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코드명 고양이 신약후보물질 MYK461, 마바캄텐 위험성 경고

사람 비대성 심근병증 신약 캄지오스로 관심..아직 근거 부족한데 정품 아닌 채로 개원가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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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376, GS-441524에 이어 코드명으로 불리는 고양이 신약후보물질이 또 성행하고 있다. 사람의 폐색성 비대성 심장근육병증(oHCM) 신약으로 최근 허가된 캄지오스의 주성분인 마바캄텐(mavacamten), 이른바 MYK-461이다.  

마바캄텐은 고양이의 주요 심장질환인 비대심장근육병증(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에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현재 일부 동물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의약품으로 허가 받지 못한 GS-441524를 중국 등에서 들여와 고양이전염성복막염(FIP) 치료에 활용하듯, 마바캄텐도 마찬가지 형태로 HCM 환묘에게 처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수의심장협회(회장 윤원경)는 10일 한국고양이수의사회와 함께 개최한 공동 심화강의에서 마바캄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아직 투약용량조차 확실치 않을 정도로 고양이에서의 연구가 매우 부족한데다, 일부 파악된 처방증례에서 초기엔 증상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다 오히려 심부전이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날 관련 문제를 지적한 한국수의심장협회 부회장 김성수 VIP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수의사들이 약품으로 허가되지 않은 물질을 신약처럼 앞서서 활용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

연구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보호자들의 간절함을 빌미로 합리화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나가는 처방이 아닌 실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HCM 기존 치료는 심부전 단계의 증상완화 위주

심근 억제하는 마바캄텐에 주목

GS-441524처럼 음성적 유통 반복

HCM은 고양이의 주요 심장질환 중 하나다. 반려묘에서 약 15%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근이 두꺼워지면서 좌심방이 커지고, 울혈성심부전으로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다.

문제는 아직 본질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HCM의 치료는 병증이 악화돼 이어지는 울혈성심부전이나 혈전 문제를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근비대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었다.

마바캄텐은 그래서 더 주목받았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社가 개발한 마바캄텐 성분 신약 ‘캄지오스’는 사람의 증상성(NYHA class II~III) oHCM 신약이다. 지난해 미국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올해 4월 식약처 허가를 받아 국내에도 출시됐다.

마바캄텐은 심근 마이오신과 액틴의 과도한 교차결합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심근이 점점 더 강하게 결합하며 비가역적으로 섬유화되면서 악화되는 HCM의 병태생리 자체가 타겟이다. 심근 수축을 억제하여 좌심실 유출로 폐색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고양이에서도 관련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미국 UC DAVIS 수의과대학 연구진이 2016년 실험적으로 좌심실 유출로 폐색(LVOTO)을 유발한 고양이에 마바캄텐을 투여해 폐색이 완화되는 결과를 보고했다.

올초에는 마바캄텐과 유사한 아피캄텐(aficamten)이 고양이 HCM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네이처사이언티픽리포트에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음성적인 처방이 시작됐다. 아직 고양이에서 허가받지 않은 마바캄텐이, 정품도 아닌 채로 개원가에 유통되고 있다. 중국산 GS-441524가 돌아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성수 원장은 “심부전 발생 이전에 HCM의 병태생리 기전에 관여해 진행을 늦추거나 본질적인 치료에 다가설 수 있는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람약 개발단계에서 고양이에서 실험을 거치긴 했지만, 실제 고양이 임상에서 쓸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고양이에서 사용하기에는 현재로선 관련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수의심장협회 김성수 부회장

마바캄텐 증례도 위험성 우려

초기엔 개선되는 하다..급격한 심부전 악화

사람 적응증도 아닌 심부전 단계서 활용도

이날 김성수 원장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마바캄텐 고양이 적용 증례를 소개했다. 그 양상은 심각했다. 이날 소개한 증례 7건 중 6건이 처방 수개월 이내에 사망했다.

특히 마바캄텐 투약 초기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가 이내 급격한 심부전으로 진행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마바캄텐 투약 개시 후 1~2개월 시점에는 심근 비후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임상증상이 개선됐다. 하지만 이내 울혈성심부전과 심장 비대를 나타냈고, 심부전약에도 반응하지 않는 채 사망했다.

마바캄텐을 사용했을 때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검사 수치상의 개선이 실질적인 임상적 개선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수 원장은 “(이번에 소개한 증례가) 극단적인 집계이긴 하지만 (마바캄텐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현재로선 수의 분야에서 마바캄텐의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매우 부족하다.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람에서도 캄지오스는 심부전 이전 단계의 경증~중등증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의 삶의질 개선에 초점을 맞춘 약이다. 좌심실 박출 감소, 수축기 기능장애로 인한 심부전 유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심근을 억제하는 효과가 지나치면 오히려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만큼 고양이에서도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훨씬 많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소개한 증례 중 일부는 심지어 캄지오스의 적응증도 아닌 심부전 단계에 이른 HCM 환묘에서 마바캄텐을 사용했다. 보호자가 강력히 원해서 동의 하에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피모벤단은 EPIC 연구까지 10넘게 걸렸는데..

코드명 신물질은 출시 전에 활황?

아예 모르는 것보다 막연한 믿음이 위험하다’

김성수 원장은 이날 면역억제제인 라파마이신(Rapamycin)도 함께 소개했다.

장기이식 환자에서 면역거부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인데, 저용량에서 고양이 HCM이나 개 승모판폐쇄부전(MMVD)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중간연구결과가 올해 미국수의내과학회에서 발표됐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라파마이신에서도 GS-441524, 마바캄텐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사람약이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동물에서 제대로 임상연구가 진행되기도 전에 보호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고, 허가 받지 않은 상황에서 정품도 아닌 해외 제조 불법약물이 개원가에 유통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성수 원장은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면서 수의사들이 비판적 검증없이 신물질을 환자치료에 오남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신물질 연구를 아예 모르는 것보다, 어설프게 알고 ‘지금 써도 괜찮다’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는 편이 더 위험하다는 얘기다.

‘보호자가 간절히 원한다’며 합리화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제는 심장병 환축 치료에서 보편화된 피모벤단도 EPIC 연구를 통해 확고한 근거를 확보하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됐는데, 초기 연구단계의 신약후보물질을 당장 활용하는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수 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수의학 발전 속도가 빠르고, 수의사와 보호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사라진 지금은 임상수의사들이 과거보다 더욱 정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보호자들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의심장협회는 2020년부터 고양이수의사회와 매년 고양이 심장질환에 대한 합동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심화강의에서는 고양이 심장약(24시성심동물메디컬센터 박형진)과 심혈관계 수술(충남대 김대현)을 함께 조명했다.

윤원경 회장은 “그간 각 학회와의 협력과 더불어 발전해 온 수의심장협회는 내년 6월 자체 학술심포지움도 계획하고 있다”면서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또 등장한 코드명 고양이 신약후보물질 MYK461, 마바캄텐 위험성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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