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벳(VET)쳐: 외과수의사라는 모험]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엽경아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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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

삶은 크고 작은 모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의사라는 길을 선택한 우리는 때론 멈추기도, 달리기도, 누군가와 함께 걷기도 하며, 바른 방향을 찾아갑니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은 하루 동안 선배님(동료 수의대생)들의 모험에 동행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수의사들(개척해 나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 [어드벳(VET)쳐]에서 우리들의 특별했던 하루를 전합니다.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인터벤션&MIS센터장 엽경아 수의사의 하루는 오전 8시 45분 출근과 동시에 시작됐다.

08:53 AM 인수인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선생님의 하루에 동행했던 날, 입원 환자들의 대부분이 내·외과적으로 복합적인 질환을 앓고 있었고, 복잡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았다.

“인수인계 하겠습니다!” 오전 라운딩은 야간전담 원장님의 우렁찬 목소리로 시작됐다. 전날 당직 근무를 하셨던 테크니션 선생님 두 분, 수의사 선생님 두 분이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주치의가 있지만, 내과 혹은 외과 질환 환자로 따로 나뉘어져 있지 않았다.

엽경아 선생님은 다른 수의사의 예약창도 주시했다. 선생님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서 이런 도움이나 방법이 필요한지 협진을 계획한다. 선생님은 “제가 제시하는 방법이 필요한지 아닌지부터 디스커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09:30 AM 전화 상담

“너무 무서워하지 마시고, 검사 한번 받으러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식욕 괜찮고 예전처럼 걸어 다니고 뛰어다닐 수 있으면 환자는 별 문제없다고 보시면 돼요”

휴진일이었던 어제부터 밀린 상담 문의가 쇄도했다. 그렇지만 상담을 그저 급한 일로만 처리하지 않았다. 혹여나 자신의 반려동물이 잘못될까 노심초사 상담하는 보호자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보호자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옵션을 안내하려 했다.

V-clamp(TEER, transcatheter edge to edge) 수술 상담에서는 보호자에게 생소한 경식도 초음파를 보호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마취의 위험성을 우려한 보호자에게 마취제의 종류와 심도, 필요한 마취 시간에 대해 세세히 안내했다. 보호자가 모든 정보를 듣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선생님의 철학이었다.

10:45 AM 오후 치과환자 검사 확인 <처치실>

선생님을 따라 처치실로 이동한 학생기자단은 선생님께서 환자의 영상 사진을 확인하고 주치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오후에 있을 치과 환자가 나이가 많은 것을 고려하여, 마취약을 신중하게 정하기 위해 디스커션을 진행했다.

11:07 AM 입원 환자 상태 확인

이번에는 입원실로 선생님을 따라갔다. 입원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한 환자의 복부를 눌러 통증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다행히 이틀 전 진행됐던담낭 제거 수술이 잘 된 모양이었다. 다음은 두번의 장중첩으로 수술을 한 고양이 환자였다. 장이 중첩되면 소세지 같은 모양이 만져지는데, 복부를 만져보고 장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또 다른 환자는 선생님께서 오늘 내내, 특히 자주 확인했다. 지난 3월 승모판의 건삭파열로 폐수종이 생겼고, 빠르게 V-clamp 수술을 진행했던 환자였다. 심장 수술 당시, 장 근육층 유래 종괴가 함께 진단되었고, 아직 폐색을 유발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수술 후 4개월이 지났고, 그 동안 장 종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최근에 장 절제문합을 진행했다. 췌장염 경력까지 있어 수액을 맞고 저지방식이를 먹고 있었다.

환자 바로 앞에 밥이 있었지만 잘 먹지 않았는데, 선생님께서 직접 먹여주니 환자가 곧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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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 AM 인터뷰

V-clamp 수술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이 수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 수술만의 특별한 점이 실제 환자의 수술을 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점인데, 매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어떻게 다루시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복잡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많다 보면 보호자분들한테 설명해 드리는 과정도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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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pm 원내 식당 점심식사

오전 일정이 끝나고 선생님을 따라 학생기자단은 원내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배식 시간에도 선생님은 이선태 원장님과 환자에 대한 디스커션을 이어갔다.

1:31pm 원내 세미나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서는 점심시간 이후 30분간 모든 수의사가 참여하는 원내 세미나가 진행된다. 이날은 ‘canine putative cerebral microbleeds’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환자 케이스와 다양한 최신 논문들을 살펴보며, 수의사들간의 활발한 질의응답과 피드백이 이루어졌다.

