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방역시설 전국 의무화 `사전협의 없었다 VS 협의 대상 아냐`

축단협,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철회 촉구..’사육제한 처분은 생존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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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방역시설이 미비한 축산농장에 대해 정부가 사육제한·폐쇄라는 초강력 처벌을 내릴 방침이다. 축산단체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여기에 8대방역시설 전국 확대까지 함께 추진되면서 양돈농가의 반발이 특히 심하다. 가축을 길러 축산물을 생산할 때까지 수개월에서 1년 넘게 소요되는 축산업 특성상 사육제한도 사실상 폐쇄조치나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이하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12일 입법예고했다.

축산단체협의회는 19일 세종 농식품부청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전면철회와 김현수 농식품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19일 방역정책을 브리핑하는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보(왼쪽).
같은 날 농식품부 청사 앞에서는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철회를 촉구하는 축단협 기자회견이 열렸다.

소독설비·실시 미흡엔 투스트라이크아웃

8대방역시설 전국 의무화에 강력 드라이브

현행 가전법은 핵심적인 방역조치를 따르지 않은 축산농가에 6개월 이내의 사육제한이나 폐쇄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가전법 제19조).

가축전염병 의심신고 지연, 이동제한 명령 위반, 역학조사 회피, 백신접종명령 3회 이상 위반, 소독설비 및 실시 미흡 등이다.

12일 입법예고된 가전법 시행령 개정안은 폐쇄·사육제한 기준을 구체화했다. 그동안은 구체적인 폐쇄·사육제한 명령의 기준이나 절차가 불명확했다 보니 실질적으로 처분을 내리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시행령 개정안 규제영향분석서에서 ‘고병원성AI, ASF 발생농가 조사 결과 신고지연, 소독설비·방역시설 미비 등 방역기준 위반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위와 같은 방역수칙 위반이 적발되면 3개월의 사육제한을 명하고, 3회 이상 반복될 경우 폐쇄하도록 했다.

다만 소독설비·실시 관련 위반에는 1차 경고, 2차 사육제한 3개월, 3차 사육제한 6개월 처분으로 규정했다.

축산농장이 가장 반발하는 부분도 소독설비·실시 위반만으로 사육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점이다.

정부가 같은 날 8대방역시설 중 전실, 방조망, 폐사체처리시설, 입·출하대, 방역실, 물품반입시설 등의 설치를 전국 양돈농장에 모두 의무화하는 가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함께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모두 확정되면, 8대방역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양돈농장은 사실상 돼지사육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축단협 ‘축산단체와 사전 협의 없었다’

사육제한은 사실상 사형선고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이번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축산농가 죽이기’로 규정하고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이승호 축단협회장은 19일 세종 농식품부청사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에 반대의견을 분명히 전달했다”면서 “농가의 의견을 무시한 입법예고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입법 강행”이라고 규탄했다.

농식품부는 개정안 규제영양분석서에 대한양계협회, 대한한돈협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명시했다. 반면 이날 축산단체들은 ‘가전법 개정에 일체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정부가 양아치이냐’는 거친 반발을 쏟아냈다.

가전법 시행령 개정안 규제영향분석서 중 발췌

사육제한이 사실상 폐쇄나 다름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개정안은 사육제한 명령을 받은 경우 1개월 이내에 가축을 반출·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육제한 기간이 끝나더라도 다시 제로에서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송아지나 새끼돼지를 키워 우유나 고기를 생산하려면 1년6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생업이 막히는 셈이다.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1~2년 키워야 하는 가축을 한 달만 기르지 말라며 모두 처분하면, 실질적으로는 사육을 금지하는 꼴”이라며 “1천만원이 넘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육을 금지할만큼 농가가 큰 죄를 지었느냐”고 반문했다.

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중점방역관리지구 외에도 전국 모든 농장에 8대방역시설을 강제하려는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서도 ‘초법적 규제’, ‘농정독재’라며 반발했다.

축단협은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전면 철회를 촉구하면서, 향후 전국 축산농가 집회 등 모든 수단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인중 차관보는 8대방역시설 의무화가 협상·협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政 “8대방역시설은 협상·협의 대상 아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같은 시각 고병원성 AI 및 ASF 방역대책추진 현황을 브리핑하면서 개정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보는 8대방역시설 전국 의무화와 관련해 “양돈농가에게 비용이 수반되는 일이지만, ASF 위험도가 높아지고 남하하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방역시설은 꼭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ASF가 언제 어느 지역에 나타날 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 발생지역이 아니더라도 8대방역시설을 선제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축산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협의를 지속해오고 있다. 농가에게 부담되는 부분이라 쉽사리 동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여 진다”면서도 “8대방역시설은 협상·협의의 대상이라기보다 ASF로부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해야 한다”고 답했다.

축산단체 반발과는 상관없이 8대방역시설 의무화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폐쇄·사육제한 기준을 신설하는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도 “(가축사육제한과 폐쇄가) 이미 가전법에 규정한 부분인 만큼 절차·기준을 정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8대방역시설 전국 의무화 `사전협의 없었다 VS 협의 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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