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되는 수의역학, 분석 결과는 현장·정책의 변화로

2026 국제수의역학워크숍 개최..데이터·유전체 역학부터 원헬스, 현장 ASF 방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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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국제수의역학워크숍이 9월 30일(수)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데이터 기반 수의역학 현장 실무 역량 강화를 주제로 열린 이번 워크숍에서는 역학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기본 이론부터 조류인플루엔자 예찰에 활용되는 최신 유전체 역학, 국제기구의 동물 예찰 시스템 평가 체계를 공유했다.

원헬스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과 싱가포르의 다학제 연구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야생동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차단방역 설비를 설명하는 정현규 교수

태국 콘캔대학교 정현규 교수는 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대응을 소개했다.

ASF를 농장에 유입시키는 위험 요인은 어디서든 비슷하다. 농장 주변까지 오염된 바이러스가 사람, 차량, 야생동물 등을 통해 기계적으로 전파된다. 문제는 대응이다. 병원체의 특성과 역학조사 결과를 현장 방역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태국 등 동남아는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개선 동력을 확보한다. 정현규 교수는 “태국 등 동남아의 축산 생산과 방역은 대기업이 이끌어간다. CP그룹이 대표적”이라며 “태국에서만 양돈생산량의 60% 이상을 기업이 담당하다 보니 생산기술과 방역의 표준을 제시하게 된다”고 지목했다. 태국 정부는 GAP(Good Agriculture Practice) 제도를 축산에 도입해 하한선을 높인다.

농장 안팎을 사람이 드나들수록 유입 위험이 높아진다. CP그룹의 일부 농장은 3주 근무+1주 휴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의 농장 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농장 외부를 자주 드나들어야 할 가족이 동거하는 것도 금지한다.

농장 내 차량 진입은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주 출입구는 차단바만 두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철문으로 닫아 둔다. 사료차가 농장에 들어오지 않고도 농장 내부의 각 사료빈으로 사료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농장 외부경계의 출하공간은 아예 구분해 농장 직원과 운송 요원이 만나지도 않게 만든다.

야생동물, 곤충으로 인한 전파도 철저히 관리한다. 농장 내부의 돼지 이동 경로까지 모두 모기장을 친다. 농장 외벽의 하단부는 단순 울타리가 아닌 ‘벽’으로 만들어 작은 야생동물과 물의 유입을 차단한다.

큰 농장은 농장 외벽과 내부 돈사 사이의 거리를 40m까지 벌린다. 정현규 교수는 “풀이 없는 콘크리트로 40m의 공간을 확보하면 쥐나 곤충이 잘 이동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나 기자재가 농장 내부로 들어올 때 실시하는 소독도 원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제대로 실행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강제한다. UV 소독기는 사각지대가 없도록 구축하고, 샤워시설은 5분 동안 강제로 머무르게 문을 잠그고, 공사 기자재는 소독약에 침지한 후 최소 48시간 이상 격리하는 식이다.

정현규 교수는 “태국은 한국보다도 차원이 다른 방역 관리를 한다. ASF 발생도 의외로 적다”면서 “(ASF로 인해) 전체 돼지의 20~30%가 없어진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말 인플루엔자의 유전체 역학 연구 사례를 소개하는 이규영 박사

숭실대학교 이규영 박사는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감염병의 전파 경로를 역추적하고 변이주의 진화 방향을 예측하는 ‘유전체 역학(Genomic Epidemiology)’에 주목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이 보편화되고 GISAID와 같은 대규모 병원체 유전정보 공유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유전체 역학의 활용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계통수를 분석해 감염사슬과 확산 경로를 재구성하거나, 바이러스의 변이를 예측하여 백신을 준비한다.

검체를 이송하고, 병원체를 분리해 분석해야 하는 물리적 한계에서 벗어나 유전정보만 데이터로 공유하여 연구 속도를 높이는 ‘디지털 역학’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규영 박사는 말 인플루엔자,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주요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에서의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H3N8형 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정보와 국제 말 수송 무역 데이터를 결합해 전세계 15개 지역의 확산 양상을 재구성한 결과, 바이러스의 계통학적 확산 경로가 국가 간 경주마·번식마의 항공 수송 패턴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말의 국제 이동에서 말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정책의 결정적 근거로 활용됐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과 몽골의 야생조류·가금에서 수집된 H5N1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두 국가 사이의 가까운 유전적 근연관계를 규명했다. 중국을 거치지 않아도, 동북아시아 철새 이동 경로를 탄 야생조류들이 고병원성 AI를 전파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공지능과 결합한 유전체 역학의 발전 방향도 눈길을 끌었다. 단백질 진화 과정을 빅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에 바이러스·백신주 유전정보를 결합하여 면역교차반응을 예측하거나 더 효과적인 박테리오파지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규영 박사는 “대규모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유전체 역학이 앞으로 더 고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국립대 임준식 박사는 싱가포르의 ‘생물예찰(Biosurveillance)’ 다학제 연구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싱가포르는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생활공간과 녹지가 매우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고도화된 도심의 녹지 연결성을 확장하는 싱가포르의 ‘City in Nature’ 정책 기조는 열대 기후로 연중 존재하는 매개체, 활발한 국제 물류와 맞물려 복잡한 위험 요인을 만든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국립공원청(NParks)은 1,500만 달러 규모의 생물예찰 다학제 연구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고 있다. 임준식 박사는 “사람·동물에서의 질병 발생을 감시하기 이전에 야생동물, 반려동물, 매개체, 사람에서의 생물학적 신호를 수집·통합하여 감염병 위협을 보다 일찍 탐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병원체의 발견·분석에만 그치지 않는다. 접점(interface) 그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생태학적·역학적 연결성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해서는 싱가포르를 지나가는 철새와 도심의 야생 닭 사이의 접점에 주목한다. 텃새화된 도시 조류에서는 AI뿐만 아니라 살모넬라, 클라미디아 등 주요 감염병의 유병률 조사는 물론 도심 다중이용시설과의 노출 위험을 모델링한다. 주거공간을 사람과 공유하는 반려동물의 전파 접점도 연구 대상이다.

임준식 박사는 “도시 자체를 하나의 감염병 생태계로 바라본다. 야생동물을 찾아 산림이나 보호구역에 가는 대신 사람과 가까운 비둘기, 까마귀를 감시한다”며 “실제 정책적 의사결정으로 연결되는 근거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말했다.

연구 프로그램 자체가 원헬스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데도 주목했다. 별도의 수의과대학이 없는 싱가포르 안에서 의대와 보건대학원, 생명과학부 등 다양한 학제가 컨소시엄 형태로 연구를 이끈다는 것이다.

임준식 박사는 “다른 전공의 연구자가 연구 과제에 이름을 올리는 것과는 다르다. 원헬스를 개념적으로만 제시하지 않고, 연구 구조 속에서부터 직접 구현하는 방식”이라며 “인수공통감염병은 병원체와 개체군은 물론 생태·공간·접점을 관리하는 문제인 만큼 서로 다른 데이터와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도화되는 수의역학, 분석 결과는 현장·정책의 변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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