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단체가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의 한계를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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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가 8월 26일(수) 토론회를 열고 전북 지역 동물병원 진료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북 도내 동물병원 50곳을 대상으로 진료비 게시 의무 대상 20개 항목의 비용을 조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공시한 비용과 비교했다.

그 결과 초진 진찰료, 입원비, 종합백신, 혈액화학검사비, 심장사상충 예방비 등의 항목에서 공시가와 현장 조사 결과의 평균 비용에 20%까지 격차가 확인됐다.

초·재진료의 최고가는 공시가에서 3만~3만 7천 원 선이었던 반면 현장 조사에서는 5만 원으로 조사됐다. 고양이 입원비는 2만~20만 원, 혈액화학검사비는 1만 2천 원에서 15만 원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가 발표한 비교 분석 결과.
공시자료는 지자체별 평균가격을 시·군 동일 가중으로 단순 평균했고, 현장조사는 조사 대상 병원별 가격을 평균하여 산출했다.

뒤늦게 보도자료로 이 같은 발표 내용을 확인하면서 참 씁쓸했다. 비교 조사의 오류를 차치하고서라도, 공시제 도입 논의 당시부터 우려했던 한계가 분명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선 평균 비용에 편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공시제는 전수조사고, 소비자단체가 실시한 조사는 표본조사이기 때문이다. 전북의 전체 동물병원이 217개소이니 표본 수 50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편차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 비교만으로는 개별 동물병원이 공시제 조사 응답보다 일부러 비싸게 혹은 싸게 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 어떤 의미가 있는 조사인지 잘 모르겠다.

공시제 조사는 매년 단 1회 특정 시점에 진행된다. 동물병원은 언제든 단가를 변경할 수 있다. 조사 응답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수도 있다.

조사 자체의 한계도 분명하다.

입원비 격차가 지목됐지만, 애초에 입원비를 어떤 구성으로 책정하는지부터 전혀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공시제 조사에서는 ‘사료·음수, 수액·약품 등 처치료 등을 제외한 병실 사용료’로 한정해 응답을 요청하긴 하지만, 애초에 개별 동물병원이 그렇게 입원 비용을 세분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입원 과정에 진행되는 여러 처치를 나누어 청구하는 병원에서는 ‘입원비’로 명명한 기본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반면 이른바 ‘퉁쳐서’ 하나의 항목으로 청구해 버리는 병원이라면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을 수 있다. 반려동물을 입원시킨 보호자가 종국에 지불하는 비용이 전자가 비쌀지, 후자가 비쌀지는 알 수 없다.

혈액화학검사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혈액화학검사는 환자의 상태와 목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간·신장 등 기본 수치 4~6가지만 확인하는 단순 스크리닝과, 마취 전이나 중환자 관리를 위해 진행하는 17종 이상의 종합 패널 검사는 원가와 검사 범위가 완전히 다르다. 원내 검사 장비의 사양과 시약 카트리지의 공급 단가 역시 기기마다 차이가 크다.

그러니 공시제를 도입해봤자 별 소용없다고, 진료 항목 표준화를 먼저 하자는 것이 수의사회의 반대였지만 규제는 강행됐다. 결과는 이렇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 숫자만 남았다.

(사진 : 한국여성소비자연합전북지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는 “동일한 진료 항목이라도 병원별 진료비 차이가 크게 나타난 만큼, 반려동물 보호자는 동물병원 이용 시 다음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참고 사항을 제시했다.

① 진찰료·상담료 확인 : 병원마다 상담료를 진찰료에 포함하거나 별도로 부과하는 등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으므로 진료 전 상담료 포함 여부를 확인한다.

② 입원비 세부 내용 확인 : 입원 시 1일 기준 비용과 진료·처치 등 입원비에 포함되는 내역을 사전에 확인한다.

③ 검사 항목과 비용 함께 확인 : 혈액화학검사는 같은 검사명이라도 포함되는 검사 항목 수에 따라 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검사 전 포함 항목 수와 비용을 함께 확인한다.

④ 고가 진료는 가격 비교 : CT·MRI 등 고가 검사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진료의 시급성을 고려하되, 가능한 경우 복수 병원의 진료비와 진료 내용을 비교한다.

⑤ 예방약은 종류와 가격 확인 : 심장사상충·외부기생충·구충제 등은 사용 약품과 복합 예방제 여부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약품 종류와 비용을 확인한다.

⑥ 공개 가격은 참고 자료로 활용 : 농림축산식품부 진료비 공개 시스템이나 병원 홈페이지·블로그 등의 온라인 가격 정보를 참고하되, 실제 진료비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해당 병원에 실제 적용되는 비용을 확인한다.

이 같은 내용은 결국 동물진료비 공시제가 일선 보호자에게 별반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진찰료·상담료 청구 방식은 병원마다 다를 수 있고, 혈액화학검사는 항목 수가 달라질 수 있고, 예방약도 약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병원마다는 물론 같은 병원이라도 환자의 상황마다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별 동물병원의 진료비 전수 공개까지 밀어붙이려 한다. 하지만 질병명과 진료 행위의 세부 단계, 장비 및 처치 범위에 대한 표준화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전수 공개는 여전히 무의미하다.

오히려 저가·저품질 진료를 유도하는 가격 영향력만 형성하거나, 마치 뭔가 큰 편차나 속임수가 있는 것 같은 불신만 심화시킬 것이다.

공시제 도입 전부터 지적됐던 문제는 여전한데, 규제는 더 강화되려 한다. 공시제 도입 때도 그랬듯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만 같다. ‘내 이럴 줄 알았다’며 혀를 찬다 한들 그 피해는 결국 동물병원과 보호자의 몫이 될 것이다. 그래서, 더 씁쓸했나 보다.

[기자수첩] 소비자단체가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의 한계를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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