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의 나에게, From North Carolina
2026 실습후기 공모전 [최우수-해외] 경북대 박성오
2026 실습후기 공모전 [최우수-해외] 경북대 박성오


지원동기
세계 최고라는 미국의 수의학 현장을 보고 싶었다
2년 전부터 마취응급과 학부연구생으로서 방학마다 학교 동물병원에 상주하며 실습하는 중이다. 상주 기간이 끝날 때 발표를 하는데, 이때 여러 가이드라인과 논문을 찾아본다.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단체나 저자 교수들이 대부분 미국에 자리한 것을 보고 선생님들께 여쭤봤더니 미국 수의학이 세계적으로 수준이 매우 높다고 하셨다.
낯선 환경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해외 수의사를 꿈꾸는 동기들은 매우 신기한 존재이기에 항상 이유를 물어본다. 대부분은 미국 수의사를 꿈꾸는데, 동기들은 항상 이유 중 하나로 미국의 높은 수의학 수준을 꼽는다.
선생님들과 동기들의 말에 현혹돼서일까, 언젠가부터 꼭 한 번 미국의 수의학을 보고싶어졌다. 졸업 후 수의사가 되었을 때 기회비용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 학부생 신분으로 미국 실습행을 결정하게 됐다.
미국 수의학 교육 현장을 보고 싶었다.
미국 수의과대학은 한국과 달리 학사 후 과정으로 4년제이다. 또한, 로테이션을 도는 학생들은 그저 참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진료 과정에 참여하며 실습하고 교육받는다.
내가 해왔던 대부분의 동물병원 임상실습은 단순 참관의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내 두 눈으로 직접 참여형 교육을 보고 싶었다. 교육생으로서의 이 경험이 먼 미래에 교육자로서의 삶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다.
허지웅 교수님이 계신 NCSU ECC를 가보고 싶었다.
3년 전 구윤회 교수님(수의응급중환자의학, ECC)의 세미나와 실습 경험을 통해 ECC에 관심이 생겼다. 이듬해 학부연구생이 되었고 학교 동물병원에 상주하며 ECC에 대해 점점 흥미가 커져가고 있다.
RECOVER CPR 과정을 수강하기도 했고, 여러 학회를 다녔다. 내년엔 ECC로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인 최초 수의응급중환자의학 전문의를 취득하신 허지웅 교수님을 존경한다. 사실 거의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클럽의 마음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허지웅 교수님이 계시는 곳에 실습을 꼭 가보고 싶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NCSU) 수의과대학은 미국 내에서도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으며, ECC도 유명한 곳이다. 2교대 시스템을 채용하여 수의사와 테크니션이 24시간 상주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내가 앞으로 근무할 동물병원의 ECC 시스템 구축에 NCSU ECC를 보고 온 내 경험을 살리고 싶다. 대학원에 진학한 미래의 내가, 학부생들을 조금이라도 더 잘 가르치고 싶다’ 이런 생각들이 NCSU의 시스템을 보고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거기에 더해 NCSU 동물병원에는 한국인 교수님이 여럿 계실 뿐 아니라, 한국인 인턴도 있을 정도로 한국에 친화적인 곳이다. NCSU 수의과대학 교수님들이 한국에 강연도 많이 와 주신다. 미국에 가기도 전에 Ronald Li(ECC) 교수님과 Joshua Stern(Cardiology) 교수님을 부산수의컨퍼런스에서 뵙고 인사도 미리 드렸다.

지원 방법
내가 다녀온 프로그램은 NCSU CVM(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 Visitor Program으로, NCSU CVM 홈페이지에서 지원할 수 있다. OutReach, CVM Visitor Program 메뉴를 클릭하고 Visitor Application Form이라고 적혀 있는 버튼을 누르고 지원서를 작성하면 된다.
지원서를 제출하면 거의 바로 담당자에게 이메일이 오는데, 이때 보내주는 양식에 맞추어 여러 동의서(Applicant’s Authorization and Disclosure for Background Check, Visitor Consent, Acknowledgement of Risks, release and waiver of liability)와 백신접종유무 확인서를 보내면 된다.
광견병(Rabies)과 파상풍(Tetanus) 백신을 확인하는데, 접종하지 않음을 체크할 수 있는 것을 보면 필수는 아닌 것 같았지만 나는 전부 백신을 맞은 후 문서를 제출했다.
