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돋보기①] 3km 예방적 살처분의 모순

‘농장 원발인데 3km 예방적 살처분은 과도’ 논란 거듭

등록 : 2021.01.14 15:16:05   수정 : 2021.01.14 17:36:16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고병원성 AI 발생이 지속되는 가운데 예방적 살처분(이하 예살) 범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야생조류에서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된 원발 발생이 많다면 반경 3km로 일괄 적용되는 예살 범위는 과도하게 넓다는 주장이다.

 

2014년 H5N8형 AI, 발생사례 절반이 예살 대상 농가

예전에는 과감한 방역 못 해서 문제였는데..

12일까지 이번 겨울 국내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H5N8형 고병원성 AI는 누적 54건이다. 살처분된 가금의 규모는 약 1700만수에 달할 전망이다.

이중 고병원성 AI 발생농장에서 살처분된 가금은 약 380만여수에 그친다. 나머지는 모두 예살로 인한 피해다. 예년보다 강력한 반경 3km 예살 원칙이 적용되면서다.

2014년 이후 H5N8형, H5N6형 고병원성 AI로 큰 피해가 거듭되면서 정부의 예살 정책은 점차 강화되어 왔다.

당초 AI 방역실시요령은 예살 범위를 발생농장 반경 500m를 기준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3km까지 확장하도록 했지만, 이를 2018년 개정해 반경 3km를 원칙으로 규정했다.

발생농장 주변으로 AI가 수평 전파되면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자료 : 2014-2016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역학조사분석보고서)

그 이유는 H5N8형 고병원성 AI가 국내 최초로 발생했던 2014년 1월부터 7월까지의 양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14-2016 고병원성 AI 역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7개월간 발생했던 고병원성 AI 212건 중 농가의 의심신고나 예찰 과정에서 발견된 사례는 35건(17%)에 그쳤다.

반면 예살 농가 중에 AI 양성으로 뒤늦게 드러난 곳은 104개소(49%)에 달했다. 이미 발생농장 주변 농장에까지 AI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상태가 된 후에야 발생 상황을 알아차렸던 셈이다.

신고·예찰된 발생농장이 먼저 고병원성 AI에 감염됐는지, 주변의 양성 예살농가가 먼저 감염됐는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방역당국이 몰랐을 뿐 AI에 감염되어 있던 예살 농장에게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지도 애매하다.

때문에 방역당국은 예살을 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예살이 늦을수록 이미 주변에 숨어 있던 감염농가를 매개로 바이러스가 확산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주된 문제의식도 ‘예살 등 방역조치를 빠르고 강력하게 하지 못한다’는데 있었다. 축산진흥과 수의방역의 분리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에서 농식품부에 방역정책국을 독립 신설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었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원발-예살 논리적 모순 지적

하지만 올 겨울 다시 찾아온 H5N8형 고병원성 AI의 발생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달라진 발생 양상에 비해 3km 예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의 초기 발표와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고병원성 AI 발생 양상은 수평전파보다 ‘원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야생조류로 인해 지역적으로 확산된 바이러스가 농장 안으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예전 H5N8형 고병원성 AI와 발생 양상도 다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전국 59개 시군에서 393건이 발생했지만, 당시에는 음성·영암·안성 등 주요 발생시군 10곳에 발생이 집중됐다(273건, 70%). 이들 지역의 한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되면, 며칠 새 주변 농장에서도 발생 사례가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올해 발생한 H5N8형 고병원성 AI 54건은 30개 시군에 흩어져 있다. 가장 많이 발생한 시군도 김포·여주·정읍·천안의 4건에 불과하다.

올해 원발 위주의 발생 양상이 기존의 수평전파에 초점을 맞춘 강력한 예살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홍 전 서울대 교수는 “정말 수평전파 사례가 없는지는 의문”이라면서도 “(가금농장 고병원성 AI 발생이) 야생조류로 인한 원발성이라고 한다면 반경 3km까지 적용하는 예살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수평전파로 이어지기 전에 원발 농장을 잡아낼 수 있다면, 굳이 예살 범위를 넓히지 않고 이동제한을 실시하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양계협회도 7일 “정부는 대한민국 닭 씨를 말릴 생각인가”라며 성명을 내고 예살 범위 축소를 촉구했다.

양계협회는 “이번 AI는 과거와 달리 불특정 지역에서 단독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며 “무차별적인 3km 살처분 정책을 500m로 변경해 양계산업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예살 정책에 대한 반감은 살처분 명령 거부로까지 이어졌다. 2017년 익산 참사랑농장에 이어 예살 거부 농장이 또 다시 등장한 것이다.

2부 ‘원 그리기 방역에서 농장별 대응 시나리오로’로 이어집니다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