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의사와 개식용 산업 – 명보영

등록 : 2013.07.15 16:13:58   수정 : 2014.04.30 15:53:11 데일리벳 관리자

명보영프로필

최근 초복을 맞이하여 보신음식과 관련된 기사들이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개식용과 관련된 보신탕도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보신탕 언급시 위생상의 문제점을 다루는 멘트가 포함되는 것은 예전과 달라진 부분입니다. 작년에 개식용과 관련된 위생문제를 언론에서 다루자, 보신음식 성격이 강한 개식용이 오히려 건강에 문제가 된다는 인식을 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보신탕 수요를 어느 정도 줄이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매년 여름철마다 개식용 문제와 관련된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개식용은 우리나라 전통음식이다” “식용 목적의 개와 반려견은 다르다” “소, 돼지, 닭 등 산업동물을 먹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으며, 위생상의 문제가 있으면 개도축을 합법화 하면 되지 않는냐?” 등 합법화 쪽으로 얘기가 흘러가기도 합니다. 언론이 보신탕의 위생문제를 다루는 목적도 합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개식용 반대 논리는 찬성하는 쪽의 생각을 바꾸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윤리, 철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를 이뤘는데, 이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채 논쟁으로만 이어졌습니다. 반려동물 문화 의식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개식용 반대와 관련하여, 전문적인 부분이 활용되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며 사람의 건강에 관여하는 수의사들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개식용과 관련하여 동물보호단체들의 움직임은 많지만, 수의사들의 참여는 많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의견들만 표출되었을 뿐, 아직 개식용과 관련된 수의사 단체의 입장표명은 없었습니다. 개중에는 개고기를 즐겨 드시는 분도 계시고, 개식용을 하지 않더라도 개식용 찬성을 하거나 수의사의 영역이 될 수 있다며 개식용 합법화를 얘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반대 의견을 내주시지만, “개인의 자유가 있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이다” “식용개는 따로 있다” “합법화하여 위생적으로 해야 한다” 등 일반인들과 같은 의견을 내는 수의사들도 많습니다.

동물보호를 떠나서, 그리고 소, 돼지 등 축종 분류를 떠나서, 개식용 금지는 반려동물 분야, 소동물 임상과 관련된 사항이 많습니다.

산업동물 위주의 정책 속에 개 또한 축산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 역시 축산법에 명시된 다른 동물들과 함께 자가진료가 가능한 상태며, 자가진료 철폐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축산법에서 개를 제외하는 방법이 개식용 금지와 관련하여 중요하지만, 육견협회의 반대가 있습니다. 수의권과 관련하여 축산단체의 힘이 강한 상황이고, 축산단체들은 이에 대해 이권과 관련된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찬성도 반대도 아닌 상태입니다.

수의사단체의 개식용 반대 입장은 전문가 집단으로서 큰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가진료 철폐를 위한 수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동물보호단체와 공통분모가 될 수 있으며 자가진료, 비수의사에 의한 수술 등 동물학대 항목에 적용할 수 있는 상황 역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동물보호와 관련하여 수의권과 관계된 공통분모들이 더 많습니다.

수의사 단체, 동물보호단체 모두 아직 역량이 약한 것이 사실이지만, 협력할 경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사안과 단체 간의 입장을 구분할 필요는 있습니다. 부가가치세와 관련해서도 일이 성사되진 않았지만, 힘을 모았던 적이 있고, 다른 이유로 함께한 적도 있습니다.

축산법에 개를 제외시키는 방안, 개도축을 금지하는 방안, 개고기를 유해식품으로 분류하는 방안 등 추진할 수 있는 항목들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물론 모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일단 국민 건강과 동물의 건강에 있어 전문가단체인 수의사단체에서 개식용 금지에 대한 입장이 마련되면, 여러 사안에 대해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개식용 금지는 자가진료 철폐와 관련된 사항이며, 반려동물 사육인의 인식수준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개먹는 나라에서 동물보호소, 개먹는 나라에서 동물병원, 진료비” 와 관련된 기사도 줄어들 것이며, 동물병원에 내원해서 “개농장에 팔아버려야겠다”는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수의사들의 사회적 책임과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인식·입지도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눈앞의 생계, 현실과 관련된 사항에 관심이 많은 요즘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수의권과 관련된 기반 마련에 관심을 가질 때 입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런 상황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명보영 수의사의 다음 칼럼 보기 : 「개식용 산업 찬성에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