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수) 서울 동대문 메리어트 호텔에서는 조금 특이한 행사가 열렸다. 세계 최고의 수의과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왕립수의과대학(RVC)이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서울에서 동문회를 겸한 네트워킹 리셉션을 개최한 것이다.
RVC의 데이비드 처치(David Church) 부학장과 사라 레디(Sarah Ready) 입학처장을 비롯해 다양한 전공과목 교수로 구성된 10여명의 방문단이 한국을 찾았다.
2025년 세계 1위 수의과대학, 정원 절반은 국제 학생
교수진이 투어 돌며 현지 학생 만난다
한국인 학생도 최근 증가세
RVC는 2025년 QS(Quacquarelli symonds) 대학평가 수의과대학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UC DAVIS 수의과대학을 제치고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RVC는 18세기에 설립된 유서 깊은 수의과대학으로 영국은 물론 미국(AVMA), 유럽(EAEVE), 호주·뉴질랜드(AVBC)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RVC 졸업생들은 사실상 서구권 전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셈이다.
사라 레디 입학처장은 “RVC에는 매년 300여명의 학생들이 매우 다양한 경로로 입학한다”면서 “졸업하는 시점이 되면 영국 학생과 국제 학생의 비율이 1:1에 달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대학인만큼 국제 학생의 다수는 북미 지역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도 학생들이 꾸준히 입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렉시트 이후 비(非)유럽권 국가의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좀더 늘었다.
RVC 교수진이 이날 한국을 찾은 것은 매년 연말연시에 진행하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다. 싱가폴을 거쳐 서울에 왔고, 홍콩(1월 9일)과 태국 방콕(1월 14일)으로 투어를 이어간다.
투어의 주 목적은 학부생 모집이다. RVC 입학을 희망하는 아시아 지역 학생들을 직접 만나 면접을 진행하고, 현지 고교의 진학담당자를 만나 입시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이번 방문단에 참여한 마이크 휴잇슨(Mike Hewetson) 교수는 “원격이 아니라 직접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구성원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RVC가 매년 투어에 나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영국 계열의 국제 학교가 자리잡은 싱가포르나 홍콩에서는 RVC의 투어와 국제 학생 선발이 안정적으로 정착됐다. 서울은 올해 처음으로 투어에 포함됐다.
사라 레디 입학처장은 “한국인 동문과 학생은 아직 적다. 하지만 조금씩, 분명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5명이 입학했다”고 전했다.
임상·연구 결합, 소규모 그룹에 초점 맞춘 능동적 배움
한국 수의사 위한 대학원, 전문의 과정 협력 의지 표명
RVC의 교육과정은 5년제다. 1~2학년은 런던 캠퍼스에서 이론 강의와 기초수의학 연구에 초점을 맞춘다. 3~5학년은 런던 북쪽에 위치한 혹스헤드(hawkshead) 캠퍼스에서 임상 교육과 실습을 진행한다.
데이비드 처치 부학장은 “RVC는 수의학과 생명과학 분야 연구와 교육의 글로벌 전문 기관으로서 임상적 탁월함(clinical excellence)과 연구, 교육의 조화를 추구한다”며 “실험실에서 얻은 지식을 임상 현장에 활용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 모두가 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병원은 곧 임상 연구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리셉션에서는 유럽수의공중보건전문의인 커트 아덴(Kurt Arden) 교수가 수의역학 방법론을 조류인플루엔자, 항생제 내성에 적용한 원헬스 연구를 조명했다. RVC는 영국의 검역당국(APHA)과 함께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위험분석 및 모델링 협력센터로 활동하고 있다.
말 내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크 휴잇슨 교수는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말에서 발생한 종양 치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임상 로테이션 중 경험할 수 있는 말 진료의 모습을 전했다.
General Practice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질 매디슨(Jill Maddison) 교수는 RVC가 추구하는 ‘능동적 배움(active learning)’을 소개했다.
매디슨 교수는 “학생들이 단순히 이해하고 암기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일방적 강의에서 벗어나 현장 실습과 토론, 발표 등 능동적인 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를 듣기만 할 때 보다 토론하거나, 실제로 해보거나, 다른 사람을 가르쳐볼 때 훨씬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매디슨 교수는 “RVC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기주도 학습 시나리오에 기반한 소규모 그룹 학습이다. 학생들은 소그룹 내에서 활발히 토론하고 서로를 가르치게 된다”며 RVC가 제공하는 수의사 평생교육(CPD,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도 같은 방식의 팀 기반 토론형 교육을 포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인 RVC 동문 수의사뿐만 아니라 졸업 후 전문의과정 지원에 관심있는 한국 수의대생도 참여했다. RVC 방문단도 자세한 절차와 지원 노하우를 전하며 환영했다.
데이비드 처치 부학장은 “RVC는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이나 전문의 과정(residency)에 지원하는 해외 수의사를 위한 학비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학생 및 수의사와의 협력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이규락 전임 회장과 김대동 회장 당선인이 6년간 회장으로 활약한 박병용 회장(사진 가운데)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박병용 전임 회장, 대한수의사회장으로” 응원
제26~27대 회장으로 활약한 박병용 회장에게는 꽃다발이 전달됐다. 이규락 전임 회장과 김대동 당선인이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경북수의사회 회원들은 한마음으로 제28대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병용 회장의 선전을 기원했다.
박병용 회장은 “오늘 회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총회를 주재한다. 6년 동안 회원 여러분들의 협조와 성원 덕분에 회장직을 무사히 마치게 되어서 대단히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김대동 신임 회장님을 많이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령 이해로 수의사 위상 강화 필요”
“책임감 있고 신중한 항생제 사용은 수의사의 의무”
한편, 이날 연수교육에서는 ▲축산 및 수의 관련 법규(경상북도수의사회 배재은 상무이사) ▲동물 항생제 내성 현황 및 관리(농림축산검역본부 임숙경 수의연구관) 2개의 강의가 이어졌다.
배재은 상무이사는 수의사법, 축산법, 가축전염병예방법, 축산물이력법, 사료관리법, 동물보호법, 가축분뇨법 등 수의사 관련 주요 법률과 지자체 조례를 소개하며 “법령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 상무는 “법령은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판단 기준의 출발점이다. (법령 이해를 통해) 수의사의 전문성과 신뢰도 상승할 수 있다”며 “법, 조례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숙지를 통해 수의사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숙경 수의연구관은 국내 동물항생제 사용 및 내성 현황, 동물항생제 내성 관리 전략 등에 대해 설명한 뒤, 수의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임 수의연구관은 가축 항생제 사용과 관련하여 ▲수의사 처방에 따른 사용 ▲항생제 감수성 검사 ▲정해진 사용설명서 준수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책임감 있고 신중한 항생제 사용은 수의사의 의무”라고 말했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에 대해서는 “질병이 발생했을 때 시료를 채취해서 감수성 검사 후 항생제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지만,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그러기 어렵다”며 “우선 경험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더라도 일차 치료 실패 또는 재발 시 검사 결과 기반 다른 항균제를 선택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임숙경 수의연구관은 “수의사 연수교육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를 다뤄주셔서 업무담당자로서 매우 감사드린다”며 “우리 수의사들이 항생제 내성의 중요성을 알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물약품협회는 지난 1971년 3월 설립되어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1998년 7월부터 28년간 성남시 분당구 수의과학회관(대한수의사회관) 공간을 임차해 사용했다. 2008년 2월에는 부설 동물약품기술연구원을 설립했는데, 기술연구원 역시 17년간 수의과학회관에 있었다.
동물약품협회는 기술연구원의 검사업무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수의과학회관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 2019년부터 사옥 마련 예산 적립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6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소재 건물로 이전을 확정하고 각각 2개 건물에 한국동물약품협회 사무실과 한국동물약품기술연구원 공간을 새롭게 마련했다.
