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의사법 개정·AI 방역정책` 박정훈 방역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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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이 지난 5월 임명됐습니다. 전임 김대균 국장의 후임인 박 국장은 방역정책국이 신설된 후 첫 비(非) 수의사 국장입니다.

박정훈 국장은 2001년 공직에 입문해 축산정책과장, 방역관리과장 등 농식품부 수의축산 분야 과장직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역임했습니다.

취임 한 달을 넘긴 박정훈 국장(사진)에게 동물 진료비 수의사법 개정, 고병원성 AI 방역정책, 수의사처방제 등 관련 현안 추진 방향을 물었습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Q. 방역정책국장 취임을 축하한다

지난 5월 21일 농식품부의 가축방역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방역정책국장으로 부임했다. 고병원성 AI,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재난형 가축전염병이 축산농가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으로 대규모 피해를 초래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야생 멧돼지에서 지속적으로 ASF가 검출되고 있고, 최근 유럽에서 고병원성 AI가 급증하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장의 자율방역 체계를 구축해 차단방역 수준을 높이고, 가축전염병 발생·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화에 이바지하겠다.

 

Q.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 예방적 살처분 피해가 이슈화되면서, 예살 제외 선택권을 포함한 질병관리등급제 도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돈농가 8대 방역시설 사례처럼 하드웨어 설비 기준 위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질병관리등급제는 농가의 자발적인 방역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농장별 방역 수준을 평가해 차등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올해는 참여를 희망하는 산란계 농가에 시범 실시한다.

방역 수준에 대한 평가는 하드웨어인 소독·방역 관련 시설·장비 수준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농장종사자의 방역관리수준에 대해서도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질병등급제·점검 TF’를 통해 구체적인 평가기준과 평가 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평가결과 일정수준 이상인 농가에게는 사전에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다만 예살 제외 후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그에 맞게 살처분보상급 지급비율을 하향 조정해 책임을 부과할 것이다.

 

Q. 질병관리등급제가 시범도입되는 산란계 농장에게만 예살 제외 선택권을 부여하면, 예살 범위에 속한 육계농장 등은 그대로 예외없이 살처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 2월 이후 적용됐던 동일축종 예살 정책이 다시 활용될 수 있나

사육·방역시설이 상대적으로 양호함에도 방역관리 소홀 등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사례가 있는 산란계 농장이 (질병관리등급제의) 우선 시범 운영대상이다.

대부분 계열화된 육계농장은 계열화사업자의 방역 책임성을 강화해 발생위험 요소를 줄이는 방향이다.

질병관리등급제 확대 여부는 산란계 농장의 시범운영 결과를 고려해 검토하겠다.

아울러 예방적 살처분 범위와 축종은 해외 AI 발생상황이나 국내 유입 위험성, 유입시 전파력 등을 분석해 결정할 계획이다.

 

Q. 특별방역기간이 다시 시작될 10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전까지 질병관리등급제 세부안과 농장별 평가를 완료할 계획인가

그렇다. 평가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대로 산란계 농장의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8월 정도로 예상한다.

이후 AI 특별방역대책기간이 시작되는 10월 이전에 농장별 등급부여를 완료하는 것이 계획이다.

 

Q. 양계협회와 경기도, 가금수의사회에서는 고병원성 AI 백신을 시범적으로라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농식품부 입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고병원성 AI 백신접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매번 새롭게 유입되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범용 백신도, 오리에 효과적인 백신도 없다.

또한 백신을 접종한 가금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사나 산란율 저하 등의 증상은 막을 수 있지만, 계속해 배출된 바이러스가 가금과 환경을 순환하면서 AI가 상재화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미국, 일본 등도 우리나라와 같이 백신을 비축만 할 뿐 접종은 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독일·네덜란드는 과거 접종한 경험은 있지만, 현재는 효능문제로 접종을 중단한 상황이다.

Q. 개원가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의사법 개정이 가장 큰 이슈다

국내 2,304만 가구 중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27.7%에 달하는 638만 가구로 추정된다. 개 602만 마리, 고양이 258만 마리가 반려동물로서 함께 살고 있다(2020년 기준).

하지만 반려동물 소유자는 동물병원의 진료 항목과 진료비를 사전에 알기 어렵다. 과잉진료, 진료비 과다청구 등의 불만이 발생하고 있다.

동물병원마다 진료명칭 및 진료행위 등이 서로 다르고, 진료비 구성 방식도 달라 소비자에게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동물 진료비를 사전에 알려 동물진료의 투명성을 높이고, 진료 표준화 등을 통한 동물의료의 체계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수의사법 개정안(정부안)의 주요 내용은 ▲수술 등 중대 진료에 관한 설명 및 동의 ▲주요 진료항목에 대한 진료비용의 고지 ▲진료 비용 등에 관한 현황의 조사·분석 및 결과 공개 ▲동물 진료에 관한 표준화된 분류체계 작성·고시 등이다.

동물 소유자에게 진료비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진료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요 진료항목의 비용을 미리 게시할 의무가 모든 동물병원에 적용되는 것인가. 고지 대상의 범위는 어떻게 되나

개정안의 진료비용 고지 적용 대상은 모든 동물병원이지만, 가축(소·말·돼지·염소·사슴·닭·오리)에 대한 출장진료 전문병원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적용 동물병원이라 해도 수의사 2인 이상 동물병원은 공포 후 1년 시점에 시행하되, 1인 원장 동물병원은 공포 후 2년 시점에 시행하는 등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차등화할 계획이다.

진료비용 고지대상에는 단순항목을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기본진료(초진료, 재진료), 예방접종(종합백신, 광견병), 주사/처치(정맥주사, 근육주사, 피하주사), 영상검사(복부초음파, 흉부방사선), 임상병리 검사, 마취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고지대상은 진료항목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동물병원의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진료비용을 고지하는 방법은 병원별로 책자, 일람표, 인쇄물, 홈페이지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Q. 올해 동물진료 표준화 연구예산이 처음으로 나왔다. 향후 추진계획은 무엇인가

농식품부는 그동안 정책토론회, 관련 기관·단체 협의회 등을 통해 표준진료제 도입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동물병원 진료 표준화 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등 사전 준비를 지속해왔다. 해당 연구에서는 수의학 질병코드 및 행위분류 코드 체계를 제안하고, 수의임상프로토콜 구성안을 제시했다.

앞으로도 동물병원마다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질병명, 진료항목, 진료코드, 진료행위 등을 단계적으로 표준화하여 동물병원에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진료비용은 개별 동물병원이 결정해 고지하는 형태다.

올해 하반기부터 진료항목, 진료코드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Q. 최근 농장동물 분야에서는 불법 처방전 발행이 의심되는 사무장 동물병원과 수의사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는 등 수의사처방제 관련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전자처방전 발급 의무화를 포함한 정부의 대응 계획은 무엇인가

2013년 수의사처방제가 도입됐지만 관리 강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수기 처방전은 처방내역을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렵고, 축산물 안전 관리에 한계를 도출했다.

지난해 2월부터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을 활용한 전자처방전 발급이 의무화됐다. 지난해 eVET을 통한 처방전 발급 및 조제 건수는 30만여건으로 전년 대비(6만2천여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eVET 시스템 운영을 위탁하고 있는 대한수의사회와 협력해 불법으로 처방전을 발급한 사례 등에 대한 모니터링 점검을 실시하고자 한다.

아울러 eVET과 전자차트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시스템 사용 편의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인터뷰] `수의사법 개정·AI 방역정책` 박정훈 방역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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