문의사항이 있다면 CVM Visitor Program 페이지에 각 분과의 실습 스폰서 이메일이 나와있으므로 이쪽으로 연락을 취하면 된다. 내가 지원했던 과는 ECC로 Katie Bennet 선생님이 담당자셨지만, 문의사항은 허지웅 교수님께 직접 카톡으로 여쭤봤다.
나는 작년 3월 자원봉사자로서 참가했던 일본수의응급중환자의학 심포지움(JaVECCS)에서 허지웅 교수님을 뵐 수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이메일로 미리 연락을 드렸더니 따로 시간을 내주셨고, 대화 도중 다짜고짜 실습을 가고 싶다고 했더니 잠깐의 고민도 없이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덕분에 신청과정에서 여러 도움을 받으며 비교적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었다.

ICU case round: 월~금 9~11 am, 9~10 pm
ECC board prep: 월/화 8~9 am
ECC journal club: 금 8~9 am
ER student round: 월~금 2:30~4 pm
Visitors are free
기본적으로 NCSU Small Animal Hospital 일과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ECC는 2교대 24시간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ICU case round, ECC board prep, ECC journal club, ER student round가 위 시간표대로 진행된다.
Visitor Program을 통해 방문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다니면 된다. 위 시간표에 나와있는 일정들도 참석하기 싫으면 가지 않아도 되고, 다른 과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거기에 다녀와도 상관없었다. 1주를 신청하든 2주를 신청하든 자유이며 출퇴근 시간도 자유였는데, 심지어 그냥 나오고 싶은 날만 나와도 상관없었다.
ECC board prep과 ECC journal club은 학부생인 내가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었기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주간 실습하였다.
자유로운 건 좋았지만 사실 이는 그만큼 나에게 책임이 없다는 뜻이었는데, 내가 Visitor Program으로 왔기 때문이다. 동물을 만지는 건 일절 불가능하고 당연히 산소를 대어 주거나 보정하는 등의 행위도 허용되지 않았다. 다만, 질문이나 처치실 컴퓨터로 환자 차트를 보는 것들은 자유였기에 편하게 질문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인상깊었던 점이 여럿 있었다. 첫번째는 듣던 대로 정말 수평적이라는 것이다.
허지웅 교수님이 수의테크니션인 Jocelyn에게 정중한 말투로 동물보정을 부탁하는 모습, 로테이션을 도는 학부생인 Laura가 교수님이나 레지던트에게 편하게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 교수님이 항상 처치실에 계심에도 불편해하지 않는 모습 등 미국의 수평적 문화가 잘 느껴졌다.
ICU case round는 하루동안 있었던 케이스들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처치 방향과 목표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이때 왜 이런 처치를 했는지 물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토의하는데, 이때 서로 눈치를 보지 않고 “I disagree”라고 편하게 말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이를 들은 상대도 전혀 불쾌해하지 않고 discussion을 이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Case round 외에도 진료과정에서도 일상적으로 discussion을 하는데, discussion을 많이 해서인지 성격이 느긋해서인지 한국에 비해 동물 1마리당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졌다. 환자가 안정함에도 MRI와 같은 검사들은 그냥 다음날 진행하는 등의 모습이 가끔 보였다. 덕분에 차트를 보며 공부할 시간이 많아서 좋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는 반대 의견에 관대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동시에 나는 과연 후배들의 반대 의견을 곧이곧대로 수용해줬을까 하는 자아성찰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먼 미래에 내 병원을 저렇게 자유로운 문화로 만들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로 인상깊었던 점은 교육의 질이다.
NCSU ECC은 동물을 살리는 것만큼이나 교육을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다고 느껴지는 여러 부분이 있었다.
동물이 ER에 오면 환자를 안정화하고 triage를 하는데, NCSU에선 이때 무조건 담당 학부생을 붙여서 진료 과정에 참여시킨다. 학생은 보호자 문진을 담당한다. 결과 상담이나 transfer 상담도 진행하기도 한다. 환자가 위독하지 않다면 신경계 검사, 기본적인 신체검사를 하고 여유가 된다면 학생이 초음파를 보기도 하고 biopsy와 suture를 담당하기도 한다.
