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찬 차기 소임상수의사회장 `농가와 수의사가 자주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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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창립한 한국소임상수의사회가 10일 정기총회를 열고 신종봉 초대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을 선임했습니다.

차기 회장직을 맡게 된 김영찬 원장은 수의사 10명 규모의 소 진료 전문 동물병원 ‘서울우유 파주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구제역 발생을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김영찬 차기 회장을 데일리벳이 만나 소임상수의사회와 국내 소 임상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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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임상수의사회 김영찬 차기 회장

Q. 차기회장 선임을 축하한다. 취임인사말에서 한우의 초유급여 관련 문제를 언급하셨는데.

앞으로 소 임상수의사들이 해야 할 일은 한우에 있다. 젖소에서는 대략 70% 정도 허드(Herd) 컨트롤 개념이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한우에서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어린 송아지에서의 설사병과 호흡기질환이다.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약을 써도 폐사하는 개체가 생기며, 살아도 증체량에 문제가 있어 농가에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한우의 초유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송아지가 제대로 면역력을 갖추려면 생후 12시간이내에 초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초유를 잘 먹은 송아지는 설사병에 걸리지 않거나 걸려도 한 번의 처방에 쉽게 회복된다.

그러려면 1.5~2kg의 초유가 필요한데, 국내 한우의 평균 초유량은 600cc가 못 된다. 초유섭취가 부족한 송아지는 평생 장염과 호흡기질환을 달고 사는 허약한 개체가 된다.

이는 전국적인 문제다. 어느 농장이든 100마리 중 3~4마리 정도는 꼭 이러한 문제를 겪는다.

만약 초유와 송아지의 면역력, 설사와 호흡기 관련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면 평균 30개월 수준인 출하일령을 26, 27개월까지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그로 인해 절약되는 사료비용과 농가의 경제적 이득은 엄청날 것이다.

농가를 위해 수의사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Q. 반려동물 임상계에서는 자가진료, 자가진료와 연계된 불법진료, 동물병원 의약품의 이면유통문제 등이 현안으로 지적된다. 소임상수의사회도 이러한 문제가 있는지.

지금은 축산농가에 질병이 있어도 질병이 숨어버린다. 농장에서 무슨 문제가 있다 싶으면 동물약품도매상에 가서 약을 사다 쓴다. 무슨 질병인지도 모르고 주먹구구식으로 하다 보니 죽거나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 가축이 된다.

초기에 수의사가 봤으면 괜찮을 일도 그렇다. 농가와 수의사가 가깝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워 지려면? 자주 봐야 한다.

파주진료소의 경우 각 농가에 최소 월 2회씩 방문한다. 형식적인 방문이 아니라 갈 때마다 가축을 자세히 관찰하고 상담해준다. 인근 젖소농가는 물론 최근에는 한우농가 사이에서도 이러한 정기검진 시스템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게다가 농가방문뿐만 아니라 각종 축산 관련 행사나 경조사에서도 농가를 만난다. 그러다 보면 친해진다.

농가와 수의사가 흉허물이 없어지고 자주 방문해 가축을 관찰하면, 문제가 생기면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신뢰관계가 쌓이면 농가 스스로도 솔직히 질병문제를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

그러면 그에 맞게 질병문제를 해결해주면 된다. 진료수익도 자연스레 발생한다. 농가도 질병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다.

 

Q. 최근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축질병공제제도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

농가와 수의사가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가축질병공제제도나 국가예산 공수의 재도입 등의 현안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이러한 정책은 수의사 스스로 나서서 주장할 사안은 아니다. 농민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요구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아직 농가들은 공제제도를 하면 뭐가 좋은지 잘 모른다. 아무도 설명을 안 해줘서 그렇다. 결국 그것도 수의사의 책임이다. 계속 교육하고 설득해야 한다.

 

Q. 공제제도 도입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가축전염병 방역이다. 일선 수의사들이 자주 농가를 방문하면 전염병을 조기에 검출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정부가 방역예산은 예산대로 쓰면서 구제역 등의 가축전염병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것은 ‘초동방역’이 안 돼서다. 여기에 임상수의사들의 역할이 있다.

공무원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농가들은 공무원에게는 솔직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자칫 불이익을 보거나 행정처분을 받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가와 임상수의사가 한 달에 몇 번씩 만나며 신뢰관계를 쌓으면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수의사가 자주 가 본 농장에서는 질병 문제가 있으면 바로 알아챌 수 있다.

방역은 축산업뿐만 아니라 공중위생과도 직결된 문제다.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가축전염병이나 인수공통감염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하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이다.

 

Q. 앞으로 소임상수의사회의 활동에 주안점은 무엇인가

수의사를 위해서 하는 일보다 농가들을 위한 일이 더 중요하다. 농민들이 수의사를 더 필요로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소들이 이상한데 약품도매상에 가서 물어보긴 쉽고 수의사에게 물어보긴 꺼리는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그러려면 농가의 경제적인 손실을 막아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의진료서비스를 확실히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축질병공제제도 등의 도입이 필요한 것이다.

진료서비스에는 비용이 필요한데 농가가 모두 부담하기 쉽지 않고, 기왕 방역예산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병은 병대로 터지는 상황에 농식품부도 답답하리라 생각한다.

때문에 정책을 잘 세워서 해당 재원을 활용하고 수의사의 호응을 유도한다면, 농민도 이득을 보고 수의사들도 보다 바빠질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축산관계자 의무교육에 참여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농가교육을 늘리고자 한다. 수의사를 통한 질병관리의 필요성을 교육할수록 농가 순응도는 올라간다. 당장 진료지출이 많아지는 것 같지만 질병 예방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농가도 이익을 볼 수 있다.

 

Q. 전국의 소 임상수의사분들께 마지막으로 전하는 말씀이 있다면

각 축종별 임상을 대표하는 단체로 소임상수의사회가 마지막으로 결성됐다. 소 임상에서 미래의 해답은 이미 나와있다. 농민들이 수의사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소임상수의사회는 소 임상수의사 여러분을 위해 존재한다. 적극적인 참여와 조언을 당부하고 싶다.

 

[인터뷰] 김영찬 차기 소임상수의사회장 `농가와 수의사가 자주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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