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공유된 동물병원 경영 노하우 ‘병원은 원장의 그릇만큼 커진다’
초대형 동물병원부터 특화 진료, 1인 원장까지..4인 4색 성공 전략은
2026 부산수의컨퍼런스에는 다양한 형태의 동물병원 성공 방정식이 공유됐다.
8월 29일(토) 열린 ‘동물병원 경영1’ 세션에서는 웨스턴동물의료센터 홍연정 원장, 고양이병원 소설 이미경 원장, 비엔동물전문의료센터 여승학 원장, 굿모닝펫동물병원 장봉환 원장이 연자로 나섰다.
직원 100명이 넘는 초대형 동물병원부터 특화 진료, 1인 원장 동물병원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병원에 맞는 조직 관리와 보호자 응대, 진료 시스템, 차별화 전략을 소개했다.
각 원장이 소개한 경영 노하우는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의 병원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명확히 정하고 이를 조직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병원의 규모를 키우는 것만이 경영의 목표가 아니라, 보호자와의 신뢰, 직원의 성장, 진료의 전문성, 원장의 삶까지 함께 고려해 지속 가능한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은 원장의 그릇만큼 커진다”
보호자 응대와 조직 관리 강조한 홍연정 원장
홍연정 원장은 웨스턴동물의료센터의 운영 경험을 중심으로 병원 경영에서 원장이 갖춰야 할 태도와 보호자 및 직원 관리에 대해 설명했다.
웨스턴동물의료센터는 수의사 56명을 포함해 약 160명이 근무하고 있다. 200억 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는 초대형 동물병원이다. 동물병원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다빈치 X 로봇 수술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수의사 최초로 다빈치 X 집도의 과정 인증을 수료했다”며 관련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 원장은 보호자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보호자의 컴플레인에 원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 직원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명확한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직원들이 원장 뒤에서 보호자를 응대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보호자에 대해서는 상황을 기록하는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사이버 테러’에 대해서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운영에 대해서는 “착한 것과 만만한 것은 다르다”며 원장이 병원의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이 성장할수록 각종 민원이나 세무조사 등 외부의 관심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보다 병원 운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홍 원장은 “병원은 원장의 그릇만큼 커진다”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병원을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너무 힘들다면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며 자신의 역량과 상황을 고려한 경영의 중요성을 전했다.
직원 관리에 대해서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는 동시에 구성원 간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행보다 내가 잘하는 것”
고양이에 집중한 이미경 원장의 경영 철학
이미경 고양이병원 소설 원장은 30년 이상 임상 경력에 걸쳐 ‘고양이 진료에 집중하는 병원’을 만들어 온 과정을 소개했다.
고양이 진료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시장의 유행을 좇아서가 아니었다. 고양이 진료 자체가 재미있었다. 오랜 기간 진료하면서 보호자들과 쌓아온 신뢰가 있었다. 이 원장은 병원의 방향을 결정할 때 “내 강점, 고객과의 신뢰, 시장의 요구가 겹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양이병원 소설은 대기 공간의 냄새와 진료 방식, 공간 구성, 수익 구조까지 고양이의 특성에 맞춰 설계했다. 고양이의 불안을 낮추면서 안정적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병원 환경을 조정했고, 진료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매우 조용한 병원 환경을 유지하면서 내원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진료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이미경 원장은 병원 경영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만큼이나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응급진료나 고난도 외과 등 모든 진료를 병원에서 수행하기보다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필요한 경우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병원 소설의 주요 진료 영역은 프리미엄 건강검진과 만성 질환 관리다. 이미경 원장은 “고양이의 시간을 진료한다”는 경영 철학을 소개하며, 한 고양이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병원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건강할 때부터 검진을 통해 개체별 기준선을 만들어두면 이후 작은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고 장기적인 관리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의사가 모든 것을 알고 있을 수는 없다’며 모르는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공부하는 자세도 강조했다. 상급병원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병원의 이익보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고양이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테크니션 등 전문 인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진료 대상에 맞는 역량을 가진 팀을 구축하는 것이 병원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30명에서 100명 조직으로..여승학 원장이 말하는 ‘시스템 경영’
여승학 비엔동물전문의료센터 원장은 직원 관리와 HR(인적 자원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병원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 시스템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4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비엔동물전문의료센터는 직원 수가 30명에서 60명, 100명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업무 시스템과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여 원장은 특히 직원 수가 증가할수록 원장 개인의 경험이나 구두 지시만으로 병원을 운영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비엔동물전문의료센터는 차트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 직무별 업무 매뉴얼 구축, 교육 자료 제작 등을 통해 조직 운영을 체계화했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바탕으로 차트 프로그램 기능을 개발하는 등 진료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기도 했다.
테크니션의 직급 체계도 세분화했다. 일반 테크니션부터 선임, 팀장, 부장 등 총 8개의 직급 체계를 마련해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과 성과에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선임 테크니션에게는 마취 모니터링 등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를 요구하고, 테크니션 총괄 부장에게는 수의사 초기 과장급에 해당하는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는 등 역할과 책임에 맞는 보상 체계를 구축했다.
교육 역시 ‘교육-테스트-상호평가’의 단계로 체계화했다. 여 원장은 “직원들에게 명확한 목표와 미션을 제시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 바쁠 것’이라는 예상이 아니라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결과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병원이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정하고, 구성원들에게 이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력 관리를 전담하는 HR Lead 직책을 새롭게 만들었다고 소개하며 “좋은 직원보다 나에게 맞는 직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인 원장이 주 2.5일 진료로 월 매출 1억 원
시스템으로 효율 높인 장봉환 원장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원장은 제한된 진료 시간에도 효율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진료 시스템을 설계한 경험을 공유했다. 1인 원장이 주 2.5일 진료를 하면서도 월 매출 1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장 원장은 자신의 건강 문제로 진료 공백을 경험한 것을 계기로 특정 수의사에게 의존하지 않는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오픈 진료실을 운영하고, 병원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응급·고난도 진료는 외부 전문병원으로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료 효율을 높였다. 입원 진료를 받지 않고 기본적인 예방의학에 집중하는 것도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약 조제기를 도입하는 등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예방의학 중심으로 진료 스케줄을 구성했다.
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시스템화했다. 환자 한 마리당 약 10분의 진료 시간을 확보하고, 진료 전 의료진이 차트를 확인하고 검사와 안내 자료 등을 미리 준비하도록 했다. 가격 등 보호자가 궁금해할 수 있는 내용도 사전에 안내하고, 병원 전화 대신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예약과 안내, 진료 후 설명 등을 진행한다.
예방 접종에서도 항체 검사를 먼저 제안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건강검진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장 원장은 보호자와의 관계에서도 작은 경험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의 생일이나 이별과 같은 순간에 작은 선물을 전달하는 등 보호자의 감정까지 고려하는 것이 동물병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병원은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동시에 보호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하는 직업”이라며, 결국 병원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