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진료비 공시제에서 발생하는 ‘악순환 고리’

부정확한 진료비 조사 → ‘동물진료비 제각각’ 언론보도 → 부정적 인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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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소장 김보금)와 전북특별자치도가 최근 전북지역 동물병원의 진료비 실태와 소비자 정보 제공 현황을 조사했다.

이들은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북지역 동물병원 50곳을 대상으로 진찰료, 입원비, 예방접종비, 혈액검사비, 영상검사비, 투약조제비 등 진료비 게시 의무 항목 20종*의 진료비를 조사하고, 진료비 게시 여부와 게시 장소 등을 확인했다.

*진료비 게시 의무 항목 20개 : 진찰료(①초진 진찰료, ②재진 진찰료, ③진찰에 대한 상담료), ④입원비, 개·고양이 백신접종비(⑤개 종합백신, ⑥고양이 종합백신, ⑦광견병백신, ⑧켄넬코프백신, ⑨개 코로나백신, ⑩인플루엔자백신), ⑪전혈구 검사비 및 판독료, ⑫엑스선 촬영비 및 판독료, ⑬혈액화학 검사비 및 판독료, ⑭전해질 검사비 및 판독료, ⑮초음파검사비 및 판독료(복부기본검사), ⑯CT(컴퓨터단층촬영검사)비 및 판독료, ⑰MRI(자기공명영상검사)비 및 판독료, ⑱심장사상충 예방비, ⑲외부기생충 예방비, ⑳광범위 구충비

수의사법에 따라 게시가 의무화된 ‘동물진료비 공시제’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정부가 공개한 진료비와 실제 동물병원 진료비를 비교한 것이다.

센터는 “전북지역 동물병원의 농림축산식품부 공시가격과 실제 현장 가격을 비교한 결과, 초진 진찰료처럼 거의 차이가 없는 항목도 있었지만, 혈액화학검사비, 종합백신, 입원비 등 일부 항목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종합백신의 경우 공시가격은 2만 2,943원이었지만 실제 현장 가격은 2만 6,092원으로 3,149원(13.7%) 높았고, 혈액화학검사비는 공시가격 7만 4,244원에서 실제가격 8만 9,792원으로 1만 5,548원(20.9%)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센터는 또한 “광범위 구충비는 현장 가격이 최저 1,000원에서 최고 5만 4,000원까지 조사돼 병원별 가격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약품의 브랜드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게시 의무 항목이 아닌 진료비도 조사했다.

외이염 치료비(개·10kg)는 평균 4만 3,133원으로 최저 1만 5,000원, 최고 9만원으로 6배 차이가 났으며, 슬개골탈구수술비(개·10kg)는 평균 115만원, 최저 80만원, 최고 150만원으로 최대 70만원의 차이가 나타났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센터는 “동일한 진료항목에서도 병원별 최저·최고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며 “소비자가 진료 전에 가격과 진료 내용을 쉽게 비교·확인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의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는 지난 8월 26일 오전 10시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완화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이날 전라북도수의사회(회장 박영재)와 반려견 진료비에 대한 사회적 신뢰성 확대를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센터는 이번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북특별자치도에 관련 정책을 전달할 방침이다.

결과 발표 이후 자극적인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문제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다.

관련 언론보도가 이어졌는데 ‘진료비 천차만별’, ‘부르는 게 값’, ‘입원비 최대 10배’ 등 자극적인 제목이 붙었다. 부정확한 진료비 공시제가 자극적인 언론 보도로 이어지고 말았다.

사람의료는 공보험(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위해 진료항목이 표준화되어 있다. 반면, 동물의료는 진료항목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소비자단체가 ‘동일한 진료항목’이라고 말한 항목도 환자의 종·품종·체중·연령·증상·중증도·치료 목적·수술 방법·사용하는 약물 또는 장비 등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진다.

동일한 이름으로 분류된 진료 항목도 각 동물병원에서 다르게 받아들이는데, 이를 단순히 하나의 가격으로 비교하니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가 제공된다.

그동안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동물진료비 공시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보다 진료항목과 게시·공시 범위를 확대하는 선택을 했다.

‘부담 완화’에서 시작해 ‘가격 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동물진료비 공시제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과 불투명한 가격에 대한 민원을 해소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선결 조건인 ‘진료항목의 표준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 게시·공개를 시행하면서 오히려 문제가 악화됐다.

동물진료비 공시제에서 발생하는 악순환 고리

 

① 반려동물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에 대한 문제 제기

② 진료항목·진료방법의 표준화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비 게시·공시제 도입

③ 서로 다른 진료를 같은 항목으로 묶어 가격을 비교·조사

④ 실제 진료의 차이는 빠진 채 ‘병원마다 가격이 크게 다르다’는 결과가 만들어짐

⑤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고 제각각’이라는 자극적인 언론보도

⑥ 동물병원과 수의사에 대한 보호자의 불신과 부정적 인식 확대

⑦ 정부는 문제의 원인을 다시 ‘가격 정보 부족’으로 판단해 게시 항목과 공개 범위를 추가 확대

⑧ 표준화되지 않은 진료항목에 대한 가격 비교가 더욱 확대되면서 같은 문제가 반복

결국 ‘진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부정확한 가격 비교를 양산하고, 그 결과 형성된 불신을 다시 추가적인 가격 공개·규제의 근거로 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 전국의 모든 동물병원 진료비를 개별 병원별로 공개하겠다고 한다.

표준화 없이 가격 정보만 공개하면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준다는 점이 입증됐음에도 또다시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격 공개 확대’가 아니라 정확한 가격 비교가 가능한 전제조건을 먼저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진료비를 둘러싼 악순환 고리’만 강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동물진료비 공시제에서 발생하는 ‘악순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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