총 5개 호실을 매입한 동물약품기술연구원은 공급면적 334.2평(전용 201평)으로 이전(전용 113평) 대비 면적이 약 2배 커졌다. 작년 8월 4일부터 12월 8일까지 연구원 설계·시공에 4개월 이상 소요됐고, 건물매입, 이전공사, 장비구입 등에 총 38억 8400만원이 투입됐다.
국내외 GLP 기준을 적용했고, 전기, 항온항습, 공조시스템, 폐수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원들의 안전까지 고려했다. 연구원은 “최고의 시설에서 관련된 모든 검사를 수행하고, 최적의 검사 결과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동물약품기술연구원 주요 시설
이날 개관식에는 이동식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 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장 등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협회 자문위원과 각 분회 대표 등이 참석해 사옥 개관을 축하하고, 향후 비전을 공유했다.
정병곤 한국동물약품협회장은 “협회 창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 소유 사옥을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확장 이전을 계기로 협회 기술연구원이 동물용의약품 분야 최고의 전문 검사기관으로 도약할 것이다. 최고 수준의 시설을 바탕으로 신뢰도 높은 검사 결과와 차별화된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중심의 검사행정 체계를 정립하고 ONE-STOP 검사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관식 이후에는 어반 부티크 호텔에서 2026년도 한국동물약품협회 신년교례회가 이어졌다.
신년교례회에서는 2025년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에 공헌한 업체 및 개인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 수여식이 진행됐다.
수출안전 분야에서는 이글벳, 중앙백신연구소, 한국동물약품협회 윤희준 전임연구원이 상을 받았고, 수출 분야에서는 삼우메디안 김병민 차장, 한동 강성기 상무, 대상 이학영 부장, 한국동물약품협회 김기명 팀장이 수상했다.
정병곤 회장은 “새 각오 새 출발(New KAHPA! jump KAHPA!)이라는 슬로건 아래, 새 터전에서 협회와 기술연구원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가 8일(목)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신년교례회와 제5회 대한민국 동물방역수의사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케어사이드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동물방역수의사대상은 5회차를 맞이했다. 지난해 11월 후보자 공개모집과 12월 포상심사위원회를 거쳐 수상자 6인을 선정했다.
수상자는 농식품부 1명과 시도청 2명, 동물위생시험소 2명, 시군청 1명으로 구성됐다.
수상자들은 동료 수의사·공무원들과 함께 만든 성과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공직 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시군청 유일의 수상자로 선정된 논산시청 이오순 과장은 명맥이 끊길 위험에 처한 일선 수의직 문제에 우려를 전했다. 경기도청 이은경 과장도 가축방역관 처우 개선과 동물위생시험소 승격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영국 케어사이드 대표는 “대한민국 동물방역수의사대상이 이제 자리를 잡았다. 일선 방역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수의사분들께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수 년째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유영국 대표는 “재난형 질병이 계속 발생하는데 대해 업계도 예방책을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업계, 학계의 지혜를 모아 재난형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김정주 과장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김정주 과장은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럼피스킨 등 재난형 가축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방역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점을 인정받았다.
제주도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지역으로 인정받고, 돼지열병(CSF) 청정화 계획을 수립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김정주 과장은 “인간 김정주보다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에 주신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좁은 사무실에서 방역에 매진하는 방역정책국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도청 동물방역위생과 이은경 과장
경기도청 동물방역위생과 이은경 과장은 경기도의 가축전염병 정밀진단기관 지정, 소독시설 지원 등 차단방역 효율화에 앞장섰다. 축산물위생 향상과 동물보호복지정책 수립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은경 과장은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신 선·후배 공무원들에게 영광을 돌린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 과장은 “지금도 AI로 현장에서 고생이 많다.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가축방역관 처우 개선, 동물위생시험소 3급 기관 승격 등의 현안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전남도청 동물방역과 이영남 과장
전남도청 동물방역과 이영남 과장은 럼피스킨·구제역 확산 방지 대책 추진과 아프리카돼지열병 청정 전남 달성, 동절기 고병원성 AI 방역 공로 등을 인정받았다.
이영남 과장은 “전남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구제역으로 무척 힘들었지만 농식품부, 검역본부 등의 도움으로 단기간에 종식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도 AI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좀더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전남의 수의사 공무원을 대표해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인천동물위생시험소 라도경 과장
인천동물위생시험소 방역관리과 라도경 과장은 강화군 등 인천 관내 구제역 발생 시 현장 방역 업무를 수행하고, 축산물 유해잔류물질 정밀검사를 담당했다. 인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문을 열며 초대 센터장을 역임, 야생동물 보호에도 기여했다.
라도경 과장은 “업무의 성과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 (이번 수상을) 인천동물위생시험소에 대한 칭찬과 격려의 의미로 생각한다”면서 “지금도 농장, 도축장, 실험실에서 적은 인력임에도 묵묵히 역할을 해내고 있는 인천의 동료들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북동물위생시험소 권오성 소장
경북동물위생시험소 권오성 소장은 재난형 가축전염병 발생 방지와 피해 최소화에 기여하고, 경북 지역 산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경북수의사회와 함께 가축진료반을 운영하며 지역 축산농가를 지원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올해 말까지 임기를 앞두고 있는 권오성 소장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알고 열심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논산시청 이오순 과장
논산시청 축수산과 이오순 과장은 구제역, 고병원성 AI 등 방역 현장을 지휘하고 축산농가 교육 등으로 방역·축산 발전에 기여했다.
시군청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의직 과장인 이오순 과장은 “수상이 기쁘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며 작심발언에 나섰다.
고향인 논산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시군에서 수의직 공무원이 과장까지 올라가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오히려 시군의 과장이 되면 수당(특수업무수당)을 오히려 받지 못한다. 이런 처우에 어떤 수의사가 시군으로 오려 하겠나”고 비판했다.
가축방역관 부족이 만성화되면서 수의직 공무원의 업무가 속속 민간 공수의 등으로 이양되고 있는데 대해서는 “어떤 업무가 민간 수의사에게 갈 지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직책이 시군의 과장인데, 수의사가 아닌 분이 담당하는 것이 가장 염려된다”고 말했다.
시군 수의직 공무원의 명맥이 끊기면 현장 방역과 지역 수의사 권익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 과장은 “질병이 터지면 시군은 전쟁같이 처리해야 한다. 방역부서뿐만 아니라 타 부서와의 협조 체계를 갖춰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데, 그 연결고리가 끊기면 농식품부나 시도의 지시·협조 사항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워진다”며 “저희 또래의 공무원분들이 곧 퇴직하고 나면, 일선 공수의 분들의 권익도 지키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신년교례회는 허주형 회장, 정영채 전 회장을 비롯한 대한수의사회 인사들과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장,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이 참석했다. 축종별 생산자단체와 동물보호단체, 관련 업계에서도 자리해 축하를 전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지난 한 해 수의계에 많은 도전이 있었다”면서 “자가진료, 약사예외조항 등 수의사 전문성을 침해하는 법조항이 존재하는 한 전문직으로서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두고 계란값 폭등을 우려하면서 “일선에서 바라보는 방역과 국가의 방역조치에 괴리감이 크다. 민간과 함께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가축방역, 동물복지에 정부와 수의계가 함께 여러 성과를 거뒀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지역을 인정받아 싱가폴 수출길을 열었다”면서 “올해는 국정과제를 기반으로 동물건강복지 관련 정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13차 아시아·태평양 소동물수의사대회(FASAVA Congress 2025)가 역대급 성과를 거두고 모두 마무리됐다.
FASAVA 2025 조직위원회(위원장 오태호)는 7일(수)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조직위 해단식을 개최하고, 대회의 성과를 공유했다.
