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은 한 해의 진료 성과를 결산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다가올 새해의 병원 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2026년 업무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호를 위한 ‘노동존중 3대 패키지 입법’ 추진을 천명하며, 소위 ‘가짜 3.3% 계약’으로 불리는 위장 고용 의심 사업장에 대한 감독 강화를 예고했다.
또한 OECD 평균 수준(1,700시간대)으로의 실노동시간 단축을 목표로 장시간·야간 노동자 보호 및 포괄임금 오남용 사업장에 대한 현미경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 기조 하에서 2026년의 인사 노무 관리는 형식적인 서류 구비를 넘어, 실제 운영의 적법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 관행적으로 용인되던 포괄적인 임금 계약이나 모호한 근로시간 관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2026년을 대비하여 동물병원이 반드시 점검해야 할 주요 노무 이슈와 실무적 대응 방안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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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괄임금제 약정의 유효성과 고정OT(고정연장·야간·휴일수당)의 재정비
동물병원은 진료 시간과 당직 업무의 특성상 연장근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행정 편의를 위해 기본급과 제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월 급여 000만 원(모든 수당 포함)’ 형태로 계약하는 이른바 ‘포괄임금제’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법원과 노동부의 입장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포괄임금 약정의 유효성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추세다. 출퇴근 시간이 명확한 동물병원의 경우, 향후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제로 판단될 리스크가 존재한다.
따라서 막연한 포괄임금 계약보다는 ‘고정OT’를 명확히 설정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임금의 구성 항목을 기본급과 고정연장근로수당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해당 수당이 몇 시간의 연장근로에 대한 대가인지를 근로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30시간분의 고정 OT를 설정했다면 월 30시간분의 고정 OT에 대한 정확한 수당을 산정하여 기입한다.
□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급여 체계 및 보상 구조 개선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은 병원의 인건비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신규 입사자의 급여를 인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존 경력직 직원과의 임금 격차가 좁혀짐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신규 입사자의 급여는 인상하되 경력직 근로자의 인상률은 낮추는 방식, 즉 하후상박 식의 인금 인상은 장기 근속자의 사기 저하와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단순 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를 직무와 숙련도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기본급은 최저임금 상승분을 반영하되, 동물보건사 자격 수당, 야간 당직 수당, 수술 보조나 고객 응대 숙련도에 따른 직무 수당을 별도로 신설하거나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을 제어하면서도 구성원에게 명확한 성과 보상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와 필수 기재 사항 점검
단순히 지급 총액만 기재된 임금명세서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핵심은 ‘계산 방법’의 명시다.
앞서 언급한 고정 OT를 운용하는 병원이라면, 임금명세서에 연장근로수당의 산출 근거(통상시급 × 가산율 × 인정시간)가 상세히 기재되어야 한다. 또한 매출 기반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경우, 해당 인센티브가 평균임금 산정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따라 퇴직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확한 명기가 필요하다.
급여 프로그램이나 엑셀 수식을 정비하여 매월 정확한 계산 내역이 담긴 명세서를 교부하고, 그 발송 이력을 보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휴일 진료와 휴일 대체 합의서의 적법성 확보
주말 및 공휴일 진료가 필수적인 동물병원의 특성상,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관공서 공휴일 근무에 따른 가산수당(1.5배) 지급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병원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를 합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휴일 대체 제도’의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공휴일 근무를 평일 근무와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점은 적법한 절차다. 병원 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근로자 대표와 ‘휴일 대체 합의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두어야만 그 효력이 인정된다. 2026년을 맞아 기존 합의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는지, 근로자 대표가 변경되지는 않았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 모성보호 제도의 확대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응의 일환으로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모성보호 제도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여성 인력 비중이 높은 동물병원은 이러한 제도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법적 의무를 이행하면서도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인력 채용 풀을 확보하거나 정부의 대체인력 지원금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조직 관리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았다. 구성원 간의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취업규칙 내에 예방 및 조치 매뉴얼을 정비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상호 존중하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의 중요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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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 관리는 사후 수습보다 사전 예방이 비용과 효율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2026년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발맞춰 우리 병원의 근로계약서와 임금 대장, 취업규칙이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면밀히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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