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대 대한수의사회장 선거가 오는 1월 15일(목) 열립니다. 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기호2번 우연철 후보는 대한수의사회 중앙회에서 30여년간 근무하며 수의사처방제 도입·확대 등 주요 정책 성과를 거뒀습니다.
우연철 후보는 ▲동물의료법 제정 혹은 수의사법 전부개정 ▲수의 분야 균형발전을 위한 교육·처우개선 ▲수의사회 조직 강화를 위한 직능단체·지부·분회 협업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Q. 후보자의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수의대에 들어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1993년, 한의사와 약사 간의 분쟁이 벌어졌다. 약사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고조되면서, 당시 수의계는 ‘수의사가 동물약을 판매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을 만들기 위해 절실히 움직였다. 저도 학생으로서 전국적인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했다. 이듬해인 94년에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수의사가 동물약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법과 정책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과정에서 대한수의사회 조직이 굉장히 열악하고, 수의사에게 응당 있어야 할 권한이 실제로는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 문제에 대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소가 ‘대한수의사회’라고 생각해 입사를 결정했다. 1997년 수의사 면허를 받고 그해 4월에 곧장 대한수의사회 사무처에 입사했다. 대수에 수의사가 신입 사원으로 들어온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들어와 30년을 근무했다. 수의학 전체의 현황과 문제를 조직적으로 다루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특이한 수의사인 셈이다. 저 스스로 ‘정책 수의사’라 자부하는 이유다.
Q. 이제껏 수의사회나 수의계에 기여한 일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소개해 주신다면
동물약은 전혀 모르는 약사들이 약에 대한 권한은 모두 가지고 있다는 문제가 대한수의사회에 입사한 계기였다. 동물약의 처방권, 사용권을 수의사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대한수의사회의, 저의 소명 중 하나로 생각했다.
이를 위해 수의사처방제를 법적으로 도입하고,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범위를 늘려나간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의사회에 근무하는 수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일이기도 하다.
수의사처방제 도입을 위해 수의사법과 약사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정부를, 국회를, 기득권을 가진 다른 당사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배웠다. 정말 지난했던 협의와 담판의 과정을 거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현재의 처방제가 약사예외조항이나 농장동물 백신의 처방대상 지정 문제 등 다소 부족한 지점이 있는데, 이는 제도의 완결성 측면에서 보완해나가야 할 문제다.
사실 30년 동안 동물진료비 부가가치세,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제한 법제화 등 많은 일이 있었다. ‘무슨 성과를 냈다’보다도 그 과정들이 기억에 남는다. 현안에 대응하다 보면 ‘아, 이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다. 많은 수의사들이 참여하고, 최선을 다하고,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했을 때다.
Q.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지금은 큰 전환기다. 수의계에게는 굉장히 큰 위기이기도 하다. 그 위기는 법과 제도, 정책으로 풀어가야 한다. 30년간 수의정책 대응을 담당했던 수의사로서 가장 적임자라고 자부한다.
수의사회원의 다수가 임상수의사고, 그 중에서도 반려동물 임상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지만 대한수의사회장은 특정 분야를 대표하거나, 특정 분야에서 성공을 척도로 뽑아야 하는 자리는 아니다.
수의계 전체의 균형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수의사가 대한수의사회장이 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
수의사회에서 대한수의사회장이 가져야 하는 자세, 리더십, 역량도 충분히 연마했다고 생각한다. 전국을 돌며 회원분들을 만나 1,083명의 추천을 받았다.
Q. 현재 수의사회가 처한 다양한 문제 중 가장 중요한 사안은 무엇인가? 그에 대한 해결 방안도 궁금하다
내가 대한수의사회에 들어왔던 1997년이나 지금이나 수의사의 업무나 권한을 담은 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의사법, 축산물위생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동물보호법, 약사법 정도다. 반면 30년이 지나는 동안 의료계에는 40개가 넘는 법이 생기고, 관련 조직도 엄청나게 발전했다.
우리는 우리의 업무를 제도적으로 표현해내는데 굉장히 미숙했다. 관심도 적었다. 반려동물 임상도 수의사 분들의 기울인 각고의 노력 끝에 이만큼 발전했지만, 그 권한과 가치를 법으로 뒷받침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명확한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반면 수의사법의 목적은 그저 수의사의 기능을 다루는데 그치고 있다.
이를 우리 수의사들에게 필요한 내용과 형태를 갖춘 종합적인 법으로 바꿔야 한다.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동물의료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지, 수의사의 권한과 의무를 어떻게 규정할지, 어떻게 실행에 옮겨질지 고민이 부족하다. 그저 현행 수의사법의 허술함에 대한 막연한 해법으로 거론할 뿐이다. 정책을 전문으로 해온 수의사가 정확하게 대응하고, 수의사에 미칠 영향과 발전방향을 가늠해야 한다.
이러한 법 정비는 수의사들에게 앞으로 3~40년에 걸쳐 사회적 소명을 다할 수 있게 만드는 통로이자 먹거리가 될 것이다.
