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가축 신고 안 하면 사육제한? ‘다 신고하면 방역 마비된다’

한국돼지수의사회, 신고지연시 농장 사육제한·폐쇄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개정에 문제 제기

등록 : 2023.01.12 05:56:35   수정 : 2023.01.11 15:59:1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한국돼지수의사회(회장 최종영)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신고지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11일 밝혔다.

농장에서 폐사가 발생할 때마다 의심신고를 접수하는 것이 비현실적인만큼, 농장전담수의사의 진료 과정에서 신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장동물은 매일 죽는다’

폐사축 모두 신고하면 방역마비 우려

신고여부는 농장주 판단에 기대

축산농장은 죽거나 병든 가축이 있으면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규정된 의무다. 자세히는 병명이 분명하지 아니한 질병으로 죽은 가축이나, 전염성 질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믿을만한 임상증상이 있는 가축이다.

이와 같은 의심신고는 가축전염병 대응의 핵심이다. 신고가 빨라야 확산을 줄일 수 있다.

때문에 신고의무 위반은 엄하게 처벌한다.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 실질적으로는 살처분보상금 삭감이라는 큰 경제적 피해를 부과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개정안은 신고를 지연한 농장에게 2개월까지 사육제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지연에 대한 사육제한 근거는 이미 가전법에 명시되어 있다.

번식·출산·사육·출하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축산업 특성상, 한 번 사육이 중단되면 다시 생산 사이클을 복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년이 넘을 수도 있다. 농장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을만큼 엄한 처벌인 셈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개정안 中 사육제한 기준

문제는 농장에서 가축이 죽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사육두수가 많은 돼지나 닭에서 더욱 그렇다. 고병원성 AI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악성 가축전염병이 아니라도 다른 생산성 질병이나 사양관리 문제로 인한 폐사가 흔하다.

농장으로서는 폐사축을 보자마자 전염병에 걸렸기 때문인지, 다른 원인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폐사라 하더라도 ‘병명이 분명하지 아니한 질병으로 죽은 가축’이다. 수의사가 진료하고 정밀검사를 실시할 때까지는 병명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원인을 모르면 신고하라는 것이 가축전염병예방법의 취지라고 한다면, 거의 모든 농장이 매일 의심신고를 접수해야 할 판이다. 방역당국이 감당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방역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다. 현행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실시요령은 가금농장이 폐사·산란 현황을 기록하도록 하고, 당일 폐사 가금수가 최근 7일간 평균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지자체에 즉시 보고하도록 했다.

폐사했다고 반드시 보고하도록 하지는 않은 셈인데, 원인 불명의 폐사는 신고하도록 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돼지수의사회는 “농장동물은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난다”며 “매일 죽거나 병든 가축을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신고한다면, 국가 업무는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꼬집었다.

 

ASF 의심신고도 최종 음성 결론 사례 거듭

돼지수의사회 ‘농장 전담 진료체계 구축해 신고 의무 재편해야’

이 같은 우려는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철원, 화천, 포천, 인천, 당진에 이어 지난 10일 충북 괴산에 이르기까지 ASF 의심신고를 접수했다가 정밀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된 사례가 거듭됐다.

적극적인 의심신고는 환영할 일이지만, 그만큼 방역당국의 부담도 커진다. 농장과 방역당국 사이에 수의사 진료라는 완충지대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돼지수의사회는 “죽은 가축의 원인을 가축 사육업자가 판단하도록 한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면서 “농장과 수의사가 유기적인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농장을 전담하는 진료수의사와 상담해 신고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모든 농장이 폐사축이 발생하는 족족 신고할 경우 감당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미신고에 대한 책임을 농장주에게만 전가하는 현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돼지수의사회는 “농장동물 진료체계를 부정하고 국가가 모든 진료를 행하려는 형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농장의 신고 의무를 없애기는 어렵다. 일부 농장이 구제역, 고병원성 AI 등 가축전염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신고를 미뤄 확산의 빌미를 제공한 사례도 있다.

돼지수의사회도 농장이 신고는 물론 수의사 진료까지 회피할 가능성도 있는만큼, 농장이 전담수의사의 관리 하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농장은 의무적으로 전담수의사의 관리를 받도록 하고, 가축전염병 의심상황에 대한 신고는 농장전담수의사와 방역당국 사이의 역할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돼지수의사회 관계자는 “농장전담 수의사가 수시로 농장을 방문 진료한다면 일상적인 문제와 전염병을 구분해 병성감정을 의뢰할 수 있다”며 “농장전담수의사를 제도화하고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면, 악의적으로 피해갈 우려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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