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수술 최소 1회 집도를 졸업 요건으로’ 서울대 수의대 중성화 집중주간을 가다
보정부터 검사, 마취, 수술, 회복까지 학생이 직접..아직 부족한 집도 기회, 더 늘린다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적어도 한 번은 중성화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미국수의사회(AVMA) 교육 인증을 다시 획득하면서 교육위원회(Council of Education; COE)로부터 받은 주문이다. 올해 4월 재인증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요구는 남았다.
서울대 수의대는 이를 졸업요건에 반영하는 한편 기존에 운영해오던 로테이션 실습의 중성화 집중주간을 더욱 내실있게 실시할 방침이다.

교수진 지도 하에 본과 4학년 재학생이 집도한다.
2022년부터 중성화 집중주간
보정·검사부터 마취, 수술, 회복 이르기까지
임상역량 전반 아우른다
서울대 수의대는 2022년부터 중성화 집중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9월 넷째 주가 중성화 집중 주간이다. 1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본과 4학년 임상로테이션의 기본과정이 마무리되고, 심화과정의 시작을 앞둔 시점이다.
본4 로테이션 시간표는 개인별로 다르다. 하지만 중성화 집중주간에는 모든 학생이 서울대 동물병원 구관 실습실에 모여 중성화수술을 진행한다.
서울대 이인형 교수는 “집중주간까지 따로 두며 중성화수술 교육을 실시하려는 이유는 수의대 졸업생에게 요구되는 반려동물 임상역량 전반을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인 보정·진정부터 신체검사, 채혈, 혈액검사기기 운용, 엑스레이 촬영 및 판독, 마취 유도와 멸균 관리, 수술 집도와 마취 유지, 회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실시한다는 것이다.
수의과대학 실습교육에 살아있는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며 중성화 집중주간의 의의는 더욱 커졌다.
수의산과학동물병원실습의 일환으로 중성화 집중주간을 운영하고 있는 장구 교수는 “정규 수의산과학 교육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은 다루지 못한다. 예전에 확보해둔 동영상이나 슬라이드를 보고 넘어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중성화 집중주간은 이론교육과 수술 실습, 학생 발표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5일 과정으로 운영된다. 첫날에는 내과·외과·영상의학과·임상병리학과·응급의학과 등 각 진료과에서 중성화수술과 관련한 이론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이 조별 계획을 수립한다. 이어 사흘간 수술을 진행한 후 마지막날 학생 발표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올해는 추석연휴로 인해 수술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단축됐다. 본지가 서울대 동물병원 구관 실습실을 찾은 9월 22일(화)이 수술 둘째 날이었다.



“직업적 리스크 관리도 역량”
수술 테이블마다 교수가 지도
당일 아침 일찍 보호소에서 중성화수술을 받을 보호동물 5마리를 데려왔다. 이날은 10~20kg대의 중·대형견들이었다.
수술 실습은 4인 1조로 진행됐다. 집도·보조·마취·신체검사를 각각 담당하는 방식이다. 실제로는 수술 전 준비를 합동으로 진행했다. 이후 수술복을 입는 2명이 집도·보조를 번갈아 맡고, 나머지 2명이 마취 모니터링과 기타 보조를 담당했다.
아침 일찍 모인 학생들은 사뭇 능숙하게 수술을 준비했다. 이미 기본과정 임상로테이션을 마쳤고, 봉사동아리 활동을 통해 중성화수술을 여러 번 경험한 ‘에이스’들도 여럿이었다.
안전사고에 특히 유의하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우선 진정제를 투약한 후 수술 준비 작업을 이어가도록 프로토콜이 수립되어 있었다. 보호소에서 중성화수술을 받기 위해 오는 보호동물들 상당수가 중대형견이면서 낯선 병원 환경에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안전사고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진정제를 투약하기까지가 가장 위험한 만큼 손원균 교수를 중심으로 마취통증의학과 진료진이 실습 시작을 지휘했다. 손원균 교수는 “직업적인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학생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수술에 앞서 주사액 준비와 채혈, 엑스레이 촬영, 주사, 심전도 측정, 마취유도 및 기도 삽관, 흡입마취기 연결 및 작동, 마취 모니터링을 포함한 차트 작성 등 과정 전반을 직접 수행했다.
수술 테이블은 4개가 동시에 가동됐다. 산과의 장구·조종기 교수와 응급의학과의 김민수 교수, 외과의 이인형 교수가 각각 테이블을 맡아 함께 수술에 참여하면서 지도했다.



