪽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코로나 이후의 사회가 정말 비대면 위주로 변모할 지, 그렇다면 수의서비스는 어떻게 변화할 지가 흥미로운 주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당장 동물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자거나, 일부 진료형태나 처방을 원격으로 가능케 하는 문제로 비화될까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의료계 반대로 막혀 있는 원격의료를 반려동물에 도입하자는 제안을 두고 ‘참신한 아이디어’라며 검토하겠다고 한 것에서 여실히 드러나듯, 정부에게 동물의료체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본지 사설에서 다뤘듯 반려동물의 원격의료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동물은 사람보다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고, 반려동물에서는 어차피 원격으로 발행된 처방전으로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할 수 없다. 사람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본지 2019년 5월 29일자 사설 ‘수의사와 반려동물 진료를 실험도구 취급한 청와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미국처럼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것도 아니다. 유행가 따라 부르듯 경솔히 접근할 필요가 없다.

관련 논의에 앞서 동물에 대한 구체적인 원격의료행위 별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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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반려동물 분야뿐만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농장동물 분야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을 여러 번 접했다.

그중 하나가 이동제한 상태에서의 수의사 진료 문제다.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AI 등 악성 가축전염병으로 이동제한이 내려지면 수의사들의 발도 묶이는데, 이때 원격의료 형태를 활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물론 이동제한 상황에서도 처방대상약을 포함한 동물용의약품은 필요하고, 실제로도 쓰인다. 자가진료와 처방전 전문 수의사의 불법처방이 뒤섞여 있는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반드시 동물을 직접 진료(대면진료)하라고 규정된 수의사처방제조차 아직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판국에, 일부 예외격에 해당하는 원격의료를 의논해야 할 단계인지는 의문이다. 자칫하면 합법 도장이 찍힌 구멍을 스스로 만드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악성 가축전염병 상황에서 일선 임상수의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그 속에서 농장동물이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처방대상약의 수의사 처방 문제가 아니라면, 어차피 농장동물의 원격의료는 논의할 가치도 없다. 수의사가 아니어도 농장주의 자가진료가 허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도 ‘처방과 직접 연계된’ 원격의료는 의사들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병원협회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에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의사협회·개원의협의회 등과 온도차를 드러냈지만, 그것도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의 모니터링 측면에서 신기술을 활용해보자는 취지다.

사람에서 원격의료 논란이 점차 커지면 수의계에도 불똥이 튈 것이다. 규제개혁의 미명 아래 동물의료체계를 뒤흔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일선 수의사들도 당장의 편리함이나 매출확대보다 원격의료 논의가 안전한 것인지, 수의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지는 않을지 유심히 살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