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형질전환돼지 신장 이식 임상시험 첫 허용…우리나라도 쫓아간다

실험동물학회 동계심포지엄에서 이종이식 특별 심포지엄 개최..옵티팜 형질전환돼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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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형질전환돼지의 신장을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최초로 승인했다. 미국과 함께 형질전환돼지 이종이식 연구에 앞서가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의 이종이식 연구는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뉴욕타임스

미국의 바이오기업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자회사 Revivicor)가 FDA로부터 형질전환돼지를 활용한 신장을 신부전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고 3일(월) 밝혔다.

미국 FDA가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정식으로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와 함께 형질전환돼지 이종이식 연구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경쟁사 ‘이제네시스(eGenesis)’가 지난해 3월, 10개 유전자를 조절한 형질전환 돼지를 신부전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이식한 것을 시작으로 형질전환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현재까지 3명이다. 다만, 더 이상 다른 대안이 없는 환자에게 의사가 최후의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FDA가 승인했던 경우였고, 정식 임상시험은 아니었다.

미국은 레비비코(Revivicor)와 이제네시스 2개 회사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형질전환돼지의 장기(심장, 신장) 이식을 시행했다. 2022년 첫 번째 심장 이식 환자는 57일 생존했고, 2023년 두 번째 심장 이식 환자는 86일 생존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형질전환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세 번째 환자인 앨라배마주의 53세 여성은 현재까지 살아있다.

FDA가 정식 임상시험을 허가한 만큼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한 이종이식 연구는 앞으로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상시험에는 레비비코와 이제네시스가 참여한다. 레비비코는 우선 6명에게 신장을 이식해 본 뒤 임상시험 대상 환자를 50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제네시스는 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신장 이식을 시작한다.

미국이 형질전환돼지 신장 이식에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현재 약 10만 명의 신장 이식 대기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신장이식 수술은 2~3만건만 시행되고, 매일 10명 이상이 신장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다.

우리나라도 약 5만명 이상의 환자가 장기 이식을 대기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과 함께 이종이식 연구를 대대적으로 해온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점이다.

옵티팜 김현일 대표
윤익진 대한이종이식연구회 회장(건국대 교수)

6일(목) 열린 2025 한국실험동물학회 동계심포지엄에서 이종이식에 대한 특별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美 FDA가 형질전환돼지 신장 이식 임상시험 허가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단 3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옵티팜 심주현 박사, 옵티팜 김현일 대표, 대한이종이식연구회 윤익진 회장, 연세대 한규현 박사가 연자로 나서 각각 ▲How to make transgenic pig for xenotransplantation ▲Transgenic type of miniature pig for xenotransplantation ▲The results of xenotransplantation for transgenic type ▲Future transgenic type to improve the results of xenotransplantation을 주제로 강의했다.

옵티팜은 전 세계적으로 레비비코, 이제네시스와 함께 8개 이상의 유전자를 편집한 형질전환돼지를 보유한 회사 중 하나다.

돼지 장기의 이식을 위해서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돼지의 유전자를 찾아 제거(Knock-Out(KO))하고, 환자 몸에서 면역반응 및 염증반응을 덜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 유전자를 찾아 삽입(Knock-In(KI))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돼지의 4개 유전자를 모두 KO한 형질전환돼지(QKO-Quadruple Knock Out) 개발에 성공한 옵티팜은 여기에 사람 유전자 4개(CD55, CD39, CD46, TBM)를 삽입해 총 8개 유전자를 편집한 형질전환돼지를 보유하고 있다.

레비비코와 이제네시스는 10개 형질전환 돼지를 보유 중인데, 옵티팜도 곧 10개 형질전환 돼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옵티팜의 10개 유전자 형질전환돼지의 유전자 편집 조합은 세계 최초다(QKO+6KI). 참고로 이제네시스의 10개 형질전환돼지(HuCO)는 3개의 돼지 유전자를 KO한 뒤 사람 유전자 7개를 KI했다(TKO+7KI).

옵티팜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26년까지 12개 형질전환 돼지 확보를 목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이종이식원료 동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형질전환 유전자의 개수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종이식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2개사가 10개 형질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옵티팜도 10개 형질전환돼지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윤익진 대한이종이식연구회 회장은 “10개의 형질전환으로 임상에 적용할 가장 적당한 돼지가 결정됐다고 보면 안 된다”며 “현재의 장기기증용 돼지의 품종, 필요 형질전환의 수, 꼭 들어가야 할 형질전환의 종류가 확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이종이식 연구에서 미국이 앞서 나가고 한국이 그 뒤를 쫓고 있는 가운데, 일본, 폴란드, 중국 등도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부터 5년에 걸쳐 380억 원을 투입해 ‘이종 장기 연구개발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장, 심장, 각막에 대한 비임상실험이 시행 중이고, 이종피부, 이종췌도, 이종각막에 대한 임상시험이 추진될 예정이다. 2026~2027년에 IND 승인을 거쳐 임상 연구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공동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앞으로도 이종이식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늦게 이종이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중국은 이미 여러 곳에 연구 센터를 설립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1967년 세계 최초로 심장 이식이 성공했는데, 첫 환자가 18일 생존했다. 지금은 10년 이상을 산다”며 “이종이식이 이제 임상을 시작하는 단계다. 어떤 유전자·요인이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고 연구하면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종이식 연구자들이 함께 치열하게 논의해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돼지의 장기를 이식받아 행복하게 사는 미래를 꿈꿔본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한규현 박사, 심주현 박사, 김현일 대표, 윤익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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