2:20pm 경식도 초음파 검사

어제 폐수종 때문에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였다. V-clamp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선택(selection)이다. 경식도 초음파를 통해 바라본 판막의 상태가 이 수술에 적합한지 확인해야 했다.

경식도 초음파는 식도를 통해 심장을 가까이서 관찰함으로써 판막의 구조적 이상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3D 초음파 영상으로 나타난 심장의 모습을 놓고 세 명의 수의사가 꽤 오랫동안 의논했다. 영상박사님, 외과센터장 이선태 원장님 그리고 엽경아 선생님은 각자 분야에 입각하여 환자를 위한 최선의 대안을 제시했다. 선생님은 함께 디스커션한 의견을 취합하여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이날 경식도 초음파를 본 환자의 승모판의 실제 역류율은 80%였다.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가야 할 혈액 중 80%가 좌심방으로 새고, 체순환으로 나가는 혈액은 20%에 불과한 셈이다.

2D 영상에서는 심각해 보이지 않았지만, 3D 초음파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에야 환자 상태가 심각한 이유가 드러났다. 판막 일부 조직이 거의 소실되어 있었고, cleft가 곳곳에 관찰되어 구조적 손상이 심한 상태였다. 뒤쪽 판막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심한 역류를 보였다.

보통 앞쪽 판막에는 cleft가 없는데, 이 환자에서는 원형 판막륜을 따라 퇴행성 변화 때문에 cleft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면, 판막이 캔뚜껑처럼 찢어질 위험이 높았다. 현실적으로 V-clamp 수술은 불가능한 환자였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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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식도 초음파 영상을 보며, 세 분이서 어떻게 의견을 좁히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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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PM 노령견 치과 진료

14살 노령견이 오른쪽 눈 아래가 부어서 내원했다. 보호자 의뢰로 검진한 결과, 치근단 농양이 확인됐다. 심한 치석 침착과 구강 위생 불량, 다수의 치주염 치아를 보유하고 있었다.

검진 결과에 따라 전반적인 스케일링과 발치가 진행됐다. 선생님은 중등도 이상의 치주염이 있는 치아는 모두 발치하기로 결정했다. 나이가 들수록 마취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애초에 문제가 될 만한 치아는 모두 발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치료 전 치과 방사선 촬영을 실시하여, 보이지 않던 치근부 치주염을 확인했다. 주요 병소는 우측 상악 제4 전구치로, 해당 치아의 3개 치근 중 2개가 이미 심하게 흡수되어 있었고, 주변 치조골이 녹아 있는 상태였다. 발치 후 내부를 확인하니 농성 감염물질이 상악동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염증조직 제거 및 세척 후, flap 수술을 시행했다. 구강과 비강이 통하는 구멍이 남을 경우 음식물이 코로 넘어가 기도로 유입될 위험이 있어, 잇몸 점막을 절개·이동시켜 입코샛길(oronasal fistula)을 봉합했다. 송곳니 또한 치주염이 심해 추가 발치 및 flap 수술이 병행되었다.

이번 수술은 치과 수술의 특성상 완전한 멸균 환경은 불가능했지만, 철저한 구강 세정과 항생제 치료를 병행했다. 스케일링 후 구강을 세척하고,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 항생제 연고를 치주염 부위에 충전했다.

삶의 질이 올라간 환자는 이제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게 되어 체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하셨다.

3:50pm 경기수의컨퍼런스 강연 준비

선생님의 남은 일정은 내일 있을 경기수의컨퍼런스 강연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학생기자단은 오프라인 강연 및 웨비나에서 선생님의 강연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선생님의 강연 준비 과정이 더욱 궁금했다. 얼마전 진행됐던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 관련 웨비나에서 외과 및 내과를 통합한 강연도 매력적이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기자단에게 경기수의컨퍼런스 참여를 권해주셨고, 강의자료를 어떻게 준비하시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대외적인 강연과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것을 알았기에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임하시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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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자료 준비하시는데 얼마나 걸리시나요?

(공통질문)선생님 여기 오시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그럼 처음부터 계속 외과 수의사였나요?

(공통질문) 예전과 비교해서 현재 외과수의사으로서 감회가 어떠신가요?

