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남방큰돌고래의 도전

[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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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제주남방큰돌고래의 도전 : 김소리 변호사(동물권을 옹호하는 변호사 모임)

우리 법이 동물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어디까지 일까? 현재는 동물보호법에서 동물학대를 금지하는 등 미약하게 나마 동물의 생명과 복지를 신경쓰고 있다. 또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인데,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내용을 넣어 동물이 ‘생명’으로 취급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동물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서식지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면 스스로 이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으로 동물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되어 이를 행사하는 건 불가능할까?

국내에서 이와 관련한 실제 사건도 몇 차례 있었다. 오래된 사건으로는 ‘도롱뇽 소송’을 들 수 있다. 2003년 ‘도롱뇽의 친구들’이라는 환경 단체가 경상남도 양산시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을 원고로 내세워 경부고속철도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는 산양이 원고가 되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하여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처분 취소 소송이 제기된 바도 있다.

동물에게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인데, 안타깝지만 당연히(?) 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도롱뇽 사건에서 대법원은 “우리 법체계에서 자연은 권리가 없다. ..(중략).. 원심이 ..(중략)..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하여 동물이나 자연 그 자체는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아무리 동물의 생명이 소중하다지만, 동물이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 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동물이 소송 당사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가 꽤 있다. 대표적으로 2013년과 2014년에 있었던 아르헨티나의 오랑우탄 ‘샌드라’와 침팬지 ‘세실리아’의 소송이 있다. 동물원에 갇혀 있던 이들은 스스로를 풀어달라는 소송(인신보호영장청구)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이들을 소송 당사자로서 인정하고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심지어 자연 생태계 자체에 권리를 인정한 경우도 있다. 뉴질랜드의 ‘팡아누이 강’은 정부와 원주민들이 협정을 통해 위 강이 인간의 소유가 아니며 그 자신의 소유임을 규정했다. 강은 공식적인 후견인을 둠으로써 그 이익을 보호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제주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논의다. 제주도는 멸종위기종인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전문가 워킹그룹이 꾸려져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마련 중이다. 생태법인이란 인간 외에 생태적 가치가 있는 동물이나 자연환경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듯이 보호가치가 있는 동물 등 자연에게도 법인격을 부여하는 시도이다.

어디까지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는 모두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법적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시도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자연인과 법인 외에 새로운 권리의 주체를 만드는 것이므로 기존 법체계 내에서 이를 어떻게 녹여낼 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또,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를 부여할 지도 중요할 것이다. 적어도 생존을 위협하는 개발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는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이번 가을까지 초안을 만들어 공론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간 외에 자연 생태계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국내 최초의 시도인 만큼 뜨겁게 논의되길 바란다.

인간 중심의 법질서에 도전하는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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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남방큰돌고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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