이날 해단식에는 오태호 위원장, 최이돈·박준서 대회장, 강일웅 영남수의컨퍼런스 조직위원장 등 조직위 위원들과 후원 기업 관계자, 언론사 등이 참석했다.
성과 공유는 정언승 사무총장이 맡았다.
성과 발표 중인 정언승 사무총장
33개국 4,578명 참가…국내 2,778명, 해외 1,809명
국내 학회·단체 협력 빛나
이번 대회에는 총 33개국 4,587명이 참가했다. 국내 참가자가 2,778명, 해외 참가자가 1,809명이었다. 필리핀,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에서 참가자가 특히 많았다.
짐 베리(Jim Berry)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회장의 기조강연을 비롯해 미국, 유럽, 아시아 각국 61명의 전문가들이 연자로 나섰다. 10개 강의장이 동시에 운영됐고, 12개국에서 총 295편의 포스터 발표도 있었다.
정언승 사무총장은 “국제 행사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학술 세션 구성 단계부터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참가자를 고려해 프로그램을 기획함으로써, 보다 폭넓은 국제 교류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5개 업체가 205개 부스 규모로 참여했다. 정 사무총장은 “참가자들에게 최신 제품과 기술, 다양한 솔루션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FASAVA2025가 학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산업과 현장을 연결하는 종합적인 국제 행사가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김밥 만들기, 한복 체험, 디제잉, 러닝(RUN&FUN), 동물병원 투어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운영함으로써 참가자들이 국적과 언어를 넘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정언승 사무총장은 “FASAVA2025 콩그레스는 학술, 전시, 참여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성공적으로 운영됐다”며 모든 관계자들의 헌신과 노력, 협조에 감사를 표했다.
왼쪽부터 최이돈 KAHA 회장, 오태호 경북대 교수, 박준서 대구시수의사회장, 강일웅 영남수의컨퍼런스 조직위원장
국내 여러 학회·단체의 협력도 돋보였다.
제21회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컨퍼런스, 제83회 한국임상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제15회 영남수의컨퍼런스, 대구광역시수의사회 연수교육, 동물보건사 연수교육 등이 함께 개최됐다. 하나의 대회 안에서 다양한 학술 행사와 교류가 유기적으로 이뤄졌다.
오태호 FASAVA2025 조직위원장(경북대 수의대 교수)은 “대한수의사회, 동물병원협회, 대구시수의사회, 임상수의학회, 영남수의컨퍼런스 등 여러 단체가 모여서 힘을 합친 덕분에 대회가 굉장히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다”며 “우리가 힘을 합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조직위원회 위원분이 잘 해주셔서 대한민국 수의학의 위상을 높였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 젊은 세대 수의사들의 뛰어난 역량이 잘 나타났다. 대한민국 수의학의 미래가 밝다”고 덧붙였다.
손성일 원장은 7일(수) 온라인 전자투표로 진행된 경기도수의사회 회장 선거에서 53.67%를 득표해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됐으며, 2,204명의 선거인 중 1,66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투표율 75.50%). 기호 2번 손성일 후보는 이 중 893표를 득표해 771표 득표에 그친 기호 1번 이성식 회장을 122표 차로 따돌렸다(득표율 53.67% VS 46.33%).
손성일 당선인은 3월 1일부터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한다. 임기는 3년이다.
손성일 당선인은 “회원 여러분의 선택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저의 당선은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변화를 선택한 회원 여러분의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말이 아닌 회원의 삶을 바꾸는 회장이 되겠다. 임상 현장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며 “반려동물 수의사, 농장동물 수의사, 공무원, 비임상 수의사까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경기도수의사회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성식 후보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손 당선인은 “그동안 경기도수의사회를 이끌어 오신 이성식 회장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성식 회장님의 공약 가운데서도 경기도수의사회와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손성일 당선인은 현재 광주시분회장(경기도 광주시수의사회장)이자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힘 있고 당당한 청년수의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회장 임기 2연임 제한 정관 개정’, ‘경기도 공공동물병원 추가 설치 반대 및 바우처 전환’, ‘1인·소규모 동물병원 경영 지원 시스템 구축’, ‘공무원·대동물·비임상 분야 수의사 공식 지원’, ‘시·군 분회 및 동호회, 소모임 활성화’, ‘홈페이지 전면 개편 및 공식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을 공약했다.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체계적인 육성과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하는 반려동물 연관산업 협회(KPRIA, Korea Pet Related Industry Association)가 발기인 총회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
7일(수) 오전 11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발기인 총회에는 발기인들과 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반려동물연관산업협회 발기인으로는 김상덕 한국펫사료협회 회장, 최광용 우리와 대표이사, 이수지 로얄캐닌코리아 상무, 김희수 림피드 대표이사, 조성호 한국펫사료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유)강남) 등이 참여했다.
이날 총회는 임시의장 선출을 시작으로 설립 취지문 채택, 정관 승인, 대표이사 및 임원 선임, 사업계획과 예산 심의, 사무소 설치 등 법인 설립에 필요한 주요 안건들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발기인들은 설립 취지문을 통해 “반려동물 연관산업은 그 중요성과 성장 잠재력에 비해 산업 종사자 간의 체계적인 협력 기반과 자율적 질서 확립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관련 제도·기술·유통구조의 개선과 합리적 정책 제언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구심점도 제한적이었다”며 “이로 인해 산업 발전의 지속가능성 확보,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 국제 경쟁력 강화에 한계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려동물사료, 의약품, 용품, 서비스 사업자의 품위 보전과 상호협력 증진, 권익옹호를 도모함과 동시에 관련 제도·제조기술·유통 기술의 개선을 통해 반려동물연관산업의 건전한 육성과 발전에 공헌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호 반려동물연관산업협회 초대 회장
반려동물연관산업협회 초대 회장으로는 조성호 변호사가 선출됐다. 조성호 변호사는 그동안 한국농식품법률제도연구소, 한국펫사료협회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며 반려동물 산업의 제도적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부회장에는 김상덕 회장, 최광용 대표, 이수지 상무, 김희수 대표가 선출됐다. 임원의 임기는 3년이다.
조성호 초대 회장은 “사단법인 반려동물 연관산업 협회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제도 개선과 품질·안전성 강화, 공정한 산업 질서 확립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가도록 함께하겠다”며 “오늘의 출범이 우리 산업의 새로운 도약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연관산업협회는 올해 국회 통과가 예상되는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반려동물연관산업육성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다. 특히, 법 제정 이후 진행될 시행령, 시행규칙 마련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반려동물산업 현장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역할을 할 방침이다. 관련 토론회와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23년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를 4대 주력 산업으로 선정한 뒤 맞춤형 육성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삶은 크고 작은 모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의사라는 길을 선택한 우리는 때론 멈추기도, 달리기도, 누군가와 함께 걷기도 하며, 바른 방향을 찾아갑니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은 하루 동안 선배님(동료 수의대생)들의 모험에 동행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수의사들(개척해 나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 [어드벳(VET)쳐]에서 우리들의 특별했던 하루를 전합니다.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인터벤션&MIS센터장 엽경아 수의사의 하루는 오전 8시 45분 출근과 동시에 시작됐다.
08:53 AM 인수인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선생님의 하루에 동행했던 날, 입원 환자들의 대부분이 내·외과적으로 복합적인 질환을 앓고 있었고, 복잡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았다.
“인수인계 하겠습니다!” 오전 라운딩은 야간전담 원장님의 우렁찬 목소리로 시작됐다. 전날 당직 근무를 하셨던 테크니션 선생님 두 분, 수의사 선생님 두 분이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주치의가 있지만, 내과 혹은 외과 질환 환자로 따로 나뉘어져 있지 않았다.