한 번은 야간은 어떨지 궁금해 밤에도 나온 적이 있었는데, 비교적 여유로워서인지 학부생인 Shannon이 신경계 검사를 진행하거나 POCUS를 보고 있었다. 나는 ‘수의사가 아닌데 만약 실수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걱정이 무색하게도 바로 뒤에 레지던트인 George가 다시 검사를 시행하길래 내심 머쓱했던 순간도 있었다. 인턴과 레지던트가 2중 3중으로 다시 검사를 시행하여 학부생의 실수가 진료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시스템이 짜여 있었던 것이다.
이후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담당 레지던트와 학생이 discussion을 하는데, 해당 수치나 검사결과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problem list는 무엇인지, 감별진단 목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처치할 것인지 등을 물어보고 학생이 잘못 알고 있는 점이나 놓친 점들을 짚어준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직접 진료과정에 참여하며 자신이 맡은 케이스에 대해 추가로 더 공부하게 된다.

ECC는 ER(Emergency Room), ICU(Intensive Care Unit), IMC(Intermediate Care Unit)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중심에 Round room이 있어 주에 3~4번정도 ER Student round가 열린다. 레지던트나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해 주시는데, 부정맥, Detoxification, 비뇨기계 등 매번 다른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며 RECOVER CPR guideline 수업 때는 더미를 가져와 직접 실습을 하기도 한다.
이 수업은 단방향의 강의식 수업보다는 쌍방향의 소통형 수업이다. 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에는 무엇이 있는지, 감별해야 하는 다른 질병은 무엇이 있는지, 치료법, 약물 종류, 용량 등을 지속적으로 물어보며 진행된다. 그 사고과정을 같이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복습하고 질병의 기전, 진단과 치료를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때 강연자들은 각각의 학생들이 내놓은 답을 모두 지도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 천식에서 Max가 말한 Terbutaline은 널리 사용되는 좋은 치료약이고, Emily가 말한 Aminophylline은 좋은 치료약이지만 한 번만 사용해야 하며, Hans가 말한 Albuterol nebulization은 1시간마다 6번씩 들이마셔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고양이는 숨을 깊이 쉬지 않아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코멘트를 달아주는 식이다.

세번째로 인상깊었던 점은 협진 시스템이다.
사실 협진은 한국에서도 활발히 하고 있기에 협진 자체가 인상깊었던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 과정들이 신기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미국이 땅덩이가 엄청 커서인지 동물병원 부지도 매우 넓고 길다. 길이만 120m정도이니 우리나라 대형 동물병원을 옆으로 쭉 핀 1층짜리 건물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근데 그 큰 동물병원에서 다른 과를 자주 들락날락하며 어려운 케이스에서 의견을 구한다.
심장병이 심한 케이스가 오면 cardiology로 가서 어떻게 처치할지 의견을 구하고, 약 결정이 어려울 때는 반대편 pharmacology까지 걸어가서 조언을 구하는 등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또한, ICU에 있는 환자는 ECC에서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과, 외과 등 담당 과와 함께 관리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호르몬 제제나 장기적인 관리약물은 내과에서 처치하고 탈수교정이나 바이탈 안정화는 ECC에서 처치하는 식이다.
사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치료방향성이 조금 다르다면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일 것 같은데, 갈등 같은 건 전혀 없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다소 충격받았다.
* * * *
인상깊었던 Case 두 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Case 1 : Price(가명, 래브라도 리트리버) 6y 4m 11d
▲ History Price는 작년 12월부터 Pamlico, East Point, Trinity 3개의 로컬동물병원에서 설사, 복부팽만, 역류, 식욕부진, 저단백혈증으로 관리받았다. 지속적으로 관리받았으나 증상의 개선은 없었고 기생충을 구토하여 항기생충 제제를 처치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증상의 호전은 없었고 복수가 차서 복수천자를 진행했다. 구토와 설사, panting을 지속하여 결국 1월 12일 NCSU ER에 내원했다.
▲ Physical Exam 내원 당시 몸무게 30kg, 심박수가 170, 호흡수가 42로 빈맥, 빈호흡이었으며 CRT가 2초 이상으로 지연돼 있었고 점막이 tacky했다.
▲ Assessment TP 3.8 g/dl, Alb 2.4 g/dl, Glo 1.4 g/dl으로 Panhypoproteinemia를 보였다. Transudate peritoneal effusion이 있었으며 저혈량증으로 진단됐다. ALP 129, ALT 108로 마일드한 hepatopathy를 보였다.
