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반려동물 안전띠 착용 의무화 될까? 국회, 법 개정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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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개정안 발의, '자동차에 동물 동반 시 안전조치 의무화'

승차공간 아닌 곳에 태우는 경우 예외..동물학대 가능성 방조

자동차에서 반려동물에게 반드시 안전띠를 착용시켜야 하는 시대가 올까?

'애완견 등 동물을 동반할 경우 상자 또는 가방에 넣어 차의 바닥에 내려놓거나 애완동물용 안전띠 등으로 좌석에 고정시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서영교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다.

이번 개정법률안의 제안이유는 '애완동물을 태우고 운전하는 경우가 늘면서 안전운전에 방해를 받을 위험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현행법에서는 동반한 동물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안전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 이다.

해당 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미국의 자동차 안전운행수칙에는 애완동물 동반 시 이들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보조시트나 장치를 사용토록 하고 있고, 뉴저지주에서는 동반한 애완동물에게 안전벨트를 매게 하지 않는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고 밝혔다.

도로교통법개정법률안발의이유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개정법률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제50조 제9항에 아래의 내용을 추가했다.

'자동차(이륜자동차는 제외)의 운전자는 자동차에 애완견 등 동물을 동반할 경우 안전운전에 장해가 되지 않도록 그 동물을 애완동물용 상자 또는 가방 속에 넣어 차의 바닥에 내려놓거나, 애완동물용 안전띠 등을 사용하여 좌석에 고정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한 상태에서 운전하여야 한다. 다만, 자동차의 승차공간이 아닌 곳에 태우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또한 이를 위반한 운전자에게 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조항도 신설했다.

도로교통법개정법률안신구대조표_20130906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신·구대비표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도로교통법…트렁크에 동물 넣어도 법 위반 아니야

한편, 이번 개정법률안 내용 중 '자동차의 승차공간이 아닌 곳에 태우는 경우'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반려동물용 카시트나 안전띠를 구입해 사용하지 않고 트렁크 등 승차공간이 아닌 곳에 두는 경우가 자칫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고의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던 '악마 에쿠스' 사건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2년 4월, 한 인터넷사이트에 에쿠스 차량 트렁크에 매달린 채 숨진 개(비글)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사건 당시 동물보호단체들은 차주가 동물을 학대했다고 주장했지만, 차주인 오모씨는 "차에 매달려 숨진 비글을 좌석에 태울 수 없는 상황이라 트렁크에 싣고 질식을 막기 위해 트렁크 문을 살짝 열어두었다가 불의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반박했다.

악마에쿠스
‘악마에쿠스’사건 당시 인터넷커뮤니티에 공개된 사진

이렇게 동물학대 여지가 남은 것은 이번 법률개정안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아닌 '도로교통법' 개정안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승차공간이 아닌 곳에 태우는 경우'를 예외조항으로 둔 것은 소, 돼지 등을 운반하는 트럭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 1-2마리나 돼지 몇 마리를 트럭으로 운반하는 경우까지 안전띠 등 고정장치를 두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동물로 인해 운전자의 주의가 흐트러져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데 주목적이 있으므로 승차공간이 아닌 곳에 있는 동물은 애초에 해당사항이 없다. 즉, 운전자의 안전을 위주로 법률을 개정하다 보니 동물학대 여지를 남겨두게 된 것이다.

산업동물을 제외시키기 위해 승차공간을 기준으로 한 예외단서를 두기보다는 이번 개정안을 적용할 동물의 정의를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로 국한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별도로 정의를 내린 반려동물과 동승할 경우 반드시 승차공간에 태우고 안전장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면 동물학대 소지를 없앨 수 있다.

8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2014년부터 동물복지를 고려한 운송이 의무화되는 반려동물로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 6가지를 규정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130815차량충돌테스트
미국애완동물안전센터가 공개한 반려견 차량용 안전장치 충돌테스트 영상 캡쳐사진. 차량 충돌 후 안전장치 줄이 끊어지면서 모형이 앞좌석 쪽으로 튀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반려동물용 안전장치에 대한 검증 이어져야

또한 반려동물용 안전장치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지난 8월, 미국애완동물안전센터(Center for Pet Safety)는 반려견 모형 차량충돌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면서 “미국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주요 반려견 차량용 보정기구는 효과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려견 차량용 안전띠에 25kg짜리 반려견 모형을 고정시킨 후 시속 48km에서 충돌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 안전띠가 풀려 반려견 모형이 미사일처럼 앞으로 튕겨나갔고, 안전띠가 풀리지 않은 경우에도 모형이 보정기구에 매달려 질식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미국애완동물안전센터∙스바루 공동연구진은 "(안전띠를 해도)반려견이 죽거나 심각하게 다칠 수 있으며, 동승한 사람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동물의 안전장치를 의무화할 경우, 해당 안전조치가 정말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 정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이번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10명의 의원 중 이언주 의원을 제외한 9명의 의원은 윤호중, 유기홍 의원과 함께 같은 날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유기동물을 분양할 경우 적정하게 사육·관리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지 확인하고, 이를 문서로 작성·보관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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