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한 번, 졸업 전에 중성화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부검, 농장동물, 수술 경험..AVMA 교육인증위원회가 지적한 약점 극복 노력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미국수의사회(AVMA) 교육 인증을 갱신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미국수의사회 교육인증위원회(COE, Council on Education)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인형 서울대 교수는 12월 30일(화) 세종 충북대 동물병원에서 열린 한국수의임상교육협의회 세미나에서 AVMA 재인증 과정의 핵심 이벤트를 소개했다. 농장동물 경험, 부검, 수술 집도 등 AVMA COE가 지적했던 서울대 수의대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
수의학 교육 인증의 의의가 인증 준비 과정에서의 교육 개선 노력에 있다는 점을, 반복되는 인증 갱신 과정을 통해 그러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부검·농장동물·수술 집도가 약점
인프라 개선, 외부 협력 확대..다각도 해법
서울대 수의대는 2019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AVMA 수의학교육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 이후에도 2022년 시뮬레이션 랩 기반 졸업 실기시험을 도입하고, 전임교원 6명과 임상교원 4명을 확충하는 등 교육 인력을 늘렸다. 올해 400억원 규모의 구 동물병원 신축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인형 교수는 “AVMA 실사단에게 서울대 수의대의 비전과 강점을 소개하는 동시에, 과거 지적된 주요 약점(Weak point)에 대한 개선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인증에서 서울대 수의대에 지적된 주요 약점으로 ▲부검 경험 부족 ▲말, 소형 반추류 등 농장동물 임상 교육 부족 ▲외과 수술 경험 부족을 거론했다.
부검은 수의과대학 자체적으로 규모를 늘리기 어려웠다. 이 교수는 “서울대에서도 반려동물 환자에 대한 부검은 연간 10건이 채 안 된다. 평창에서도 매년 늘어나고는 있지만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해법은 외부와의 협력에서 찾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협약을 맺고 학생들이 부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 교수는 “방학을 활용해 실습하더라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선택과목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안성 농협의 도축장과 연계한 도축검사 실습도 도입했다.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의 인프라와 교육 횟수도 늘렸다.
동문인 에스디바이오센서·바이오노트 조영식 의장의 기부에 본부 예산 지원을 더해 ‘바이오노트 실습동(BioNote Practice Barn)’을 새로 건립했다. 새로 지은 목장에 염소·양·알파카 등을 함께 도입하고, 교육용 말도 활용한다.
서울대의 평창 교육은 4개 학년(예1·본1·본3·본4)에 걸쳐 진행된다. 개론 성격으로 하루 농장 운영을 견학하는 예과 1학년에 이어 본과 1학년에는 삽입관(cannula)을 장착한 소를 활용해 1박2일에 걸쳐 해부·생리학 실습을 진행한다. 본과 3학년은 3박4일 동안 소의 보정·신체검사·채혈, 말의 신체검사 등을 다루는 기초임상실습을 벌인다.
본과 4학년은 임상로테이션의 일환으로 4박5일 간 평창에 머문다. 평창 대동물병원의 대관령 목장 진료 등을 동행하고, 인근 대동물수의사의 왕진에 함께 하는 날을 별도로 둔다. 입원환자나 소형반추류 진료에도 참여한다.
이 교수는 “4박5일 중간에 빨간 날(휴일)이 있어도 쉴 생각을 하거나, 다른 약속을 잡지 말고 올 것을 당부한다”며 실습 교육의 강도를 전했다.

봉사동아리 활동을 매개로 수술 교육이 진행된다.
봉사동아리 중성화 수술 확대
‘실제 집도 횟수는?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되나?’ 구체적 실사
학생의 수술 경험을 보는 척도는 중성화수술이다. 하지만 서울대 동물병원의 정규 환자로는 어린 반려동물에서의 중성화를 접할 기회 자체가 없다. 해법은 봉사에서 찾았다.
이 교수는 “동물의료 봉사활동을 늘리고, 봉사단이 벌이는 중성화 수술을 학교 교육의 일환으로서 집계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수의대 봉사동아리인 나눔회, 팔라스의 활동이 중심이다.
서울대가 지원하는 사회공헌형 교과목, 연구성과사회환원 프로그램도 활용했다. 연간 1천만원가량의 예산을 확보해 봉사활동에 활용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보고를 위해서도 통계작업이 필요했다”며 “암컷 중성화만 따져도 연간 250마리 정도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한 학년이 50명이니 1인당 5차례 정도의 기회가 있는 셈이다.
백신 접종은 보호소 현장에서 하지만, 수술은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실시한다. 보호소 동물을 데려와 학교 환자로 등록하되 진료비는 전액 감면하는 구조다. 정규 설비에서 흡입마취 하에 수의사와 학생이 함께 수술한다.
이 교수는 “학생이 중성화수술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수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케이지에서 꺼내 보정하고, 신체검사하고, 채혈하고, 검사기기를 사용하고, 결과를 판독하고, 카테터를 잡고,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하고, 마취하고, 수술하고, 회복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한다. 임상의 기본 역량을 아우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VMA COE의 실사는 보다 구체적이었다. 학생들이 집도·보조·마취 등을 어떻게 나누는지, 실제로 ‘집도의’를 맡은 횟수는 얼마나 되는지를 체크했다. 봉사 형태의 교육인만큼 ‘원하지 않는 학생은 안 할 수도 있는 건지’까지 물었다.
연간 250마리에는 매년 9월 학생들이 직접 보호소 동물을 수술하는 ‘중성화 주간(spay-neuter week)’의 실적도 포함되지만, 봉사 참여에 얼마나 적극적인지에 따라 개별 학생이 얻을 수 있는 경험에 편차가 발생하는 점도 사실이다.
이인형 교수는 “11월 실사 이후 AVMA COE로부터 ‘적어도 졸업 전에 1회 이상 집도의(main surgeon)로서 중성화수술을 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서면을 받았다”며 “이번 재인증을 통과하더라도 다음 인증 과정에서 또 체크될 사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는 물론 각지의 수의과대학이 현지 관공서, 동물보호단체와 힘을 합쳐 중성화수술을 진행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