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바로가기)에서 이어집니다.
Part4. 회사 대표가 된 수의사
옵티팜의 대표실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언제든 대표와 상의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옵티팜 사내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옵티팜 대표 김현일 수의사를 만났다.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김현일 대표님의 여정과 ㈜옵티팜의 이종장기 연구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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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사로 시작하여 어떻게 대표까지 되었나요?
처음에는 임상을 꿈꿨어요. 하지만 군대를 병역 특례로 가서 연구소에서 5년 근무를 했는데, 그때 연구에 재미를 붙였죠. 그렇게 첫 번째 직장에서 8년 8개월을 일했습니다.
두 번째 직장인 이 곳에 차장으로 입사해 1년 정도 일하다가 회장님께 진단센터를 제안했어요. 그렇게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동안 진단 전문 수의사로서 진단센터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다 덜컥 회장님이 경영을 맡아 보라고 하셔서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경영을 하고자 결정할 때 고민 따위는 없었습니다. 늘 경영자가 되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살았기 때문에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15년차 옵티팜 대표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Q. (공통질문) 경영자로서의 수의사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부분도 있나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보람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전 직원 82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리로 책임감이 크지만 회사가 성장했을 때 보람은 엄청납니다. 하루하루가 굉장히 재미있어요.
Q. 김현일 대표님의 하루 일과는 어떤 가요?
아침 7시 반에 출근해서 40분간 해외 사업을 위한 영어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와 있는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삶의 위치와 방향을 재점검하는 명상을 20분 정도 해요. 제 자리가 몸이 아닌 머리로 일하는 자리다 보니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죠.
8시 반부터는 커피와 함께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합니다. 전자 결재를 하고, 중요한 기사들은 에버노트 앱으로 스크랩하죠. 나머지 시간은 보통 미팅시간으로 채워집니다. 대표실 문은 항상 열려 있죠. 누구든지 상의하고 싶거나 물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든지 와서 미팅을 합니다. 짧은 미팅은 20건, 그 이외의 시간에는 미팅 예약을 잡아 놓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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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현일 대표님의 달력을 확인해보니 인터뷰 시점인 2월부터 3월까지 미팅스케줄로 꽉 차 있었다.
Part 5. 형질전환돼지들
옵티팜이 개발하고 있는 이종장기 형질전환돼지를 알아보기 위해 김현일 대표님과 동행하여 회사 내부를 탐방했다.

형질전환돼지를 보기 위해서는 건물 밖으로 나가서 ‘생명자원연구센터’라는 또 다른 입구로 들어가야 했다. 그만큼 외부 감염원으로부터 오염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별도의 소독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던 나는 바깥에서 모니터로만 검역실에 있는 형질전환돼지를 볼 수 있었다.
모니터로 보이는 검역실 내부는 최첨단 DPF시설로 모든 공기를 필터로 거르고, 섭씨 22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거의 완벽한 사육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따라서 형질전환돼지에게는 백신접종도 필요 없었다.
형질전환돼지 중에서 가장 유전자 편집이 많이 이루어진 개체는 8개 유전자가 편집되었다. 8개 유전자중 4개 유전자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Knock Out, 나머지 4개 유전자는 Knock In 되어 있었다. 곧 영장류에게 심장 이식이 진행될 개체였다.
모니터의 돼지들을 자세히 보니 농장의 돼지들과는 다르게 꼬리가 잘리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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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돼지 꼬리를 자르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돼지는 민감한 동물입니다. 암모니아 수치가 10ppm이상만 되어도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성이 증가하다 보니 꼬리를 보면 깨물어서 출혈이 생기고 상처를 통해 감염이 생깁니다. 그래서 농장에서는 꼬리를 자르죠.
하지만 우리는 스트레스가 없어요. 꼬리가 있어도 깨물려고 하지 않죠. 농가의 돼지들과는 다르게 작업하는 사람들과도 유대가 있어서 사람 곁을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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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형질 전환 돼지가 연구원을 졸졸 따라다니고 연구원에게 장난치는 것을 보며 연구원과 정서적 교감이 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매일 하루 2번 검역실 청소를 하며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형질전환 돼지의 배아를 현미경으로 보았다. 동그랗게 여러 개의 배아가 붙어 있는 상태였다. 곧 2세포기, 4세포기를 거쳐 난할의 과정을 거칠 아이들이다.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공여세포를 난자 안에 넣고 세포를 융합시켜 공여세포의 핵이 들어간 원셀상태(수정란처럼 보이는 상태)로 만든다. 이렇게 만든 배아를 체외에서 배양하면 세포가 분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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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종장기 연구 개발의 현 위치가 궁금합니다
옵티팜은 매출 이익의 대부분을 R&D 예산에 투자하고 있어요. 국가 연구비 지원을 통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죠.
형질전환돼지의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할 때는 수의사가 아닌 의사가 직접 돼지의 심장을 적출하여 영장류에 이식하는 수술을 합니다. 수의사가 하면 좋겠지만 아직 수의학계에서 심장 이식이나 간 이식 수술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고, 훗날 최종적으로는 돼지 장기를 사람한테 이식해야 하기 때문인 점도 있죠.
이종이식수술이 진행될 때에는 수의사도 참관합니다. 나중에는 수의사가 적출하고 의사가 이식하는 것으로 진행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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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대 학생으로서, 언젠가는 이종장기이식 시장이 성장해 외과 수의사와 외과 의사가 협업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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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팜의 동물임상평가센터와 생명자원연구센터를 탐방하며 다양한 수의사들을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일부 수의사들은 컨설팅 수의사에서 진단수의사로, 진단수의사에서 경영자로 과감히 진로를 바꿨다. 아직 학생의 시각에서는 이직에 대한 생각이 유연하지 않았기에, 이들의 도전에 놀라웠다.
하지만 옵티팜의 수의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무리 안정적인 직업이라 해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의사에게 진로란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향과 가치관에 맞는 분야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여정이다. 학생기자단은 오늘도 진로 고민에 도움이 되고자, 수의사라는 모험에 선배들과 동행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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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서 기자 wendy224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