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개식용 산업 찬성에 반대한다 – 명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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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식용 금지와 관련된 움직임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찬반논리에 갇혀있습니다. 오히려 개식용 합법화에 대한 움직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에 개식용과 관련된 자극적인 소재들이 자주 소개됐지만, 현재는 많이 무뎌진 경향이 있습니다. 개식용 금지와 관련된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때입니다.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실제로 개식용 금지에 적용하기 힘든 상태이며,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습니다. 동물보호와 관련하여 개식용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필수 요건입니다. 개식용과 관련된 대다수의 행위가 학대로 정의할 수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조사결과, 실제로 개식용을 하는 사람은 10% 내외였으며, 주로 여성보다 남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보다 키우지 않는 사람, 낮은 연령층보다 높은 연령층에서 그 수요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큰 문제는, 개식용을 하지 않더라도 개식용을 찬성하는 사람이 30%나 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개식용 금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개식용 금지는 논리로 풀 문제가 아니지만, 개식용 관련 업계에서 나오는 주장들이 더욱 이슈화되고, 개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쪽은 감성에 치우친 경향이 있어 아쉽습니다.

개식용 찬성 주장의 주된 논리에 대해 하나씩 대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개고기는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다?

개고기는 우리나라만의 전통음식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서구권나라에서도 개식용은 예전부터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먹거리가 풍부해지면서 대부분 국가에서 개식용이 사문화되거나 법으로 금지된 것입니다. 핫도그의 유래가 개고기라는 자료도 있습니다.

현재 개고기를 먹는 국가는 우리나라, 베트남, 중국, 스위스 일부 지역 정도입니다. 그 중 중국은 개식용 금지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2년 4~5월, 청년 2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고기는 앞으로 이어가야 할 전통음식인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7%가 “아니오” 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개식용에 찬성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즉, 개식용을 찬성하는 사람도, 개식용 문화는 결국 사라져야 할 문화라고 답한 것입니다.

서구권나라에서도 개식용이 있었지만 대부분 사라졌고, 청년층 대부분이 개고기를 전통음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걸 보면, 개고기가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2. 식용목적의 개와 애완견 혹은 반려견은 다르다?

세계 어디에도 식용목적의 개는 없습니다.

식용견은 개식용 업계, 육견협회에서 일본의 도사견과 여러 품종을 교배하여 만든 도사믹스견을 두고 하는 말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도사견과 관련된 인명 사고가 언론을 통해 여러 번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진도견, 잡종견 등 품종의 구분 없이 반려견, 유기견 등도 개식용 업계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3. 소, 돼지 등 산업동물을 먹는 것과 개고기를 먹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으며, 위생상 문제가 있다면 합법화 하면 되지 않느냐?

개고기는 먹거리로써 부적합하며, 합법화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소, 돼지 등 산업동물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사육, 도축, 도축과정, 유통까지 전 과정이 전문화·체계화 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하여 식용목적으로 사육되는 개는 질병관리가 비전문인에 의해 실시되고 있습니다. 사육견과 비슷한 집단관리 구조를 가진 유기동물보호소도 질병관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비전문인이 질병관리를 하는 식용목적 개의 질병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습니다. 지자체, 수의사,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운영한다 해도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자가진료가 허용되어 있기 때문에 관리자에 의해 고농도의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이 사용됩니다.

개고기를 합법화 하더라도 자가진료가 허용된 상태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축산물의 항생제 내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고기가 합법화 되더라도, 고농도의 항생제와 각종 약물을 섭식하는 상황밖에 될 수 없습니다.

개식용 의사가 있는 25% 사람에게 항생제 내성에 대한 사실을 알린 뒤, 재차 개식용 의사를 물었을 때, 개고기 섭식의사가 25%에서 15%로 감소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식용목적의 개들은 거의 대부분 잔반-음식물 쓰레기에 의해 사육됩니다. 설령 사료를 먹는다 하더라도 저가사료가 급여됩니다. 언론 보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각종 부산물, 음식물쓰레기 등으로 사육되고 있습니다.

잔반에는 각종 중금속 및 사람들의 타액이 들어있습니다. 이는 곧 경구전염병이라 불리는 A형 간염, 폴리오 등 각종 병원균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며, 이 외에도 다른 인수공통전염병균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농장에는 각종 해충이 상재하고 있어 전염원이 되기도 합니다. 다른 축산물 평가 기준에 적용했을 때, 중금속 함량이 아주 많이 초과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합법화가 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먹거리로써의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힘들며, 잔반위주의 사육을 포기하고 사료로 사육하더라도 먹거리로써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경구전염병 가능성을 언급한 후 개식용 의사를 물었더니, 개식용 의사가 있는 사람이 25%에서 17%로 감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축문제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식용목적의 개들은 전기를 이용해 기절시킨 후 방혈시키는 방법으로 도축되고 있습니다. 또한 목줄을 이용한 질식사, 도구로 머리를 타격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소, 돼지 등 산업동물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비인도적인 도축 방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개의 인도적인 안락사는 약물을 이용한 안락사만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약물을 이용하는 방법은 안락사 약물이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먹거리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결국 개를 인도적으로 안락사하고, 그것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뜻입니다. 또한, 호흡근을 마비시키는 약물을 사용한 것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위의 설문조사에서 “개 도축이 인도적이고 접합한 방법인가” 하는 질문에, 95%가 “비인도적”이라고 대답했습니다. 95%의 응답자 중 52%는 개식용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개는 활동성이 큰 동물이기 때문에 산업동물과 같은 도축방법을 적용할 수 없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실시된 적이 없습니다. 결국, 개의 도축방법에 대한 연구가 실시 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개식용을 합법화해 개도축을 실시한다면, 이는 국제적으로 큰 망신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도축과정(부위별 해체 작업 및 위생검사 등) 역시 전 세계적으로 산업동물에서만 연구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산업동물 기준에 맞추는 건 지금 상황과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개식용 문제는 논리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논리를 떠나 우리나라 국익에 반하는 산업이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며, 동물보호와 관련해서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단, 현재 개식용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생업도 고려해야 하기에, 서서히 생업을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루빨리 개식용과 관련된 적절한 방안을 모색하고, 대응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칼럼]개식용 산업 찬성에 반대한다 – 명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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