보호소 섭외 어렵진 않지만..집도 기회 아직 부족
“동물의료 봉사활동·지도교수 더 늘어야”
중성화 집중주간에 수술을 받을 동물들은 평소 서울대 수의대 봉사단의 봉사와 연계된 보호소들을 중심으로 섭외한다.
학생이 집도한다는 데 대한 우려로 인해 섭외가 어렵지는 않은지 묻자 장구 교수는 “수의대 교수진들이 과정 전반을 같이 진행하고 전체 수술과정을 감독하는 만큼 섭외 자체가 크게 어렵지는 않다. 일선의 중성화 수요도 많다”면서도 “앞으로 교육을 더 확대하려면 동물 섭외도 더 체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보호소를 대상으로 한 공공동물의료와 교육을 연계하면서, 서울대 수의대와 부속동물병원 차원의 프로그램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중성화 집중주간을 통한 실질적인 실습 기회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결국 집도 기회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에는 임상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실습을 주도하며 효율적으로 경험을 쌓았지만, ‘1인 1집도’가 졸업요건에 반영되면서 임상 진로를 희망하지 않는 학생들에게까지 집도 기회를 주려다 보니 케이스가 더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서울대도 아직 집중주간만으로는 충분한 집도 기회를 만들기 어려워, 부족분은 평시의 동물의료 봉사활동으로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봉사활동은 주로 수의사가 집도하고 학생이 보조하는 형태다. ‘학생이 실제로 집도하는 기회’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인형 교수는 “기존에도 봉사활동에 다수 참여하여 수술 보조 경험을 충분히 갖춘 학생에게 집도를 맡기고 교수가 보조로 지도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면서도 “학생에게 집도할 기회를 준다 해도 사전에 보조 경험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동물의료 봉사활동과 이를 지도할 교수 모두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봉사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던 학생들도 사실 집도나 보조 경험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임상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기회가 오히려 제한받지 않도록, 향후에는 케이스 자체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Freeman LJ, Ferguson N, Litster A, Arighi M. Service learning: Priority 4 Paws mobile surgical service for shelter animals. J Vet Med Educ. 2013 Winter;40(4):389-96.)
美 보호동물의학 교육, 학생당 수십 건 중성화 집도 기회로
캄보디아 수의대생들도 졸업 전에 이미 중성화 능숙한데..
조제열 학장 “내년부터 별도 과목으로 확대 개편”
미국은 보호동물의학(보호소의학, shelter medicine) 교육과 연계해 중성화수술 실습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미드웨스턴대학교 수의과대학 레이첼 크라이슬러(Rachael E. Kreisler) 교수팀이 올해 4월 수의교육학회지(JVME)에 발표한 설문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AVMA 인증 수의과대학 43개소 중 38개소(88%)가 보호동물의학 교육을 정규 과목으로 도입했다.
그중에서도 퍼듀대와 미시시피주립대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두 대학 모두 초기에는 이동형 수술차량을 통해 보호소를 순회하며 중성화수술을 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부속동물병원에 자리를 잡았다.
퍼듀대학교 수의과대학은 2012년 개설한 ‘Priority 4 Paws’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보호소의 보호동물들을 무료로 중성화하며 4학년 학생들을 위한 수술 집도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3주간의 로테이션 과정 동안 학생들은 통상 20~40건의 중성화수술을 집도한다.
미시시피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도 2006년부터 보호동물의학 클리닉을 중심으로 지역 보호소와 연계한 중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2주의 로테이션 동안 평균 55건의 중성화수술을 집도한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지난 5월에는 보호동물의학 일차진료 클리닉(Shelter Medicine Primary Care Clinic, SMPCC)을 별도 개원하기도 했다.
이인형 교수는 “최소 1회의 집도 경험을 요구하는 졸업요건은 정규 교육과정의 중성화 집중주간으로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절개부터 봉합까지 도맡은 온전한 집도 경험이어야 한다”면서도 봉사와 연계해 더 많은 수술 보조, 집도 경험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왕립농업대학 수의학과에서 봉사·교육에 참여해보니 그곳 6학년생들은 이미 혼자 능숙하게 중성화수술을 집도하더라. 한국 학생들보다 오히려 낫다”면서 실질적인 교육 강화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수의대 조제열 학장은 “내년부터는 중성화수술 실습 교육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의산과학동물병원실습의 일환인 중성화 집중주간을 내년부터는 별도 과정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것이다. 학생 한 명이 온전히 집도할 수 있도록 케이스를 늘리고, 평시 동물의료 봉사활동에서의 학생 집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과제다.
조제열 학장은 “이러한 노력들이 모아져 서울대 수의대의 교육이 내실화되고,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중요한 디딤돌을 놓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