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부터 확산되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주목해야

국내에도 발생한 ME-SA/Ind-2001e 바이러스에 이어 SA-2018 확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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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 도날드 킹 박사(사진)가 25일(목)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대한수의학회 2024년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에 나섰다.

킹 박사는 동아시아·동남아시아에서 순환하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로 인해 한국이 처한 위협을 조명했다. 특히 인도를 기점으로 하는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비발생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산발적으로 재발되는 것을 두고서는 숨어있는 위험요인을 찾기에 국제적으로 공유되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도로부터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주목해야

퍼브라이트연구소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구제역 표준실험실이자 UN식량농업기구(FAO)의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다. 구제역의 국제 대응 전략과 백신 평가를 조율하고 있다.

킹 박사는 “국경을 넘나드는 구제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정보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 발생상황뿐만 아니라 백신이 잘 방어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면서 검역본부가 표준실험실 국제 네트워크에서 주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킹 박사는 국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보고된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동향을 소개했다.

특히 Pool 2로 분류된 인도에서 타지역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나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O형 바이러스인 O/ME-SA/Ind-2001e 바이러스는 인도에서 출발해 북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로 확산됐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최근에 발생한 3건(2017·2019·2023)의 O형 구제역도 이 바이러스였다.

킹 박사는 “(동아시아·동남아시아의)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에서 O/ME-SA/Ind-2001e 바이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졌다”고 말했다. Pool2에 머물던 바이러스가 미얀마를 중심으로 중국과 동남아로 확산되고, 다시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는 것이다.

킹 박사는 “다음에 어떤 바이러스가 올 지 궁금하다면 Pool 2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O/ME-SA/Ind-2001e에 이어 새롭게 문제가 될 바이러스로는 O/ME-SA/SA-2018을 주목했다.

기존의 Ind-2001e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는 바이러스로, 이미 인도에서 보고되는 O형 구제역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방글라데시·네팔 등 주변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킹 박사는 “기존의 Ind-2001e 바이러스와 비슷한 유형으로 확산되며 한국으로도 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기존의 Ind-2001e에 효과적이었던 백신은 (SA-2018에도) 여전히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킹 박사는 20세기초 유럽과 21세기 아시아의 발생기록을 비교하며 정보 공유의 부족함을 지적했다

일본은 괜찮은데 왜 한국만?

위험은 수면 아래에..

20세기초 200만건 보고한 유럽, 21세기에 500건 보고한 동아시아

한국은 2000년 이후로 여러 차례 구제역이 반복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청주·증평에서 O형 구제역이 발생했다. 반면 일본은 2010년 이후 비발생을 유지하고 있다.

철새라는 바이러스 유입원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양국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와 다른 구제역의 온도차를 묻는 질문에 킹 박사는 “한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면서도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킹 박사는 “바이러스의 유입이 명확한 위험이 보이는 경로가 아니라, 자주 문제되지 않는 작은 위험이었을 수 있다”면서 “보고한 것보다 많이 발생했을 것 같은 나라가 (한국의) 근처에 있다. 이미 확보된 정보보다 숨겨진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북한 등 한국에 인접한 상재국이면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곳들을 시사한 셈이다.

이날 킹 박사가 유럽의 20세기초와 동아시아의 21세기를 비교한 자료도 눈길을 끌었다.

1961년 EuFMD에 보고된 유럽의 구제역 발생통계에 따르면, 1937년부터 39년까지 3년동안에만 프랑스·네덜란드·독일·폴란드 등 유럽 16개국에서 200만건이 넘는 발생이 보고됐다. 반면 2016년에 동아시아·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보고된 구제역은 524건에 그친다.

킹 박사는 “발생이 확인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국제적으로 더 역동적으로 정보를 모아 공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킹 박사는 이날 강연에 앞서 23일부터 25일까지 김천 검역본부 본원을 방문했다.

퍼브라이트연구소의 전문가들과 함께 방한한 킹 박사는 검역본부와 함께 구제역 발생현황과 분자역학분석, 차세대 현장 진단 시스템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23일 열린 세미나에는 국내 가축방역기관, 대학 등도 참여해 유관기관 담당자들의 구제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양 기관 전문가들은 최근 구제역이 기존 발생지역에서 타지역으로 전파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WOAH 구제역 표준실험실 전문가로 지정된 차상호 수의연구관은 구제역 표준실험실로서 끊임없는 연구와 소통을 통해 아시아지역의 구제역 통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퍼브라이트연구소와 검역본부는 국제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내년부터 국제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인도로부터 확산되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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