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 논의 시작..반대에도 ‘답정너’로 시행될까
동물의료 제도개선 TF 발족 및 첫 회의 개최
정부가 추진 중인 동물의료 제도 개편이 ‘논의’의 외형을 갖췄을 뿐, 사실상 결론을 정해둔 채 속도를 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익형 표준수가제’의 경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동물의료 제도개선 TF 발족 및 첫 회의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 공공 동물병원 조성 방안 논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가 ‘동물의료 제도개선 TF’를 발족하고 29일(수) 첫 회의를 개최했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에 따라 높아지고 있는 동물의료 서비스 향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TF를 구성했다”며 “동물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물의료제도개선TF는 정부, 학계, 수의계, 소비자단체, 지자체 관계자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 형태로 운영된다. 운영된다. 첫 회의에는 대한수의사회, 한국동물병원협회, 수의대,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연맹, 손해보험협회, 동물자유연대, 서울시 및 펫보험회사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이번 TF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 방안 ▲공공동물병원 조성 ▲펫보험활성화 등을 포함한 동물의료 육성·발전 종합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과 공공동물병원 조성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 부분에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취약계층 등 지원을 위한 공공동물병원을 조성하고, 공익형 표준수가제를 도입해 민간 상생동물병원 400개소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공동물병원에 표준수가제를 우선 도입하고, 이후 표준수가를 반영하겠다는 민간 동물병원을 ‘상생동물병원’으로 지정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일부 병원(공공동물병원+민간 상생동물병원)에만 수가제를 적용함으로서 ‘표준수가제 공약도 달성하고 일선 동물병원의 불만도 잠재우겠다’는 심산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한 번 수가제가 도입되면, 농식품부 입맛대로 제도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당장 진료비 게시제만 봐도 그렇다. 게시 항목을 계속 늘려가고 있고, 하루아침에 ‘홈페이지에도 진료비를 게시하라’고 정해버린다. 지자체 사례지만, 공공동물병원도 진료항목, 진료대상, 진료시간을 지역 동물병원과 논의 없이 마음대로 확대하고 있다.
애초에 ‘공익형’이든, ‘일반형’이든 ‘수가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 정해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그런데 ‘공익형 표준수가제는 무조건 시행할 건데, 어떻게 할래?’라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겉으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민관 협의체’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수의사회까지 포함해 여러 단체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명분을 만들고, 결국에는 정부의 입장을 관철시킬 가능성이 있다.
정책 추진의 방향은 고정된 상태에서, TF는 사실상 ‘절차적 장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미 농식품부는 지난 2023년, 민관합동 동물의료개선TF를 운영한 바 있다.
3월에 TF를 구성하고 회의를 거친 뒤, 그해 말 ‘동물의료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상급동물병원 체계, 전문수의사(수의전문의) 도입 등이 개선 방안에 담겼지만, 수의계의 의견이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그렇게 만든 상급동물병원, 수의전문의제도 계획 조차 현재 논의가 멈춘 상태다.
그런데, 3년 만에 비슷한 TF를 재차 구성한 뒤 이번에는 대통령 공약인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을 논의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동물의료에 대한 깊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발표 계속 미뤄진 동물의료육성발전종합계획에도 표준수가제 내용 담길 듯
2023년 10월 공포된 수의사법 개정안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동물의료의 육성·발전 등에 관한 종합계획(동물의료육성발전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지난해 이미 초안까지 다 마련됐고, 농식품부도 “2025년 안에 첫 번째 동물의료 육성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현재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대통령 공약이었던 ‘공익형 표준수가제’, ‘공공동물병원’이 전면에 등장했고 종합계획 안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욱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동물의료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충분한 소통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디 이번에는 ‘답정너’ 식의 ‘명분 쌓기’ TF 운영이 아니라, 진정으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