엽경아 선생님은 다른 수의사의 예약창도 주시했다. 선생님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서 이런 도움이나 방법이 필요한지 협진을 계획한다. 선생님은 “제가 제시하는 방법이 필요한지 아닌지부터 디스커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09:30 AM 전화 상담
“너무 무서워하지 마시고, 검사 한번 받으러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식욕 괜찮고 예전처럼 걸어 다니고 뛰어다닐 수 있으면 환자는 별 문제없다고 보시면 돼요”
휴진일이었던 어제부터 밀린 상담 문의가 쇄도했다. 그렇지만 상담을 그저 급한 일로만 처리하지 않았다. 혹여나 자신의 반려동물이 잘못될까 노심초사 상담하는 보호자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보호자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옵션을 안내하려 했다.
V-clamp(TEER, transcatheter edge to edge) 수술 상담에서는 보호자에게 생소한 경식도 초음파를 보호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마취의 위험성을 우려한 보호자에게 마취제의 종류와 심도, 필요한 마취 시간에 대해 세세히 안내했다. 보호자가 모든 정보를 듣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선생님의 철학이었다.
10:45 AM 오후 치과환자 검사 확인 <처치실>
선생님을 따라 처치실로 이동한 학생기자단은 선생님께서 환자의 영상 사진을 확인하고 주치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오후에 있을 치과 환자가 나이가 많은 것을 고려하여, 마취약을 신중하게 정하기 위해 디스커션을 진행했다.
11:07 AM 입원 환자 상태 확인
이번에는 입원실로 선생님을 따라갔다. 입원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한 환자의 복부를 눌러 통증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다행히 이틀 전 진행됐던담낭 제거 수술이 잘 된 모양이었다. 다음은 두번의 장중첩으로 수술을 한 고양이 환자였다. 장이 중첩되면 소세지 같은 모양이 만져지는데, 복부를 만져보고 장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또 다른 환자는 선생님께서 오늘 내내, 특히 자주 확인했다. 지난 3월 승모판의 건삭파열로 폐수종이 생겼고, 빠르게 V-clamp 수술을 진행했던 환자였다. 심장 수술 당시, 장 근육층 유래 종괴가 함께 진단되었고, 아직 폐색을 유발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수술 후 4개월이 지났고, 그 동안 장 종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최근에 장 절제문합을 진행했다. 췌장염 경력까지 있어 수액을 맞고 저지방식이를 먹고 있었다.
환자 바로 앞에 밥이 있었지만 잘 먹지 않았는데, 선생님께서 직접 먹여주니 환자가 곧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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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 AM 인터뷰
V-clamp 수술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아직 밝혀진 게 많이 없는 수술이어서,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거의 없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이 방향이 맞는지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죠. 지금은 콜로라도의 오튼 선생님이나, 미국에서 클램프 수술을 하는 심장전문병원과 서로 디스커션을 할 수 있지만, 처음에 시작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실패하면 환자를 잃는 수술이라는 점이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형태학적으로 수술이 가능해 보이더라도,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내재질환은 어떤 지’, ‘수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예후는 어느정도 일지’, ‘술후관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해요.
보호자와 매번 상담이 길어지곤 해요. 실패하면 환자랑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하기가 무겁고 어렵죠. 게다가, 실제 환자의 수술로만 성장할 수 있어서 연습이 안돼요. 연습이 안 된다는 게 큰 장벽인 것 같아요.
아마 다시 처음부터 V-clamp 수술하라고 하면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0마리쯤 했을 때는 엄청난 좌절감과… 많이 울기도 울었죠. 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없지만요.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울었지만 도망가진 않았다. 회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웃음).
지금 이 환자가 안 좋은 예후를 보였더라도 그 다음 환자에게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찰을 한 후, 다시 앞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이건 일방통행로거든요. 백(back)이 안돼요. 이제 2년이 넘어갑니다.
이 수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시작하게 된 솔직한 이유는 ‘병원장님이 해보라고 하셔서’고요(웃음). 이런 수술이 있는데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그래서 저와 이선태 원장님, 이아라 박사님, 마취 선생님이 팀을 만들어서 practice를 하고 왔고요. 이후 실제 환자를 만났습니다.
병원장님도 진취적이고 성장지향형인 성격이셔서, 이 수술을 권유한 동시에 장비를 마련해 주셨어요.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4D 경식도 초음파가 없었고, 인의 통틀어서 소아용 장비를 아시아 최초로 구입하셨어요. 그래서 장비 구입과 동시에 수술을 진행하자고 하셨죠. 그렇지 않았으면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손으로 하는 수술은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팀수술이기 때문에 팀 전체가 그 감을 유지해야 하죠. 이후 V-clamp 라는 것이 어떤 수술이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파악했을 때는..이미 벗어날 수 없었어요(웃음). 그래서 그냥, 열심히 잘하게 되는 방법 밖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심적 부담도 좀 줄어들고요.
제게는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명확한 방향성과 마음가짐이 중요했어요. 나머지 방해가 되는 요소는 하나하나 다 신경 쓸 여유도 없었어요. 다른 방법이 없었죠.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이 수술을 하게 될지 몰랐지만, 하다 보니 재미있고 공부 욕심도 커졌어요. 인의에서도 TEER 수술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전세계적으로는 15년 정도, 우리나라에서 활발히 한지는 6년 정도라고 한다) 계속 발전 중이고 수의 쪽도 발전 중입니다.
서로 차이가 있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TEER 수술 군 중에서도 조건에 따른 장기예후가 어떠한 지 등에 대한 데이터들이 더 쌓여야 할 것 같아요.
이 수술만의 특별한 점이 실제 환자의 수술을 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점인데, 매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어떻게 다루시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참 어렵죠. 예전에는 스트레스도 참 많이 받았어요. 아이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니까요. 저희 팀이 수술하는 이 환자는 누군가의 가족이잖아요.
그날 진행된 수술에 대해서는 그날 밤이 지나기 전에 팀원들끼리 디스커션을 합니다. 성공을 했어도, 또 아쉬운 점이 있었어도, 언제나 그날의 수술은 그날 이야기를 해야 하죠. 투명해야 해요.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 계속 성장하는 방법이에요. 특히, 환자가 안 좋은 상황일 때는 더더욱 당일에 이야기 나누지 않으면 기억이 휘발돼서 제대로 된 고찰을 하기가 어려워져요. 이 상황을 회피하면 극복하지 못하고 다음 환자의 수술에도 영향이 갈 테니 수술 팀원들끼리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정말 혹독한 고찰을 하는 시간들을 가졌어요.
그 때 깨달은 점은 ‘성공해서 잘 살고 있는 환자들은 내가 잘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해서, 왜 성공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었죠. 오히려 실패를 했을 때는 왜 실패했는지를 알게 됩니다. 때문에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야 더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단순한 숫자 성공률 보다는, 그 이면의 디테일을 잘 해석해야 해요. ‘Every patient is different’거든요. 계속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수술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환자를 살리는 건 또 다른 문제예요.
점점 더 안 좋은 상태의 환자나, 다른 질환들을 적어도 3~5개 정도 가진 환자에게는 수술의 시기나 가능성 여부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해요. 이 수술로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고, 수술의 성공을 넘어서 수술 후 더 잘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요즘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환자 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되니까 제가 자꾸만 점점 더 베이직에 자꾸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상적으로, 생리학적으로는 어떻지?’ ‘근데 이게 변화가 생기면은 어떤 식으로 변화가 생겨버리는 거지?’ 가 머릿속에서 상상이 돼야 응용 문제를 풀죠.
사실 자궁축농증이나 담낭 파열 같은 수술의 경우, 수술이 잘못되어 환자가 사망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치만 이 수술의 경우에는 높은 수준의 learning curve가 극복이 되어야 그런 생각이 가능할 겁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 판막의 상태, 심장 기능의 저하, leaflet 성상의 퇴행성 변화 등으로 인해 예후가 좋지 않았던 것이지, 수술의 테크닉과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라고 단언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경험이 필요할까..그런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나요.
