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투더퓨처:수의마취통증의학①] 환자의 바이탈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선빈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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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t to the Future』

여기 두 명의 수의사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고, 다른 한 사람은 그 길을 꽤 걸어왔습니다.

먼저 길을 걸어온 수의사는 뒤를 돌아보며 말합니다. 그 길 위에서 수많은 풍경을 보았다고.

이제 출발하는 수의사는 그 발자국을 따라 걸어갑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만의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Vet to the Future』는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먼저 걸어간 수의사에게서는 길 위에서 얻은 지혜를, 이제 길을 나서는 수의사에게서는 앞으로의 미래를 듣습니다.

경험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그 길 위의 이야기를, 13기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전합니다.

한때 외과의 한 과정처럼 여겨지던 ‘마취통증의학’은 이제 환자의 생명과 통증, 회복 전 과정을 책임지는 독립된 수의 전문 분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의료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증·만성질환 환자와 고령 동물을 대상으로 한 고난도 마취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CT·MRI 같은 정밀 영상검사가 보편화된 지금, 마취는 더 이상 수술실 안에만 머무는 기술이 아닙니다.

환자가 잠드는 순간부터 깨어난 이후까지. 수의마취통증의학은 ‘안전하게 재우는 것’ 그 이상으로, 통증을 줄이고 생체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더 나은 회복을 만드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벳투더퓨처: 수의마취통증의학]편에서는 국내 수의마취통증의학 분야의 현재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함께 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과 손원균 교수(OB)와 오선빈 수의사(YB)를 차례로 만납니다.

*   *   *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수련 중인 오선빈 수의사를 YB로 먼저 만납니다. 마취통증의학 전공을 선택한 계기와 미래 전망, 동물의 통증 관리 양상의 변화를 함께 조명합니다.

오선빈 수의사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대학원생 2년차 오선빈입니다. 정말 단순하게 말씀드리면, 재미있었습니다.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도 흥미로웠고, 본과 4학년 때 임상 로테이션으로 경험한 실제 현장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응급 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빠르게 해결해나 가는 마취과 선생님들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마취를 전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술자나 의료진이 더 안심하고 수술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역시 좋았습니다.

또 저는 마취를 단순히 ‘환자를 재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자가 잘 회복하더라도, 마취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따라 이후 환자에게 보이지 않는 부담이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환자 한 마리 한 마리에 맞춘 개별적인 마취를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무엇보다 마취와 통증을 함께 다루는 분야라는 점도 큰 매력이었습니다. 동물들은 스스로 통증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통증이 충분히 평가되지 않거나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환자의 삶의 질을 위해 통증을 제대로 인지하고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고, 그런 점에서 마취통증의학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잘 맞는 분야였습니다.

잘했다고 느끼는 건..환자가 안정적으로 마취를 마치고 무사히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죠. 제가 환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집도의가 수술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현장에서 매일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계속 배우고 고민하는 점이 큰 매력이고요.

반면에 가장 힘든 점은, 마취과가 환자의 바이탈과 생명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는 분야라는 데 있습니다. 작은 변화에도 계속 집중하고 빠르게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죠. 하루가 끝난 후에도 당시의 판단들이 적절했는지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만큼 부담도 큰 분야이지만, 동시에 환자 안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와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학부생 시절에는 우선 이론적인 부분을 탄탄하게 익히는 데 집중했습니다. 교과서와 수업 내용을 중심으로 기본 개념들을 이해하고 정리하면서 공부했고, 동시에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며 실제 임상에서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배우려고 노력했죠. 특히 봉사 현장에서는 교과서만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고요.

또 봉사를 단순한 경험으로 끝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활동이 끝난 뒤에는 진료와 수술, 마취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다시 복기했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여러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는 습관도 생겼어요. 그렇게 이론과 실제 경험을 함께 연결하며 공부해온 과정이 지금까지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직접 현장을 경험해보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같은 환경도 어떤 사람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까요.

마취과에서는 환자의 바이탈이 급격히 변하거나 빠른 판단이 필요한 상황들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환자 상태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계속 긴장감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 환경 자체가 스트레스로 느껴질 수도 있어요.

단순한 이미지나 막연한 흥미만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직접 현장을 경험하면서 자신과 잘 맞는 분야인지 확인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마취하는 환자들은 다양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어요. 마취 과정 자체가 환자의 기존 질환을 관리하는 데 부담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죠. 환자마다 원래 유지하고 있던 치료 방향과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한 그 균형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마취 계획을 세우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내과·외과 주치의 선생님들과 환자 상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저 역시 수술이나 시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취통증의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 서로 배우고 소통하며 국내 수의마취통증의학 분야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으로 발전해 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동물 통증 관리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학부 교육과정에서도 수의통증의학 관련 과목이 새롭게 개설되기도 하고요.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죠.

임상 현장에서도 단순히 수술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적절한 진통 방법이나 부위마취를 적용하려는 노력들이 이전보다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술 중 통증 관리뿐 아니라 수술 후 환자의 회복 과정과 통증까지 함께 고려하려는 분위기가 이전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부분은 환자의 통증을 정확히 인식하는 과정에 있어요. 결국 바이탈 변화나 행동, 자세, 반응 같은 여러 신호들을 통해 통증을 추정할 수밖에 없고요. 특히 환자에 따라서는 통증이 있어도 크게 내색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기저질환이나 다른 증상들과 겹쳐 보이면 판단이 더 어려워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를 볼 때는 “혹시 통증 때문은 아닐까?”를 한 번 더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결국 의료진이 계속 의심하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평소에도 미래의 제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동기부여를 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그래서 몇 년 뒤 제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선명하게 그려지지는 않아요. 그저 제 신념을 잃지 않고 즐겁게 일하며 살아가고 있으면 좋겠네요.

제가 걱정이 좀 많은 편이라..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망설일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미래의 저에게는 ‘불안감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OB’ 손원균 교수를 만나는 2부(보러가기)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박나린 기자 022182@snu.ac.kr

[벳투더퓨처:수의마취통증의학①] 환자의 바이탈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선빈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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