Q. 이번에 당선된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 임기 동안 수의계 현안 대응의 최일선에 서게 된다. 진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공동물병원, 공익형 표준수가제에 대한 입장과 대응 방안은
사실 수의사회에 오래 있으면서 국정과제라는 것 자체를 많이 봐왔다. 문재인 정부든 윤석열 정부든 반려동물 관련 내용이 국정과제에 있었지만, 제대로 실현된 것은 사실상 없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공약이나 국정과제도 실현되지 않았고, 불리한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불리한 내용은 일부 규제로 반영되기도 했다. 진료비 공개가 이에 해당하는데, 논의 과정에서 ‘반대, 반대, 반대’만 반복하다가 일부 실현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공동물병원에 대해서는 명확한 개념을 기반으로 현실에 맞게, 수의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공공기관이 직접 만들어 운영하지 않아도, 사회 전체에 이득을 주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공공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직접 공공동물병원을 만드는 대신 바우처 형태 등으로 그 재원을 공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꿀 수 있다.
물론 수의사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부분은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표준수가제는 동물의료에 공보험이 없고, 국가도 공공의료에 준하는 법과 조직을 갖추지 않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제도다.
사실 정부도 표준수가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 ‘공익형’이라는 단서를 단 것이다. 정부가 동물병원의 진료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차원 정도로 본다. 어떻게 동물의료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지가 중요하다.
Q. 최근 반려동물 관련 주무부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두고 대통령이 화두를 제시했다. 이에 대한 입장과 대응 방안은
이 논란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 예전에 동물보호단체들이 환경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동물의 애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관장하는 부서가 환경성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동물에 대한 정책을 기능적으로 나누고 있다. 바다 동물이면 해수부, 가축은 농식품부, 야생동물은 환경부가 하는 식이다. 동물의료도 기본은 수의사법이고 수의사법은 농식품부가 관리하지만, 야생동물의료의 당사자는 환경부에 가깝다. 동물의료도 일원화된 관리체계가 아닌 셈이다.
대통령은 정부 부처의 여러 체계를 고민하는 가운데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적을 했지만, 단순히 어디로 업무를 옮길 거냐, 칸막이를 어디로 옮길 거냐는 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일본은 총리실에서 원헬스를 컨트롤하는 기구를 따로 두고 있다. 우리도 필요하다면 그런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동물 관련 업무를 너무 많은 부처가 쪼개서 하고 있으니,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리할 조직이 필요할 수 있다.
동물의료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어떤 동물에게 동물의료·복지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베풀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다만 그간 관련 전문성이 전혀 없던 성평등가족부까지 거론되는 것은 무지의 극치다. 이재명 정부뿐만 아니라 그간 우리 사회와 정부가 동물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바라봐 왔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낸 장면이었다.
Q. 대표적인 공약을 3가지 소개해 주신다면
1. 앞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가장 기본이 될 법제화가 우선이다. 수의학과 동물의료에 대한 국가의 철학과 사회적 지향을 명확히 담은 동물의료법의 제정 혹은 그에 준하는 수의사법 전부개정이 필요하다.
자가진료, 사무장병원을 포함한 진료권 문제도 그 안에서 해법을 찾겠다.
2. 수의 분야의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수의학이 가진 사회적 가치는 임상뿐만 아니라 공중보건·방역·검역·동물복지에도 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임상만으로는 수의학과 수의사 면허에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할 수 없다.
젊은 수의사들의 기피 현상이나 학문 발전의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수의대 입시에서부터 출발해 면허 제도에 대한 판단, 극적인 처우개선,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소명과 보람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를 위한 단초가 수의학 교육에 있다. 정부가 그간 수의과대학 교육을 교육부 차원에서만 다뤘다면, 수의사를 양성하는 실용학문으로서 농식품부는 물론 보건복지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현업 부처가 수의대를 직접 지원하여 수의사가 해당 부서가 관할하는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수의사회 자체의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동물병원협회, 고양이수의사회 등 각 직능의 대표 단체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그 과정 속에서 더욱 직능이 발전할 수 있도록 모멘텀을 만들겠다.
비록 대한수의사회에 많은 권한이 있지 않지만 소임상수의사회, 돼지수의사회 등이 국가 단위의 정책 논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정부-민간-학계가 참여하는 수의학발전 TF를 가동해 각 직능의 수의사와 정부 담당자, 학계가 분기 혹은 반기마다 모여 의제를 설정하고 의견을 나누며 실행계획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법제화까지 함께 추진하는 형태를 확립하겠다.
공공동물병원과 같이 수의계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지자체의 움직임에 대응하려면 지부·분회 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연수교육이나 회원 징계 등의 권한도 지부와의 협업을 통해 나누겠다.
Q. 이번 선거는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다른 후보자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현안이나 문제를 도출하는데 있어서는 대부분의 수의사 분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만큼 차이가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정책이 가진 속성, 현행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 실현까지 이르는 절차와 기제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작금의 위기상황에는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 그러한 전문가가 대한수의사회장을 맡아야 한다.
Q. 선거에 임하는 포부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치고자 한다
저는 수의사의 권한을 제도로 되찾고, 수의사의 삶과 미래를 바꾸는 근본적 변화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완수하겠다.
그동안 해왔던 일이자, 수의사로서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믿고 맡겨 주시면, 과정의 합당함을 함께 느끼며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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