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투더퓨처:특수동물의학①] 사랑하는 만큼 더 알아가고 싶어요, 조예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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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t to the Future』

여기 두 명의 수의사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고, 다른 한 사람은 그 길을 꽤 걸어왔습니다.

먼저 길을 걸어온 수의사는 뒤를 돌아보며 말합니다. 그 길 위에서 수많은 풍경을 보았다고.

이제 출발하는 수의사는 그 발자국을 따라 걸어갑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만의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Vet to the Future』는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먼저 걸어간 수의사에게서는 길 위에서 얻은 지혜를, 이제 길을 나서는 수의사에게서는 앞으로의 미래를 듣습니다.

경험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그 길 위의 이야기를, 13기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전합니다.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는 동물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앵무새와 파충류, 햄스터와 같은 소동물까지 반려동물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들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특수동물의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수동물은 종마다 생김새와 생리적 특성이 크게 다르고, 질병의 양상이나 진료 방법 역시 서로 다릅니다. 때문에 특수동물 수의사에게는 동물에 대한 관심을 넘어 각 종의 특성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벳투더퓨처: 특수동물의학] 편에서는 특수동물의학의 현재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두 세대의 수의사를 통해 살펴봅니다.

먼저 특수동물 진료 현장에서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나음동물의료센터 조예원 수의사(YB)를 만나 특수동물 수의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실제 임상 경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이어 직접 특수동물병원을 운영하며 특수동물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나승원 수의사(OB)가 임상 경험을 토대로 바라본 특수동물의학의 변화와 향후 발전 방향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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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음동물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1년차 수의사 조예원입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제가 함께했던 많은 반려동물들, 그중에서도 첫 번째 반려조였던 것 같아요.

사실 부모님께서 개나 고양이를 선호하지 않으셨어요. 아무래도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 생활공간을 많이 공유해야 하니까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햄스터나 고슴도치처럼 케이지 안에서 지내는 동물들과 함께한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초등학생 때 처음으로 반려조를 만나게 됐어요.

모란앵무였는데, 그 친구가 좀 아팠어요. 오랜 투병 생활을 함께하게 됐습니다. 암컷이라 호르몬 문제로 산란을 너무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지방간이나 황색종(Xanthoma)이 생기기도 했어요. 계속 발정 상태가 이어지니 성격도 예민해졌고, 무엇보다 계속 알을 낳는 것 자체가 작은 몸에 큰 부담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병원에 가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할 때가 있었고 해줄 수 있는 치료도 많지 않았어요. 개와 고양이에 비해 수의학 발전이 많이 늦었던 거죠.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아픈데도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 어렵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은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제 10대의 대부분을 이에 대해 고민하며 성장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 반려조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이 제가 특수동물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 병원에 오는 환자의 절반 정도는 조류입니다. 대부분 앵무새이고, 가끔 메추리나 반려 닭도 찾아옵니다.

나머지 30% 정도는 파충류와 소형 포유류예요. 뱀, 거북이, 도마뱀부터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슈가글라이더, 피그미다람쥐까지 정말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나머지 20% 정도를 차지하고요.

매일 여러 종의 동물을 만나는 병원에서 특수동물 진료를 배우고 있죠.

제가 처음 특수동물의학에 관심을 가졌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굉장히 많은 부분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지금은 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특수동물의학 자체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치료를 시도하기도 하고, 같은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치료 방법, 프로토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히 공부를 멈출 수 없는 분야가 특수동물의학인 것 같아요. 그게 매력이기도 하고요.

특수동물의학이라고 해서 특수동물만 공부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개와 고양이에서 적용되는 수의학을 기본으로 하여, 각 종에 맞게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특수동물은 사실 굉장히 넓은 분류군에 속하는 수많은 종들을 포괄하고 있는 말이잖아요. 각 종마다 고유의 해부·생리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고요. 한 종에서 알고 있는 내용을 다른 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끊임없이 정보를 찾아보고 고찰해야 합니다.

저는 아직 1년 차 수의사라 기본적인 임상 공부만 해도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여기에 여러 특수동물까지 함께 공부해야 하니 공부할 것이 정말 많은 게 어려운 점인 것 같습니다.

특수동물 진료에 참고할 수 있는 원서가 꽤 많아요. 아직 한국어로 된 책은 많지 않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나온 서적들을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워낙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라 책을 공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책이 출판되는 사이에도 새로운 연구가 계속 나오니까요. 그래서 저희 병원에서는 매주 세미나를 하면서 새롭게 발표된 논문을 함께 공부하고 있어요.