▲ Treatment 수액처치로 LRS 15 ml/kg, 진통제로 Methadone이 들어갔다. 복수천자로 5L의 복수를 뽑았는데 끝없이 나와 거의 1시간 가까이 뽑았다. 2L짜리 통을 두 번을 비웠는데도 복수가 계속 나와서 저 상태에서 살아있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실습 첫날에 처음 본 케이스가 Price였는데, 처음부터 당황스러운 케이스를 봐서 NCSU ER은 정말 만만치 않다고 생각되는 동시에 너무 재밌겠다고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ICU로 옮겨져 FFP로 혈장을 보충했고 항구토제, 위장관보호제, 항기생충 제제, 항응고제를 사용한 것 외에도 차전자피, 시아노코발라민(cyanocobalamin), VitB을 보충해줬다. Price는 사흘 뒤인 1월 15일 퇴원했다.

Case 2 : Weeny(가명, DSH) 13y 2m 10d
▲ History 우측 신장이 존재하지 않는 고양이로 end stage CKD였기 때문에 Georgia University 동물병원에서 신장이식을 받기위해 준비하던 중 상태가 악화되어 1월 13일 NCSU ER에 내원하였다. 먹거나 마시질 않고 소변도 보지 않았다.
▲ Physical Exam Hypersalivation을 보였고 점막이 pale하였으며 CRT 2초이상으로 지연됐다. Severe diffuse oral uremic ulceration이 있었고 Symmetrically poor femoral pulse, 빈호흡, 저체온증을 보였다.
▲ Assessment Weeny는 사실 이미 전신이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단순 Problem list만 나열해도 비재생성 빈혈, 양심실성 울혈성 심부전, Hypertrophic Obstructive Cardiomyopathy(HOCM), DRVOTO, DLVOTO, 악액질(Cachexia), CKD IRIS Stage 4, 우측 신장 부재, Peritoneal, pleural, pericardiac effusion, 고빌리루빈혈증, 고칼륨혈증, 저칼슘혈증이 있는 상태였다.
레지던트인 Chromiak은 안락사를 권고했지만, 보호자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잠깐 Weeny를 보러 처치실로 들어오셨을 때 보호자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눈물을 간신히 참고 있는 듯한 눈망울은 붉어져 있었고, 꽉 쥐었는지 힘이 풀어졌는지 알 수 없는 손은 주머니에 꽂혀 있었다. 확실한 건 Weeny만큼 보호자의 몸에 힘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Weeny의 상태를 보고 가망이 없어 보여 ‘안락사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저렇게 힘들어하는 보호자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일절 관련 없는 나는 보자마자 포기해버렸다.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 Treatment ICU로 옮겨져 37.2도까지 가온하고 수액처치로 LRS 5 ml/kg을 줬다. Calcium gluconate, Terbutaline에 이어 수혈, 이뇨제, 항구토제, 위장관보호제, 항생제 처치를 했다.
다음날 안정화되어 투석 카테터를 장착하고 투석을 진행했다. 그러나 투석이 끝나고 무호흡, 경련을 보였다. ventilator를 달고 항경련제 주며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호자가 동물병원에 오는 길에 Weeny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그 외에도 인상깊었던 점들..
한번은 여유로웠던 오후에 NCSU 수의대 학관을 들어가본 적이 있었다. 일단 학관 입구부터 곰 뼈, 고래 뼈 등 다양한 뼈들이 반겨주었는데, 지하 1층에 수의대 전용 도서관이 넓게 있는 것이 정말 부러웠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스터디도 하고 있었다. 도서관 안엔 휴게실도 있었는데, 그 안에 Chickpea라는 고양이가 있어 놀면서 쉴 수 있는데, 고양이가 정말 귀여웠다.
또한, 학교 뒤편에 넓게 펼쳐진 소 목장과 말 목장이 있었다. 학교 안에서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이 부러웠다.
우리나라와 달리 수의테크니션의 업무범위가 넓어 기본적인 채혈이나 피검사, 카테터 장착을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생기는 시간에 수의사들이 더 중요한 것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있었던 2주간 꽤나 많은 안락사를 보았는데, 미국 동물병원비가 비싸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여러 번 시도해봤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던 상황에는 수의사가 먼저 안락사가 권고된다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항상 NCSU 선생님들이 치료방향을 결정할 때 보호자의 경제상황을 고려하라며 비싸고 어려운 처치만이 최고의 처치가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나에게는 깊이 고민해볼 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좋은 소식이다.