인의의 TEER review 논문을 살펴보면 50번의 수술을 하면 1차적인 learning curve를 극복하고, 200번의 수술 경험이 있으면 그 수술을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마스터가 될 수 있대요. 게다가 이 수술은 팀 수술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직은 learning curve를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속 만나면 만날수록 새로운 상황에 직면합니다. 수술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환자를 잘 살리고, 또 오래 살리는 거는 다른 문제죠.
복잡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많다 보면 보호자분들한테 설명해 드리는 과정도 힘들 것 같습니다.
수의사들은 보호자 분들이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저 역시도 보호자이고,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또한 누군가의 보호자니까요. 저도 ‘어떤 마음으로 청주까지 오셨을까’를 생각을 해봐야 되는 거죠. 서울이나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오시기도 하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오시기도 하니까요.
사실 보호자 분들이 좀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그분들의 삶이 많이 무너져 있어요. 잠을 잘 못 자고, 새벽 2시, 4시, 5시에도 일어나서 아이가 살아 있는지, 숨은 잘 쉬고 있는지 계속 보고 있어요. 그렇게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가족들끼리 예민해져서 자주 다투곤 하죠. 우리 환자들은 가족들이 자신 때문에 싸우는 것을 원치 않을텐데 말이죠.
요즘 보호자 분들은 굉장히 공부도 많이 하세요. 논문도 다 찾아보시고 책도 다 읽고 오세요. 사실 아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걱정은 점점 더 많아지죠. 만나보면 이미 마음이 많이 힘들어 보이세요.
제 상담은 당연히 많은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고, 최대한 눈높이 설명을 해주면서 이 질병을 이해시키기도 하고…하지만 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감정을 담지 않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경식도 초음파 결과 수술이 불가능한 아이들에 대해서도 직접 보호자들을 만나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이러한 이유로 V-clamp 수술은 위험(risk)이 이득(benefit)보다 크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약으로 관리를 할 경우 더 오래 살 수도 있지만, 수술을 강행했을 경우 예후가 좋지 않으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끝은 있을 테지만 그때까지는 행복하게 지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요. 더 많이 행복하게 지내기 위한 노력을 하시라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상황을 어렵게 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환자 당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거죠. ‘우리 아이는 수술을 하고 싶은가?’, ‘우리 아이는 당장 집에 가고 싶은가?’ 그걸 모르거든요.
두 번째는 아이가 얼만큼 살지 운명을 모르는 거예요. 그걸 알면 우리는 결정이 너무 쉽죠.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모르기 때문에 항상 상황은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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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pm 원내 식당 점심식사
오전 일정이 끝나고 선생님을 따라 학생기자단은 원내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배식 시간에도 선생님은 이선태 원장님과 환자에 대한 디스커션을 이어갔다.
1:31pm 원내 세미나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서는 점심시간 이후 30분간 모든 수의사가 참여하는 원내 세미나가 진행된다. 이날은 ‘canine putative cerebral microbleeds’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환자 케이스와 다양한 최신 논문들을 살펴보며, 수의사들간의 활발한 질의응답과 피드백이 이루어졌다.
2:20pm 경식도 초음파 검사
어제 폐수종 때문에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였다. V-clamp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선택(selection)이다. 경식도 초음파를 통해 바라본 판막의 상태가 이 수술에 적합한지 확인해야 했다.
경식도 초음파는 식도를 통해 심장을 가까이서 관찰함으로써 판막의 구조적 이상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3D 초음파 영상으로 나타난 심장의 모습을 놓고 세 명의 수의사가 꽤 오랫동안 의논했다. 영상박사님, 외과센터장 이선태 원장님 그리고 엽경아 선생님은 각자 분야에 입각하여 환자를 위한 최선의 대안을 제시했다. 선생님은 함께 디스커션한 의견을 취합하여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이날 경식도 초음파를 본 환자의 승모판의 실제 역류율은 80%였다.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가야 할 혈액 중 80%가 좌심방으로 새고, 체순환으로 나가는 혈액은 20%에 불과한 셈이다.
2D 영상에서는 심각해 보이지 않았지만, 3D 초음파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에야 환자 상태가 심각한 이유가 드러났다. 판막 일부 조직이 거의 소실되어 있었고, cleft가 곳곳에 관찰되어 구조적 손상이 심한 상태였다. 뒤쪽 판막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심한 역류를 보였다.
보통 앞쪽 판막에는 cleft가 없는데, 이 환자에서는 원형 판막륜을 따라 퇴행성 변화 때문에 cleft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면, 판막이 캔뚜껑처럼 찢어질 위험이 높았다. 현실적으로 V-clamp 수술은 불가능한 환자였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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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식도 초음파 영상을 보며, 세 분이서 어떻게 의견을 좁히시나요?
영상 박사님은 아주 객관적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세요. 수술하는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아이를 위해서 혹시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을지, 리스크를 감당하고 수술을 했을 때 장기 예후가 괜찮을 가능성이 있을 지 논의합니다. 영상 선생님은 아주 객관적이고 좀 네거티브한 의견을 주실 수밖에 없고요. 그걸 알고 있어야 술자도 준비를 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영상 선생님이 ‘이런 데가 문제가 있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할 때와 ‘여기가 문제가 있는데 수술하면 실패로 판막이 찢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여서 너무 걱정스러운데요’라고 할 때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 수술 자체가 리스크와 베네핏을 따져서 해야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셋 다 ‘오케이, 수술하면 되겠다’라고 얘기가 나오는 환자는 거의 없어요. 다들 안 좋게 오니까..그러면 저는 영상 박사님과 이선태 원장님의 의견을 취합하고, 또 저의 의견까지 넣어서 보호자를 만나고, 이걸 다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 돼요. 내과 선생님이랑도 이야기를 해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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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PM 노령견 치과 진료
14살 노령견이 오른쪽 눈 아래가 부어서 내원했다. 보호자 의뢰로 검진한 결과, 치근단 농양이 확인됐다. 심한 치석 침착과 구강 위생 불량, 다수의 치주염 치아를 보유하고 있었다.
검진 결과에 따라 전반적인 스케일링과 발치가 진행됐다. 선생님은 중등도 이상의 치주염이 있는 치아는 모두 발치하기로 결정했다. 나이가 들수록 마취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애초에 문제가 될 만한 치아는 모두 발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치료 전 치과 방사선 촬영을 실시하여, 보이지 않던 치근부 치주염을 확인했다. 주요 병소는 우측 상악 제4 전구치로, 해당 치아의 3개 치근 중 2개가 이미 심하게 흡수되어 있었고, 주변 치조골이 녹아 있는 상태였다. 발치 후 내부를 확인하니 농성 감염물질이 상악동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염증조직 제거 및 세척 후, flap 수술을 시행했다. 구강과 비강이 통하는 구멍이 남을 경우 음식물이 코로 넘어가 기도로 유입될 위험이 있어, 잇몸 점막을 절개·이동시켜 입코샛길(oronasal fistula)을 봉합했다. 송곳니 또한 치주염이 심해 추가 발치 및 flap 수술이 병행되었다.
이번 수술은 치과 수술의 특성상 완전한 멸균 환경은 불가능했지만, 철저한 구강 세정과 항생제 치료를 병행했다. 스케일링 후 구강을 세척하고,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 항생제 연고를 치주염 부위에 충전했다.
삶의 질이 올라간 환자는 이제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게 되어 체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하셨다.