(하지만 인터뷰 이후, 60세가 넘으신 이쿠야 에하라 선생님을 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고 전하셨다)

*   *

4:30PM 체험종료

엽경아 선생님은 퇴근 시간이 매우 유동적이기도 하고, 좀처럼 정시에 퇴근하는 일이 없으시다. 평균 저녁 7시에 퇴근하신다고 한다. 오늘 학생기자단이 함께하는 시간은 아쉽게도 여기까지였고, 나머지 시간은 컨퍼런스 강연 준비에 매진하겠다고 하셨다.

학생 때 컨퍼런스도 많이 가보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라는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과 함께 학생기자단과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엽경아 선생님께서 촬영해주신 학생기자단의 모습
강아지 환자가 걷게끔 유도하고 있는 학생기자단

체험을 마치며..

[최윤서 기자]

예과 2학년 MISYB 외과수의사 토크쇼에서 엽경아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되었다. 외과수의사가 꿈이기도 했지만, 선생님의 외과수의사로서의 가치관이 내 마음을 울렸다.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엽경아 선생님이 만들어가는 외과수의사가 너무 멋있었고, 닮고 싶었다.

선생님 토크쇼 강연 기사도 썼지만, 선생님께서는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실 지가 궁금해져 프로젝트로 후속기사도 이어 가고 싶었다. 토크쇼가 끝나자 그 자리에서 선생님께 말씀드려 우리의 프로젝트 기사가 시작되었다.

직접 현장에서 만나뵌 선생님께서는 삶이 온통 환자로 가득한 수의사였다. 여전히 배움을 즐거워하셨고, 인턴수의사를 성장시키는 것도 선생님 삶의 일부였다. 각 분야에서 월등하신 세 분이 경식도 초음파로 V-clamp 수술에 대한 디스커션을 나누는 장면은 아직도 생각난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옵션을 제시하고 그것을 수렴하여 보호자와 협의하여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것. 수의사도 보호자도 혼자가 아니다. 수의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보호자의 든든한 지원군이며, 수의사도 본인의 분야에 입각하여 다른 수의사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지원군이 될 수 있다.

아직 미미한 본과 1학년일 뿐이지만, 언젠가는 선생님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 배움을 즐길 줄 알고, 나눌 줄 알고, 누군가의 지원군이 되어 줄 수 있을 만큼 실력 있는 수의사가 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해졌다.

카메라를 든 학생기자단 3명이 아침부터 병원을 방문하여 온통 헤집고 다녔지만, 친절하게 대해주신 병원관계자분들께, 하나를 질문해도 열까지 대답해 주신 엽경아 수의사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강원정 기자]

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수술을 사랑하는 외과 수의사, 자라나는 새싹 수의대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엽경아 선생님을 처음 뵀던 건, 청주동물원 실습을 인연으로 참석했던 청주동물원 세미나였다. 이날 ‘흉강경 수술’에 대한 강연을 시작으로, 이후 한국동물원수족관회 총회에서 진행되었던’ MMVD 호랑이의 Vclamp’ 강연까지. 선생님의 강연에는 학술적 지식뿐만 아니라 외과 수의사로서의 직업에 대한 사랑, 마음가짐, 태도가 담겨 있었다.

평소 웨비나와 학회 강연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강연을 찾아듣던 중, 선생님께서 웨비나 강연을 하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고, 현재 데일리벳 지식나눔칸을 통해서도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베풀어주고 계신다.

선생님께서는 글 쓰고 말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하셨다. 또한 밴드 활동과 한국수의최소침습의학연구회(KVMIS)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신다. 선생님께서는 애정이 담긴 것들에 대해 그저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선한 방향성으로 열정 가득 실천하고 계셨다.

프로젝트를 제안한 윤서 덕분에 평소 존경하던 엽경아 선생님을 뵙고 이야기 나누며, 선생님의 하루를 직접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었다. 바쁘신 일정 중에도 조심스럽게 드렸던 수많은 질문들에 선생님께서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답해주셨다. 그리고 그 말씀들이 이 기사에 담겼다.

직업을 사랑하고, 직업에 대한 올바른 마음가짐과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선생님과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선생님처럼 선한 영향력을 주고, 베풀 수 있는 수의사가 되어 이 선순환에 함께 하고 싶어졌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 프로젝트 ‘어드벳쳐’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최윤서 기자 wendy2249@naver.com

강원정 기자 xormrrl6392@naver.com

[어드벳(VET)쳐: 외과수의사라는 모험]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엽경아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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