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적 살처분 거부 사태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으로 이어져

‘비감염 살처분’으로 예살 구분..유예조건, 살처분 명령 철회 규정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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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AI 등으로 인한 예방적 살처분을 유예·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나왔다.

2017년과 2020년 겨울 되풀이된 예방적 살처분 거부 사태가 법 개정안에 반영된 셈이다.

국회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공동대표 박홍근·한정애·이헌승, 책임연구위원 한준호)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홍근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참사랑농장·산안농장 예살 거부 사태가 법 개정안으로

익산 소재 동물복지인증 산란계농장 참사랑농장은 2017년초 인근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잇따르며 예방적 살처분(이하 예살) 대상에 포함됐다.

예살 명령을 거부한 참사랑농장은 당시 AI가 종식될 때까지 살처분을 집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익산시가 내린 예살 명령은 취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았다.

참사랑농장 측이 예살 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간 3년여의 법정다툼 끝에 패소했다. 예살 명령이 정당했다고 본 것이다.

2020년말에는 화성에서 산란계를 키우던 산안농장이 예살 명령을 거부했다. 한 달여 간 거부하다 끝내 살처분이 집행됐지만, 방역수준이 높고 AI가 감염되지 않은 농장을 일괄적으로 살처분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동물복지국회포럼은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대량 살처분이 가능한 이유를 현행법에서 찾았다.

가축이 전염병에 감염된 경우는 물론, 감염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유예 가능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처분권자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염되지 않은 가축에 대한 살처분 필요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멸한 경우에도 형평성 문제로 인해 살처분 명령을 감행하는 것을 ‘불필요한 살처분’으로 규정했다.

산안농장이 거부했던 예살 명령은 한 달 넘게 지나 결국 집행됐다.
지난 2월 19일 진행된 산안농장 살처분 현장.
(사진 : 동물권행동 카라)

예살을 ‘비감염 살처분’으로 따로 규정..유예 요건·철회 조항 신설

방역당국은 형평성 중시..개별 유예보다 범위 조정에 무게

동물복지국회포럼이 마련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법 목적에 ‘가축의 건강 유지’를 포함시켰다.

예살을 ‘비감염 살처분’으로 따로 규정하고, 비감염 살처분의 유예 요건과 살처분 명령 철회조항을 신설했다.

가축의 병성감정이 필요하거나, 정밀검사 결과 지속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거나, 지방가축방역심의회가 유예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다.

살처분 명령이 이행되기 전에 예살 명령의 근거가 되는 ‘가축전염병이 퍼질 우려’가 소멸됐다면, 해당 명령을 철회하도록 규정했다. 참사랑농장의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을 조항을 만드는 셈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예살은 인근 발생농장에서 전염병이 확진되면 곧장 실시된다. 농장이 예살 명령을 거부하지 않는 한 병성감정을 따로 실시하거나 정밀검사에서 지속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는 경우가 생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방가축방역심의회가 살처분 유예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도 사실상 예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살을 실시하지 않아도 발생농장 주변에 위치한 농장은 이동제한과 정밀검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살처분에 대한 방역당국의 의지도 확고하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현안보고에서 산안농장 예살 거부 논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시 김 장관은 “오래 버티면 예살을 면제해준다는 예외를 인정해버리면 AI 방역을 추진하기 굉장히 어렵다. 분명히 살처분을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예살 범위 조정에는 무게를 두고 있다. 올 겨울에는 고병원성 AI 예살 범위를 기존 3km에서 500m로 축소했고,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랑을)은 “이번 개정안에는 법의 목적에 ‘가축의 건강 유지’를 명시했다”며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생명을 죽이는 법이 아니라 살리는 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동물복지국회포럼과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불교환경연대, 산안마을, 신대승네트워크, 예방적살처분반대시민모임,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이 함께 마련했다.

포럼은 오는 15일 이들과 함께 <AI 대응방안 개선을 위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토론회>를 산림비전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공동개최할 예정이다.

예방적 살처분 거부 사태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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