3:50pm 경기수의컨퍼런스 강연 준비
선생님의 남은 일정은 내일 있을 경기수의컨퍼런스 강연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학생기자단은 오프라인 강연 및 웨비나에서 선생님의 강연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선생님의 강연 준비 과정이 더욱 궁금했다. 얼마전 진행됐던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 관련 웨비나에서 외과 및 내과를 통합한 강연도 매력적이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기자단에게 경기수의컨퍼런스 참여를 권해주셨고, 강의자료를 어떻게 준비하시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대외적인 강연과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것을 알았기에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임하시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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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자료 준비하시는데 얼마나 걸리시나요?
엄청 미리부터 준비해요. 닥쳐서 하는 것을 잘 못하거든요. 미리미리 준비하는데 완벽주의자는 또 아닙니다. 당연히 대본 같은건 없고..어디 가서 발표를 하더라도, 영어로 발표할 때도 대본은 없어요. 영어 좀 못하면 어때요. ‘영어도, 패션도, 발표도 결국에는 자신감이다!’ 전 자연스러운게 좋기 때문에 대본은 없어요.
(공통질문)선생님 여기 오시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임상 수의사를 했죠. (웃음) 저는 지구력이 좋은 편이어서 잘 그만두지 않아요. 그래서 석사 졸업하고나서 7년간, 지금은 없어진 병원에서 외과 과장으로 일을 했어요. 그 이후에는 용산에 있는, 수의사가 대략 10명 정도 근무하는 24시간 메디컬센터에서 진료부장으로 있으면서 수술도 했죠.
이곳 청주는 고향이에요. 부모님께서 청주에 계시고 언젠가는 내려가야지 했죠. 저는 서울살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서울이 집이 아닌 사람이 서울에서 터를 잡고 살려면 그게 상당히 어렵기는 하더라고요.
그래도 한 20년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20살 때 대학을 갔고, 40살이 되면서 내려왔으니까요. 많이 배웠고 즐겁게 살았고, 치열하게 살았는데, 안정감은 없었어요. 서울에서 자리를 못 잡아서 청주에 왔다기보다는 ‘아 이 정도 서울 살아봤으면 됐지’ 그런 생각도 있었고, ‘언젠가는 청주로 내려와서 부모님 곁에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렇게 여기(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가 세 번째 병원이 됐는데, 운명의 병원을 만난 것 같아요.
그럼 처음부터 계속 외과 수의사였나요?
네, 저는 계속 외과에 있었고, 대학원에 가기 전에 인턴을 10개월 정도 했어요. 그 병원이랑은 아직도 교류를 하고 있죠. 그 때 계셨던 선생님들이 그 병원에 아직도 계시고, 저는 그 병원의 외과 친구들이랑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스스로 ‘외과수의사냐’라고 물으면 잘 모르겠어요. 저는 요즘 외과만 잘 해서는 환자를 잘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과, 영상 컨퍼런스도 자꾸 기웃거리고, 점점 더 베이직에 집착해요. 질병을 보고 수술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잘 살리려면 ‘질병이 아니라 환자를 바라보아야’ 하거든요. 지금 당장은, 내과 공부 열심히 하는 외과 수의사가 되고싶어요.
(공통질문) 예전과 비교해서 현재 외과수의사으로서 감회가 어떠신가요?
서전(surgeon)이 계속 같은 서전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여기서 보는 환자들이 워낙 복합적이고 아주 많이 아픈 아이들이 많아요. 수술만 해서 집에 보내는 그런 환자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머리 아픈 케이스가 찾아오는데 그 환자들에게 집착해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집중하는 병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새로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여러 과 사람들이랑 계속 상호작용하며 환자를 본다는 게 다르죠.
‘내가 튜브 장착해 줄 테니까 이렇게 해 봐’, ‘내가 이걸로 시간 벌어줄 테니까 그동안에 뭐를 해 봐’라던지, 내과에서 저에게 ‘이것만 해주면 내가 환자 살릴 수 있을 것 같아’하는 상황들이 있죠.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제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인 순환기, 내분비, 혈전에 대한 환자들이 엄청 많고, 이로 인해 많이 아픈 환자들이 꽤 있어요.
가령 담낭이 터져서 와서 수술을 했는데 이 환자의 전신 염증 반응 때문에 혈전이 생겨서 이 다리가 순환이 안되면서 괴사되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러면 얼른 다리를 절단해야 이 환자를 살릴 수 있거든요. 근데 혈전 때문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면, 그 환자는 전신 염증 반응으로 하루 이틀 있다가 사망하게 돼요.
하지만 이 부분을 알아차리고, 모니터링 해서 ‘여기 다리 색깔 좀 이상해. 약간 부었다. 혈전 경향 다시 체크해 보고 혈전 방지제 더 쓰고, 그걸로 안 되면 자르는 거야’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환자자를 살릴 수 있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해서 살리는 아이들도 꽤 있어서 전보다는 훨씬 더 일이 재미있기도 하고 자극적이고 힘들죠.
여기 들어온 사람들은 나가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되게 재밌고 자극적이에요. 이 근처에 식당도, 유흥가도, 심지어 편의점도, 아무것도 없어도요. 제가 여기 계속 남아 있는 이유는 병원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고, 환자 진단하고 살려내는 거에 미쳐 있는 동료들이 있고, 저도 그 중 하나이고, 살려서 집에 보내는 것이 아주 대단히 좋기 때문이에요.
‘몇 살까지 페이닥터로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많이들 물어요. 그 생각을 왜 해. 더 이상 못하게 되면 그 때는 오픈하면 되지 뭐. 미래가 무서워서 지금부터 오픈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솔직히 그냥 지금이 좋고 현재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몇 살까지 수의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얘기도 많이 하잖아요. 그렇게 물으면, 지금처럼 서전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건 60살 정도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인터뷰 이후, 60세가 넘으신 이쿠야 에하라 선생님을 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고 전하셨다)
지금부터 한 15년, 그 다음에는 지금처럼 발전적인 것을 배우고 부딪혀 가면서 할 힘이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걸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죠.
근데 그때쯤 되면 한 20대 후반부터 일을 했을 테니까 한 30년 넘게 했을 거 아니에요? 그럼 그걸 가지고 젊은이 차세대 세대 교체가 돼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보수적인 입장도 얘기해줘야 돼요. 언제나 새로운 게 늘 좋은 건 아니거든요.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고, 예전부터 계속 해오던 것, 변하지 않는 것을 계속 지키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서 그때 즈음엔 보수적인 시각으로 코멘트와 조언들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젊은이들에게 ‘너가 하는 거 응원하는데, 근데 이것도 생각은 해야 돼. 길게 봐서 예후가 좋으려면 이것도 생각해 봐야 돼’라는 거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전 욕심이 많아요. 책도 쓰고 싶고, 멘토링 같은 것도 계속하고 싶어요. 어린 친구들을 계속 만나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고, 지금 당장 눈앞에 4-5년은 중요하지 않아요. 저에게 연봉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그 젊은 날에 내가 열심히 몰입해서 할 수 있는 환경과 누군가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고 막 달려들어서 ‘너 이 환자 어떻게 생각해?’, ‘네가 보는 애는 뭐가 문제야’ 와 같이 계속 멘토링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병원이 좋은 병원이라고 생각해요. 40살이 넘어도, 연차가 십 몇년이 되더라도,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지속적으로 계속 커 나갈 수 있고, 그래야 재밌죠.
* *
4:30PM 체험종료
엽경아 선생님은 퇴근 시간이 매우 유동적이기도 하고, 좀처럼 정시에 퇴근하는 일이 없으시다. 평균 저녁 7시에 퇴근하신다고 한다. 오늘 학생기자단이 함께하는 시간은 아쉽게도 여기까지였고, 나머지 시간은 컨퍼런스 강연 준비에 매진하겠다고 하셨다.