새로운 수술법이 나오기도 하고, 특정 종의 특정 질병에서 어떤 약물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종합 연구논문이 나오기도 하는 등, 특수동물의학 연구가 다양한 분류군과 여러 영역에서 빠르게 나오기 때문에 따라가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근거에 기반한 진료를 해야 하는데, 지금의 특수동물의학은 그 근거 자체가 계속 쌓이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 찾아보고, 실제 진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동물들과 실제로 함께 살아보고, 진심으로 사랑해본 경험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단순히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내가 주 보호자가 되면 사육장부터 베딩, 사료 브랜드까지 정말 많은 것을 직접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 하나하나가 이 동물의 삶에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동물이 아플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큰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계속 고민하게 돼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반려동물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찾아보게 되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 동물이 원래 어떤 환경에서 어떤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사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찾아보게 됐어요. 저는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특수동물 수의사는 다양한 종을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경험이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체로서는 반려동물이지만 종으로서는 야생동물일 수 있기 때문에, 개체의 건강을 지키려면 이 종 자체의 특성을 아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케이지 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사육 환경이 종의 생활 양식과 맞지 않아 건강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특히 많고요.

꼭 직접 키워봐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저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조사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어떤 사료를 많이 먹이는지 찾아보고, 성분표도 읽어보고, 새로 나온 반려동물 용품도 찾아봅니다. 그러다 보면 키워보지 않은 동물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꼭 특수동물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더라도 ‘이 친구를 더 행복하게 해주려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동물이든 진심으로 사랑하고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또한 보호자에게 이 동물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공감할 수 있고, 그런 마음이 진료 과정에서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요.

특수동물의학은 야생동물의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죠. 야생동물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야생동물구조센터, 동물원, 대학병원, 특수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 등에서 실습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수생동물 관련 연구실이나 부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고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해외로도 시야를 넓혀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학생 때 일본과 태국에서 실습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특수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에서 실습했고, 태국에서는 대학병원 특수동물과와 야생동물센터를 경험했어요.

직접 실습을 나가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특수동물의학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해외의 대학병원이나 동물원 등에서 실습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합니다. 다만 1~2년 전에 이미 마감되는 경우도 있어서, 관심이 있다면 미리 찾아보고 신청하는 것을 추천해요.

개인적으로는 탐조나 야생동물 관찰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앵무새에 관심이 있다면 호주에 가서 코카투가 실제로 어떻게 날아다니고, 어디에 둥지를 틀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며 생활하는지 직접 보는 거예요. 자연 상태에서 이 동물들이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 어떤 생활 양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직접 느끼면서요.

병원이나 책에서만 동물을 보다 보면 그 동물이 원래 자연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직접 필드에 나가, 그들의 삶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수동물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학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인데, 저는 ‘공유’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 병원의 모토 중 하나가 ‘지식을 배워서 남 주자’예요. 저도 정말 좋아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계속 세미나를 하고 서로 공부한 내용을 나누고 있어요.

특수동물의학은 아직 근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결국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공유되어야 또 다른 사람이 그 위에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그렇게 모인 데이터가 더 나은 치료 방법이나 프로토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시기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한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도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수동물이 야생동물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만 다뤄지면서, 실제로 반려동물로서 살아가는 특수동물의 특성이 정책이나 제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특수동물은 종으로서는 야생동물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집에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반려동물이기도 합니다. 특수동물 사육 문화가 야생 생태계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면서도, 사람과 함께하는 특수동물의 복지를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이 두 가지 측면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수의사로서 그런 변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고요.

꼭 해야 하는 특별한 활동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특수동물을 진료하는 병원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는 일반 동물병원에 지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특수동물에 대해 본인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고, 얼마나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관심 있는 병원에 미리 실습을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경험해보면서 내가 정말 이 분야를 좋아하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병원에서도 지원자의 관심과 진정성을 알 수 있으니까요.

아직 1년 차 수의사라 10년 뒤 먼 미래가 잘 그려지지는 않아요. (웃음) 그때도 열심히 진료를 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늘 하는 생각이 하나 있어요. 제 반려동물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보호자이자, 부끄럽지 않은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10년 뒤에도 제 반려동물을 힘껏 사랑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른 가정에서 사랑받고 있는 동물들에게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을 주는 수의사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동물을 좋아하고, 궁금해하고,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앞에서 했던 이야기와 조금 겹치는데, 진심으로 사랑해보는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특수동물뿐만 아니라 강아지나 고양이 임상을 지망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지거든요. 이 동물은 뭘 좋아하는지, 뭘 먹는지,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한지 계속 찾아보게 돼요.

그러다 보면 사료 하나를 사더라도 성분표를 읽게 되고, 관련된 원서를 찾아 읽기도 하고, 직접 동물을 보러 현장으로 나가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것들이 전부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꼭 특수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알아가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한 동물을 사랑해본 경험이 결국 그 동물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다양한 동물을 만나야 하는 특수동물 수의사에게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고요.

나승원 수의사(OB)와 만나는 2부(보러가기)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유찬주 기자 yoochanju23@gmail.com

[벳투더퓨처:특수동물의학①] 사랑하는 만큼 더 알아가고 싶어요, 조예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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