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치료비 손해, 분양가로 제한 주장에 法 ‘수의사가 할 소리냐’

수술 후유증 처치 미흡 수의사에 손해배상 판결..징계요구권 수의사법은 2년째 국회 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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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수술 후유증을 제대로 처치하지 않은 수의사에게 치료비와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2민사부는 피해 반려견의 보호자 A씨가 충남 아산의 동물병원 수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보호자의 손을 들어줬다. 피해 반려견의 추가 치료비 219만2천원과 위자료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중성화수술 후 봉합부위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입·퇴원을 반복해도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봉합 스테이플러를 삼켜 재수술로 이어졌다.

비윤리적 수의사에 대한 수의사회 차원의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수의사법 개정안도 나왔지만 2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중성화수술 후 봉합부위 문제..입퇴원 반복했지만 재발

스테이플러까지 삼켜 재수술

A씨가 6년여간 길러온 암컷 반려견 C는 2020년 7월 23일 B수의사의 동물병원에서 중성화수술(난소자궁절제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봉합부분이 벌어지고 피고름이 나오는 등의 증상으로 해당 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했다.

수술 후 2차례나 입원했지만, 2차퇴원한 후에도 다시 수술부위 절개 부분이 벌어져 피가 나왔다. 보호자 A씨는 B수의사에게 항의하는 한편, 다른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2차퇴원 당일인 8월 5일 곧장 천안의 H동물병원에 내원해 다시 검사한 결과, 반려견 C의 수술부위 피부가 열개되어 있던 것뿐만 아니라 대장에서 스테이플러 7개가 들어있는 것이 확인됐다.

H동물병원에서 수술 부위 염증과 괴사된 조직을 정리하는 재수술을 받고 입원·통원 치료를 반복한 끝에 완치됐다.

보호자 A씨는 8월 7일 국민신문고에 해당 반려견 진료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관할 아산시청이 10일 병원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7월 23일 이후 반려견 C에 대한 진료기록이 작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임을 확인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재를 비치한 문제도 적발돼 동물병원에 10일 영업정지처분을 내렸다.

보호자 A씨는 B수의사에게 치료비 및 위자료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수술 부위를 제대로 봉합하지 않았고 회복과정에서도 상태를 주시하지 않고 방치해, 반려견 C가 수술부위를 핥아 염증이 생기도록 하거나 스테이플러를 삼키게 했다는 것이다.

대전지법 재판부는 수술 후 처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2차퇴원 직후에도 미봉합·피부 괴사·감염이 발견된 것으로 비추어볼 때, B수의사가 수술부위의 예후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치료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려견 C가 겪은 미봉합, 피부 괴사, 감염 등은 통상적으로 감내해야 할 수술 경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술을 직접 시행한 수의사로서 회복을 위해 알맞은 치료, 봉합, 감염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했다”면서 “수술부위의 개방, 피부 괴사, 감염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반려견의 피해를 분양단가로 제한해야?

法 ‘수의사 주장이라는 걸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B수의사 측은 재판과정에서 H동물병원에서 진행된 추가 치료 비용이 과다하고, 반려견 C의 품종(폼피츠)의 시중 분양가인 15~40만원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려견이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사물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6년여 동안 함께 생활하며 육체적·정신적 교감을 해 온 반려견을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입해 대체할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이나 사고방식을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동물의 상처나 질병을 보듬는 치료행위를 업으로 하는 수의사가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선뜻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6년 넘게 기른 반려견과 보호자의 유대감이 강하고, 입퇴원을 반복하며 재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받은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B수의사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의사면허 징계도 아직 절차 진행 중

품위손상 처벌 수의사법 개정안은 2년째 ‘쿨쿨’

문제가 된 B수의사의 면허에 대한 징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농식품부가 아산시 점검결과를 토대로 면허정지 처분에 나섰지만, B수의사가 불복하면서 관련 절차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사회 차원의 조치도 기대하기 어렵다. 어차피 징계한다고 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보니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윤리강령을 준수하지 않아도, 동물병원은 할 수 있다.

이 같은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안까지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2020년 10월 수의사에게 품위유지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수의사 면허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비윤리적 행위를 법에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만큼 ‘품위유지’라는 폭넓은 표현을 쓰되, 그 위반 여부를 전문직 단체가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의사,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등 대다수의 전문직 관련 법률에서 채택하고 있는 형태다.

윤준병 의원안은 품위손상행위의 경우 대한수의사회가 자체 윤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농식품부장관에게 면허정지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징계요구권)도 함께 담았다.

하지만 개정안은 2년째 국회에서 별다른 심의를 받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발의된 동물진료비 사전 게시·공시제 등 규제 법안이 이미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히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수의사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도구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보수적인 검토의견을 내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 연말에 발표할 동물의료발전 중장기 발전방안과 관련해 수의사 윤리 관리 문제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려견 치료비 손해, 분양가로 제한 주장에 法 ‘수의사가 할 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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