학생 때 컨퍼런스도 많이 가보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라는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과 함께 학생기자단과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엽경아 선생님께서 촬영해주신 학생기자단의 모습강아지 환자가 걷게끔 유도하고 있는 학생기자단
체험을 마치며..
[최윤서 기자]
예과 2학년 MISYB 외과수의사 토크쇼에서 엽경아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되었다. 외과수의사가 꿈이기도 했지만, 선생님의 외과수의사로서의 가치관이 내 마음을 울렸다.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엽경아 선생님이 만들어가는 외과수의사가 너무 멋있었고, 닮고 싶었다.
선생님 토크쇼 강연 기사도 썼지만, 선생님께서는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실 지가 궁금해져 프로젝트로 후속기사도 이어 가고 싶었다. 토크쇼가 끝나자 그 자리에서 선생님께 말씀드려 우리의 프로젝트 기사가 시작되었다.
직접 현장에서 만나뵌 선생님께서는 삶이 온통 환자로 가득한 수의사였다. 여전히 배움을 즐거워하셨고, 인턴수의사를 성장시키는 것도 선생님 삶의 일부였다. 각 분야에서 월등하신 세 분이 경식도 초음파로 V-clamp 수술에 대한 디스커션을 나누는 장면은 아직도 생각난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옵션을 제시하고 그것을 수렴하여 보호자와 협의하여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것. 수의사도 보호자도 혼자가 아니다. 수의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보호자의 든든한 지원군이며, 수의사도 본인의 분야에 입각하여 다른 수의사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지원군이 될 수 있다.
아직 미미한 본과 1학년일 뿐이지만, 언젠가는 선생님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 배움을 즐길 줄 알고, 나눌 줄 알고, 누군가의 지원군이 되어 줄 수 있을 만큼 실력 있는 수의사가 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해졌다.
카메라를 든 학생기자단 3명이 아침부터 병원을 방문하여 온통 헤집고 다녔지만, 친절하게 대해주신 병원관계자분들께, 하나를 질문해도 열까지 대답해 주신 엽경아 수의사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강원정 기자]
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수술을 사랑하는 외과 수의사, 자라나는 새싹 수의대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엽경아 선생님을 처음 뵀던 건, 청주동물원 실습을 인연으로 참석했던 청주동물원 세미나였다. 이날 ‘흉강경 수술’에 대한 강연을 시작으로, 이후 한국동물원수족관회 총회에서 진행되었던’ MMVD 호랑이의 Vclamp’ 강연까지. 선생님의 강연에는 학술적 지식뿐만 아니라 외과 수의사로서의 직업에 대한 사랑, 마음가짐, 태도가 담겨 있었다.
평소 웨비나와 학회 강연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강연을 찾아듣던 중, 선생님께서 웨비나 강연을 하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고, 현재 데일리벳 지식나눔칸을 통해서도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베풀어주고 계신다.
선생님께서는 글 쓰고 말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하셨다. 또한 밴드 활동과 한국수의최소침습의학연구회(KVMIS)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신다. 선생님께서는 애정이 담긴 것들에 대해 그저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선한 방향성으로 열정 가득 실천하고 계셨다.
프로젝트를 제안한 윤서 덕분에 평소 존경하던 엽경아 선생님을 뵙고 이야기 나누며, 선생님의 하루를 직접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었다. 바쁘신 일정 중에도 조심스럽게 드렸던 수많은 질문들에 선생님께서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답해주셨다. 그리고 그 말씀들이 이 기사에 담겼다.
직업을 사랑하고, 직업에 대한 올바른 마음가짐과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선생님과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선생님처럼 선한 영향력을 주고, 베풀 수 있는 수의사가 되어 이 선순환에 함께 하고 싶어졌다.
경상국립대학교 동문인 미국 ‘AMPM Ideal Pet Care’ 이시경(Scott S. Lee) 원장이 대학발전기금 2천만원을 기부했다.
6일 경상국립대 가좌캠퍼스 대학본부에서 열린 발전기금 전달식에는 이시경 원장과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 김석 학장을 비롯한 수의대 교수진이 자리했다.
2008년 경상국립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이시경 원장은 2011년 동대학원 수의외과학 교실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임상경험과정(ECE)을 거쳐,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2023년에는 중성화 전문 클리닉(Spay & Neuter Clinic)을 개원하여 현재 8명의 수의사를 포함해 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2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1천만원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2천만원을 기부한 이 원장의 누적 기부액은 7천만원에 이른다.
이시경 원장은 모교의 수의학과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해 지속적인 기부와 함께 수의과대학 학생들의 해외연수(Externship)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교육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시경 원장은 “경상국립대학교 수의학과에서 배움과 교수님들의 지도가 해외에서 임상 활동을 이어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면서 “수의과대학 후배들이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역량을 키우고,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수의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부가 학생들이 더욱 다양한 임상 경험을 쌓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수의 인재로 성장하는 데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권진회 총장은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동문인 이시경 원장님께서 모교의 수의학과와 후배들을 위해 보여주신 따듯한 나눔과 변함없는 애정에 깊이 감동했다”면서 “그 뜻이 학생들에게 온전히 전해져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 훌륭한 수의사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소중히 활용하겠다”고 화답했다.
전북특별자치도 동물위생시험소(소장 이성효)가 생물안전 3등급(Biosafety Level 3, BL3) 연구시설 신규 허가를 획득했다고 6일(화) 밝혔다.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등 생물학적 위험성이 높은 감염성 물질을 취급하는 특수 연구시설이다. 실험자 감염 사고나 병원체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설치·운영 기준을 충족하고 질병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신규 허가를 획득한 BL3 연구시설은 2024년 준공된 전북동물위생시험소 생물안전연구동 내에 위치하고 있다.
AI, 구제역, ASF 진단을 위한 BL3 실험실 3곳을 비롯해 샤워실, 멸균실, 입·출입 탈의실 등을 포함한 총 186㎡ 규모로 구축됐다.
이번 BL3 연구시설 허가 획득으로 전북특별자치도는 국가 재난형 가축전염병 발생 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성효 전북특별자치도 동물위생시험소장은 “이번 BL3 연구시설 허가는 고위험 가축전염병에 대한 진단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철저한 안전관리와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전염병 조기 검출과 축산농가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정견발표와 3대 현안에 대한 집중토론, 후보자별 주도권 토론, 마무리 발언으로 이어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수의사 유권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가장 높은 선택을 받은 3개 현안을 추렸다. ▲진료부 공개, 진료비 표준화 등 규제 관련 법안 대응 방안 ▲농장동물 자가진료 해결 방안 ▲진료자율성과 의료접근성을 균형 있게 보장하기 위한 반려동물 보험 확대 방안이 선발됐다.
이들을 활용한 현안별 집중토론은 동일한 질문에 4명의 후보자가 돌아가며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이 사전에 공유되진 않았지만, 수의사들 사이에 관심이 가장 높은 현안으로 공감대가 있었던 만큼 후보자별로 준비된 대답을 내놨다.
반면 주도권 토론은 보다 다채로운 장면을 이끌어냈다. 크게 임상과 비임상 분야로만 나누었을 뿐 각 후보자가 자유롭게 상대방을 지정해 하고 싶은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인체약 도매상 공급
펫보험 활성화와 진료부 공개
대동물 수의사 생존
공항만 출입국 소독 규제
공중방역수의사 지원 미달
수의대 신설 대응
최영민·우연철 후보는 베텍코리아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건을 중심으로 인체용의약품 도매상 공급 문제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최영민 후보는 “(규제 샌드박스로) 인체약품 사용 데이터를 모아 동물 진료에서의 인체약 정책과 프레임을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후보는 도매상을 통해 인체약을 받게 되면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오해라고 주장했다. 도매상에서 실제로 인체용의약품을 공급받게 되면 보험약가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수렴돼 현행보다 오히려 공급가격이 인상되고, 사용내역에 대한 기록관리 규제도 강화된다는 것이다. 실증특례가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된 성분의 인체용의약품은 공급받을 수 없는 형태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연철 후보는 “도매상에서 인체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수의계의 명확한 요구다. (대수) 정기총회를 거친 현안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물병원이 인체약을 도매상으로부터 공급받는다 해도 보험약가로 받는 것은 아니라고도 반박했다.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된 인체약을 공급하지 못하는 방식도 유효성분뿐만 아니라 제형과 용량 등 세부 특성까지 모두 동일한 지를 구분한다면서, 같은 성분이라도 제형 등이 다르면 인체약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후보는 진료부 공개 문제를 두고서도 시각차를 보였다.
