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우수농가에 `예방적 살처분 제외` 인센티브 부여 검토한다

AI 대규모 피해 주범 지목된 예살 범위, 질병관리등급제와 연계해 출구 찾나..백신엔 시각차 여전

등록 : 2021.04.20 00:01:09   수정 : 2021.04.20 16:04:08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지난 겨울 H5N8형 고병원성 AI로 약 3천만수의 가금이 살처분되면서 예방적 살처분(예살) 범위 축소, AI 백신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등급제 도입을 타진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방역 수준이 높은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에 ‘예살 대상 제외’ 혜택을 포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AI 백신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김승남·김영진·송옥주·위성곤·이원택·주철현 의원실과 동물복지국회포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19일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가축전염병 대응 개선 방향과 과제’ 국회토론회를 열고 고병원성 AI 방역 개선 대책을 논의했다.

방역선진형 농장도 옆농장 터지면 속수무책..`살처분 여부는 요행` 토로

20-21년 발생한 H5N8형 고병원성 AI는 지난 7일 장흥 육용오리 농장을 마지막으로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누적 발생건수는 109건으로 400건을 넘겼던 2016-2017년 고병원성 AI(H5N6형)보다는 줄었다. 하지만 살처분 피해규모는 3천만수로 크게 줄지 않았다. 방역당국이 발생농장 반경 3km 예살을 원칙으로 하면서다.

일괄적인 예살 명령에 반발도 커졌다. 지난해 12월말부터 2월 중순까지 예살 이행을 거부했던 화성 소재 친환경 산란계 농장 ‘산안마을’이 대표적이다. 산안마을은 경기도로부터 방역선진농장 인증까지 받았지만 예외없이 예살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패널토론에 나선 유재호 산안마을 주민대표는 “농가에 방역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하다”며 “경기도로부터 동물복지형 방역선진화사업자로 선정돼 자부담 포함 13억의 설비투자를 하고 방역의식도 높아졌지만, 발생농장 반경 3km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노력들이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큰 돈을 투자하면서 방역에 철저를 기해봤자 옆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 도매급으로 취급받는 현실에서 농장이 방역의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재호 대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살처분 여부는 주변 상황과 옆 농장에 따라 요행에 기대는 산업으로 변질됐다”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리 중심 방역에서 역학 중심 방역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원 그리기 형식의 방역대 설정에 과학적 근거가 미비한만큼 거리기준은 이동제한 범위 등에만 활용하고, 살처분은 KAHIS로 역학농가를 신속히 파악해 정밀검사 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왼쪽부터) 안두영 양계협회 채란위원장, 유재호 산안마을 주민대표,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

“10만수 농장, 살처분 보상금으로는 5만수도 복구 어려워”

안두영 대한양계협회 채란위원장은 살처분 피해농가가 맞닥뜨린 위기를 호소했다. 안 위원장은 “3km 반경이 과도하다 수차례 얘기했지만 무조건 잡아 놓고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 없다”며 “더 이상 양계를 계속할 수 있을까 자괴감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늘어난 예살 규모에 이어진 부작용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겨울 살처분된 산란계는 1600만여수에 달한다. 수급 문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살 범위를 유지하다가 실제로 계란 대란이 벌어지자 수입계란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수입계란에는 산란일자 표기의무화, 선별포장업 등 식품안전상의 이유로 국내 계란에게 주어지는 규제조차 적용되지 않아 역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병아리 시세도 폭등했다. 산란계를 다시 회복하려는 농가의 수요가 몰린 탓이다.

안두영 위원장은 “3,500원 내외였던 병아리 시세가 8~9천원까지 치솟았다. 보상금만으로는 살처분 이전의 닭 사육규모를 회복할 수 없다”며 “10만수 규모였던 살처분 피해 농장이 지금은 5만수를 복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바뀐 살처분 보상금 규정으로 인해 생긴 혼선도 문제로 지목됐다. 21주령 산란계를 기준으로 생산비와 잔존가치를 계산했던 종전과 달리 농가가 가축구입비나 사료비, 인건비 등 생산비를 일일이 증빙하여 보상금을 산정하도록 규정이 변경되면서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보상금으로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닭을 (농장에) 넣을 수 있게라도 해달라는 것”이라며 “보상금을 현실화하든 보조금을 지급하든 농장이 닭을 빨리 키워서 물가가 안정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특정 지역 만이라도, 산란계 만이라도’ AI 백신 시범도입 필요성 제기

AI 백신 도입 필요성도 여전히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부 지역, 일부 축종에서 만이라도 백신을 도입해 효과를 가늠해보자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장은 국내 방역정책이 미국이나 유럽을 꼭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축산물 수출국인 해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가금산업은 수출량이 미미한데다, 중국과 인접한 아시아 철새권역이라 매년 AI 피해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윤종웅 회장은 “지난 겨울에라도 특정 지역에서는 백신을 적용해보고 효과를 평가했어야 한다”며 “돌아오는 겨울을 위해서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축종별로 다양한 방역정책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가령 오래 키우는 산란계나 종계 위주로 먼저 백신을 도입하고, 지역적으로도 발생이 드문 강원·영남권보다 피해규모가 큰 경기도 등에 먼저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란계 업계도 백신 시범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양계농장주는 “아무리 방역을 열심히 해도 서해안 벨트에 농장이 있다면 한계가 있다”며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을 때마다 백신 도입을 요청해도 (당국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현지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실장은 “산란계가 대량 사육이 많은 축종이라 살처분 피해도 크다”며 “오리에서 백신 효과가 제한적이라 (백신 도입을) 주저할 것이 아니라, 산란계 때문에라도 백신도입이 시급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재호 산안마을 주민대표도 “백신정책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보지는 않지만 이미 다른 질병들도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며 백신으로 살처분을 막을 수 있다면 현장에서 접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4월 부임한 신임 홍기성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

16-17 고병원성 AI서 3km 내 수평전파가 170건..예살 범위 근거 없지 않다

질병관리등급제 적극 도입..우수 농장에는 예살 면제 인센티브 부여 가능성도

정부측 패널로 참석한 홍기성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반경 3km로 강화된 예살 범위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16-17 겨울에 발생한 H5N6형 고병원성 AI가 400건이 넘게 발생하면서 3천8백만여수의 가금이 살처분되는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중 170건은 기존 발생농장의 반경 3km 안에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홍기성 과장은 “이들 170건 중 7일 이내에 추가 발생했던 사례가 155건으로 대부분이었고, 그로 인해 큰 피해가 초래됐다. 2017년 한국환경생태연구소의 야생조류 GPS 분석 결과에서도 평균 3km 정도의 활동 양상을 보였다”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예살 범위 관련) 고시를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살 범위 관련 지적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등급제와 연계하는 방안을 내비쳤다.

홍기성 과장은 “우수한 방역시설 갖추고 방역의식이 높은 농장에 인센티브를 적극 부여할 계획”이라면서 “그 인센티브에 예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선택권을 포함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역수준이 높은 농장은 살처분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방역참여의식을 유지하겠다는 방향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인 AI 방역개선대책과 별도로 질병관리등급제 도입안을 준비 중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다만 AI백신에 대해서는 기존의 신중론을 재확인했다. 홍기성 과장은 “백신 항원뱅크가 있지만 살처분으로 통제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굉장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