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깃털 달린 아인슈타인` 앵무새 관리가 필요하다

박최규 경북대 수의대 교수 ‘질병 실태조사·연구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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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는 유아 수준의 지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조류계의 천재’나 ‘깃털 달린 아인슈타인’으로 불립니다. 중·대형종의 앵무새는 간단한 단어를 기억하여 말할 수 있고, 사람과의 교감 능력이 뛰어나죠.

덕분에 최근 한국에서도 앵무새 애호가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앵무새들이 해외에서 활발히 수입되고 있습니다.

애호가들은 전문 앵무새 번식업체로부터 앵무새를 구입하거나 일반 사육자로부터 동호회 등을 통하여 앵무새를 분양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앵무새의 질병 감염으로 인한 분쟁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찰과 향후 수의사가 나서야 할 방향에 대해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전염병학 박최규 교수님(사진)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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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앵무새 질병 문제를 어떻게 보시나요?

경북대 동물병원은 최근 앵무새 질병 진단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매월 수십 건의 앵무새 질병 검사가 의뢰되고 있는데요, 검사 결과 한국에도 이미 다양한 앵무새 질병이 만연돼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중·대형 종의 앵무새 수명은 15-30년으로 개나 고양이보다도 더 깁니다. 때문에 오랜 기간 교감해오던 앵무새가 낙조할 경우, 보호자가 겪는 충격은 개나 고양이 못지않게 심각하죠.

앵무새 애호가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해 앵무새도 반려동물의 중요한 한 축으로 보고, 앵무새 질병 문제를 해결하려는 각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Q.
우리나라에서 앵무새는 가축으로 분류되나요?

개인 애호가들이 질병 문제와 같은 전문 영역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문제 해결의 가장 빠른 길일 것이지만, 정부가 참여하려면 법률적인 근거가 필요하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앵무새가 가축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먼저 검토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관련 법률들을 검토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앵무새는 가축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축산법으로는 관상용 조류인 앵무새도 가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축전염병예방법상에는 가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앵무새의 질병이 법정 가축전염병으로도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법적으로는 가축이지만 앵무새 질병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관리할 근거가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동물보호법에서는 조류가 동물의 범위에 포함돼 있고, 동법 제3조 제4호에서는 ‘동물이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법령들을 앵무새 애호가 입장에서 재해석해본다면 “앵무새와 앵무새 질병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 대상이다. 그러나 현행 법률로는 앵무새 질병 관리 기능이 미흡하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려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Q.
앵무새 질병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앵무새 질병은 법적으로 정부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가축전염병예방법의 동물 검역 관련 조항을 보면 고래를 제외한 모든 조류와 포유동물이 지정 검역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앵무새도 당연히 동물 검역의 대상이 됩니다.

질병방역은 안 하는데 검역은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질병관리의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검역규정에 따라 검역은 하지만 방역규정에 따른 검역대상 질병이 없기 때문에 형식적인 절차만 거칠 뿐 수입 앵무새의 질병 감염에 대한 검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외국의 앵무새 질병이 무방비상태로 우리나라에 유입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앵무새가 자연적으로 서식하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앵무새 질병은 모두 해외전염병이며 수입 앵무새를 통해서 유입된 것입니다.

따라서 앵무새 질병의 발생을 최소화하거나 없애기 위해서는 수입 앵무새에 대한 검역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Q.
농식품부 외에 환경부나 보건복지부 등 타부처에서는 앵무새를 관리하지 않나요?

환경부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대한 법률’에서 야생동물을 “산·들 또는 강 등 자연 상태에서 서식하거나 자생(自生)하는 동물, 식물, 균류, 지의류(地衣類), 원생생물 및 원핵생물의 종(種)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육되는 앵무새는 해당되지 않는 셈이죠.

다만 앵무새 질병 중에서는 앵무병(Psittacosis)이 야생생물법에서 관리하는 질병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사람의 감염병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앵무새의 질병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5조(고위험병원체의 종류)’에 앵무병의 원인체인 클라미디아 시타시(Chlamydia psittaci)가 관리대상 질병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반대로 두 부처에서는 사육되는 앵무새를 직접 관리하지는 않지만 앵무새의 질병은 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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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사는 앵무새의 질병을 관리할 수 있나요?

수의사법은 앵무새를 포함한 조류를 동물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동물병원을 개업한 수의사는 앵무새의 질병을 진료할 수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의사법 제16조(기구 등의 우선 공급)가 “수의사는 진료행위에 필요한 기구, 약품, 그 밖의 시설 및 재료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했다는 점입니다.

최근 경북대학교에서 앵무새 질병진단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고가의 검사비용을 부담하면서 외국 진단기관에 질병 검사를 의뢰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앵무새를 진료하는 수의사나 앵무새 애호가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면, 진료 제공이 늦어지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앵무새의 질병에 대해서는 수의사의 진료 수요가 있었지만 막상 진료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이 현실입니다.


Q.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앵무새의 질병 관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의 검토와 보완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국내 앵무새 질병 감염 실태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어떤 질병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 중 사람의 보건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은 없는지 체계적인 조사와 그에 필요한 진단법 개발을 위한 연구 지원이 시급합니다.

가축방역기관이나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앵무새가 법적으로 관리대상이냐 아니냐며 탁상공론에 매달리기 쉬운데, 그보다는 현실의 문제점부터 먼저 파악해보려는 실용적인 접근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두 번째로 수의사의 앵무새 진료활동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치료 및 예방지원이 필요합니다. 최근 일선 동물병원에서도 앵무새 진료건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현재 외국에서는 앵무새의 진단, 치료 및 예방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추진되고 있으며, 주요 앵무새 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도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앵무새 질병에 대한 발생보고는 있었지만, 그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연구는 아직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앵무새 질병의 현재 감염 및 발생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유병률 조사나 핵심 질병의 진단법 개발과 같은 기초적인 연구 투자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세 번째로는 장기적으로 정부의 관련 법률들을 검토해서 앵무새 및 앵무새 질병 관리에 대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동물과 동물 질병 관리의 주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여러 법률들 간에 상충되거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야 합니다.

축산법, 동물보호법 및 수의사법에서 앵무새가 관리 대상임을 고려하여 앵무새 질병도 어떤 식으로든 관리할 방법을 찾아야 하며, 특별히 수입 앵무새의 검역에 있어 질병검사 부분이 미흡한 것은 가축전염병예방법의 관련 조항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주영 기자 sjy1146@hanmail.net

[인터뷰] `깃털 달린 아인슈타인` 앵무새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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