최영민 후보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의 형태로 진료부를 전면 공개하게 되면 “소송이 엄청나게 들어올 것”이라면서, 오히려 보험사의 청구 심사에 필요한 질병·상해 구분에 필요한 정보, 진단명, 행위 코드 등에만 국한해 진료기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우연철 후보는 “현재 진료부에 기록하도록 한 항목 중 무엇을 (공개 대상으로) 발라낼까 생각하는 순간 되치기를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 후보가 말한 정도의 정보는 현재도 제공하고 있는 영수증이나 내역서, 진단서로 갈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병용 후보는 대동물 수의사의 생존 문제에 주목했다. 박 후보는 “브루셀라 일제 채혈이 사라지면서 대동물 공수의의 수입이 30%까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구제역, 럼피스킨 등 주요 전염병이 대부분 자가접종에 의존하는 전업농에서 발생했다면서 현행 축산물 이력제에 수의사 접종 이력제를 더해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는 전염병 발생을 줄요 방역예산을 절감하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구입하고, 대동물 수의사의 수입도 증대될 것이라 기대했다.
100억 기금 조성, 수의사회관 이전 공약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김준영 후보가 “기금 100억원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를 질문하자 박 후보는 “쓰고 사라지는 돈이 아니다. 대한수의사회의 독립성을 지키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회비 인상이 아닌 기부금, 사업, 투자운용 등을 통한 자립 구조 구축을 제시했다.
우연철 후보는 “여의도 이전 공약에 일부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수의사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위원들이 대부분 농촌 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며 “(거리의) 근접도를 가지고 얘기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병용 후보는 최영민 후보가 공약한 ‘소동물 수의사의 공항만 출입국 소독 면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소동물 수의사든 대동물 수의사든 여행이나 학회 참석 등으로 출국했을 때 질병 전파 위험이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전시행정을 두고 소동물 수의사에 대한 조치만 면제하겠다는 것은 갈라치기 식의 잘못된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단계적으로 소동물 수의사를 면제하고 대동물 수의사로도 확대해나가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박 후보는 대동물 수의사가 귀국 후 5일간 농장 방문을 금지당하는 것도 “굉장히 불합리하다”며 정부가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보상해주든지, 아니면 해외에서 농장 방문 등을 했을 때만 자율적으로 신고하고 방역 조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영 후보는 공중방역수의사 지원 미달 문제에 대해 “심각한 문제다. 복무기간을 36개월에서 24개월로 줄여야 한다”면서 공중보건의사와 연대하여 복무기간 단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수의대 신설에 대한 대응을 두고서는 “현행 10개 대학 구조가 바람직하다. 추가 신설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면서 “대학동물병원법을 제정해서 지방의 수의과대학을 시설 등 모든 측면에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제주대 동물병원에서는 수생동물이나 말에 대한 전문의 과정을 운영하는 식으로 수의사 인력 쏠림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때로는 침묵이 백 마디 말보다 감정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곤 한다. 나의 아침은 언제나 ‘눈’으로 시작된다. 문을 열면 아픈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찾아오는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말을 하지 못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언어로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축들의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인간의 언어를 쓰지 않기에 나는 비언어적 표현에 집중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동물들도 우리처럼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아픔, 외로움, 귀찮음, 스트레스 같은 감정들이 표정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병원이기에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 동물들을 가장 많이 마주한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더 세밀하게 지켜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보호자가 진료에 실마리가 될 단서들을 들려준다. 밤새 기침을 했다거나, 기력이 없다거나, 열이 난다는 등의 정보들이다.
초보 수의사 시절에는 보호자가 주는 정보를 100% 믿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임상 경험을 쌓다 보니, 이제는 그 말들을 가려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원을 찾는 많은 환축 중에는 아프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경력이 쌓일수록 동물의 세밀한 표정을 읽어내는 눈이 깊어지기에, 때로는 보호자가 만들어 내는 ‘정보의 소음’에서 잠시 귀를 닫고 그들의 표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느 날 병원으로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언어의 온도』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보낸 주소에는 “그동안 치료 잘 받았습니다”라는 짧은 인사가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마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의 제목과 내용을 가만히 훑어보는데 문득 얼굴이 화끈거렸다. ‘혹시 진료 중에 내뱉은 무심한 말실수로 보호자가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내가 던진 말이 상대에게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날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밀려들었다.
불교와 유학에서는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을 ‘칠정(七情)’이라 하여 기쁨, 노여움,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망으로 분류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이 감정을 주로 말과 글로 나타낸다. 글은 퇴고가 가능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렇기에 말은 글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야 한다. 말을 하기 전 3초 만이라도 머릿속으로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면 실수를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보호자와 환축의 표정이 무척이나 닮아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처음부터 비슷한 외모의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했을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감정을 공유하며 살다 보니 서로의 결이 닮아가는 것일 게다. 세월이 흐를수록 닮아가는 노부부의 얼굴처럼 말이다.
88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굴렁쇠 소년’이다.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지르던 소년의 정적. 그 1분간의 침묵을 보며 어떤 이는 눈물을 훔치고 어떤 이는 기도를 올렸다. 이를 기획한 이어령 교수는 운동장이라는 원고지 위에 ‘한 편의 시’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번잡함은 생각이 스며들 틈을 주지 않지만, 여백이 있는 시나 글은 읽는 이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비치는 거울이 된다. 침묵이 때로 말보다 강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수의사 역시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찰나의 표정과 행동에서 상대의 성격이 읽히곤 한다. 그가 살아온 세월의 궤적이 얼굴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사람의 됨됨이는 결국 아우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공자는 사람의 됨됨이를 9등급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가장 높은 ‘성인 군자’와 가장 낮은 ‘9등급’의 공통점이 둘 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인은 이미 완성되었기에 변할 필요가 없지만, 9등급은 타인의 좋은 조언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변하려는 의지가 없기에 머물러 있다. 8등급과 9등급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이 ‘변화하려는 의지’에 있다. 9등급의 삶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독서와 명상을 통해 죽을 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결국 말로 타인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언어를 퇴고하고, 동물의 침묵 속 언어를 더 세밀하게 읽어내며, 내 얼굴에 새겨질 삶의 흔적을 정성껏 닦아나가는 일뿐이다.
공간 단위는 250개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질병 표준화 발생비 (SIR)와 Q열 핫스팟을 대상으로 염소 및 소 개체수와의 연관성을 다양한 공간 통계 기법으로 분석하였다. 공간 오차 모형 (SEM)과 Leroux 조건부 자기회귀 (CAR) 모형을 활용한 분석 결과, 인간 Q열 SIR 및 핫스팟은 염소 개체수와 유의한 양의 공간 상관관계를 보였다 (예: 2016년 계수 46.52, p < 0.01; 2021년 계수 70.97, p < 0.01). 반면, 소 개체수와는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지도교수인 유대성 교수는 “본 연구 결과가 Q열 발생 억제를 위해 염소 농가의 예방적 관리와 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고위험 지역에 대한 공간적 분석은 향후 원헬스 기반의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방역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