현재는 학교에서 교과서에 나와있는 소위 ‘정답’이라 불리는 내용들을 배우고 있기에 내가 배운 검사와 치료만이 내 판단의 전부이다. 하지만, 내년부턴 나도 어엿한 수의사로서 교과서 밖의 보호자와 함께 치료방향을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때의 나는 교과서의 내용만을 강요하는 수의사가 아닌, 진정으로 보호자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좋은 수의사가 돼있을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내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먼저 정확한 치료법들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겠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역시 첫째도 둘째도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이겠다.
작년 3월에 미국행을 결정하고 나름 이르게 학교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며 준비했지만, 역시나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완벽한 회화는 힘들었다. 상대적으로 말하는 속도가 느린 남부영어임에도 discussion의 반은 못 알아들었다. 만약 영어를 더 잘 할 수 있었다면 더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도 많았을 것이고, 질문도 더 정확하게 해서 많이 배우고 왔을 것이다.
또한, 영어가 걸림돌이 아니었다면 Visitor Program이 아니라 Externship Program을 신청하여 나도 진료과정에 같이 참여하며 실습할 수 있었겠지만, 그게 불가능해서 너무 아쉬웠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다들 너무 친절하고 질문을 하면 오히려 기뻐하며 외지인인 나를 더 챙겨주려 했었다. 짧은 영어로 질문하면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쉬운 어휘를 사용하여 천천히 말해주는 것에 적잖이 감동을 받았다. 초음파를 볼 때 나를 불러서 자신이 무엇을 보는지, 왜 보는지 설명해주던 Yu, ICU round 때마다 챙겨주며 환자를 설명해주던 Matt, 환자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으면 환자 차트를 보여주며 설명해주던 Max, 주말에 가족과 함께 가는 교회에 초대해주고 점심으로 Five guys도 사주며 시내로 데려다준 Melissa와 가족들 전부 다 잊지 못할 것이다.

장점은 역시 세계 최고수준의 미국 수의응급중환자의학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매우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볼 수 있다. 내가 있는 2주간 고나트륨혈증, CKD 혈액투석, 패혈증, 복수, BOAS(짧은머리형폐쇄증후군), 에디슨병 등 다양한 케이스를 봤다. 이 과정에서 정말 열정을 가지고 치료방향을 의논하는 전문가들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으며 자유롭게 질문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다. 질문에 오히려 자기가 기뻐하며 대답해 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장소에 있든 우리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자유로운 실습환경으로 힘들 때 잠시 쉬었다 와도 좋고 만약 컨디션이 안 좋다면 나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단점은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 타지라는 낯선 환경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해외 경험이 많은 동기와 함께 실습을 왔기에 몸도 마음도 매우 편하게 지냈음에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타지생활이 힘들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배우는 것도 반감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또한, 우리가 진료과정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먼저 질문하지 않는 이상 과정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실습 마지막날 winter storm 예보가 있어 기차가 취소되는 바람에 숙소와 비행기표를 새로 예약하느라 약 100만원가량을 갑자기 들여야 했다. 보통 실습을 가는 방학은 성수기라 비행기표도 비싸고, North Carolina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오가는데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 미국 물가도 살인적이었다.
NCSU 동물병원 바로 옆에 숙소를 잡았는데, 근처에 식당이 단 한 개도 없어서 2주간 배달만 시켜먹었다. 브랜드 음식만 시켜먹으니 오히려 돈을 아꼈다.

관심있는, 좋아하는 분야가 ECC로 정해진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선택하기에는 ECC 한가지 과만 실습할 수 있으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ECC로 진로를 생각 중이라면,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방향성에 있어서 많은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는 돈으로도 얻기 힘든 매우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한국에선 비교적 생소한 중환자의학이 무엇인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등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영어가 유창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영어가 유창하다면 언어의 장벽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에너지 소모가 적고 비교적 편안하게 실습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수준 높은 질문을 해서 좋은 답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사람들의 대화를 더 잘 이해하여 대화 흐름을 같이 따라가며 많이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유창하다면 Externship Program을 신청해 진료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미국 수의사를 꿈꾸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비록 나는 미국 수의사의 생각은 없지만, 이쪽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 수의사의 현실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고, 특히 NCSU에 계시는 한국인 교수님들과 친해진다면 미국 수의사가 되는 과정과 그 이후에 대해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이 간 동기가 미국 수의사에 관심이 많아 같이 들었는데, 미국으로 건너간 선배 수의사의 현실적인 조언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