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개는 물 수 있다` 맹견·개물림, 품종 아닌 개체별 관리로 전환해야

개체별 위험평가 기반 소유자 책임 강화해야..관련 전문가 부족은 숙제

등록 : 2020.10.14 12:28:47   수정 : 2020.10.14 12:28:49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반려견에 의한 개물림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맹견 품종에만 집중되고 있는 관련 대책을 ‘개체별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맹견으로 지정되지 않은 품종의 개도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반려견 안전관리 심포지움’을 열고 개체별 위험평가에 기반한 개물림사고 대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심포지움은 농식품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맹견 품종 지정하는 접근으로는 개물림사고 예방 못해

품종 상관없이 위험성 보이면 전문가 평가 기반으로 대응해야

위험한 개’ 판정되면 사고 예방 위한 추가관리 의무 부여

이날 발제에 나선 잘키움동물복지행동연구소 이혜원 수의사는 “독일, 영국 등 앞서 맹견법을 지정한 선진국은 그 한계를 인식하고, 맹견뿐만 아니라 위험성이 포착된 개에 대한 조기개입과 사고 예방을 위한 보호자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개물림사고에 로트와일러나 핏불테리어와 같은 맹견 지정 품종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실제로는 개물림사고 다수가 맹견으로 지정되지 않은 개들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혜원 수의사는 “유럽의 관련 통계를 보면 그 나라에서 많이 키우는 품종에서 개물림사고도 많다”면서 “유럽도 ‘모든 개가 물 수 있다’는 시각 하에 보호자가 얼마나 잘 키우고 제어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맹견 지정으로 개물림을 예방하려다 실패했던 사례를 우리나라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개물림사고 예방대책은 이 같은 접근법에 머물러있다. 맹견으로 지정된 품종의 경우 소유자가 관련 교육을 받고, 특정 시설 출입이 금지되거나 야외 활동 시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는 식이다.

반면 맹견으로 지정되지 않은 품종의 개는 목줄을 해야 한다는 정도에 그친다. 공격성이 높은 지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개물림사고를 일으켰거나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반려견을 대상으로 전문가가 위험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에서 ‘위험한 개’라고 판정될 경우 추가적인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의 예방대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영국수의사회도 품종과 개물림사고가 큰 연관이 없고, 위험종을 따로 지정하면 나머지 개는 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각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며 위험평가를 통한 개체별 관리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날 소개된 해외 사례에서는 개가 따로 자극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이나 동물에게 상해를 입혔거나, 실제로 상해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상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공격성을 보인 경우 위험평가가 요구됐다.

개물림사고가 법원으로 넘겨진 경우 판사가 전문가의 위험평가를 의뢰하기도 한다.

위험평가에서 ‘위험한 개’로 판정된 경우 별도 등록과 관련 수의학적 치료, 중성화수술이 요구된다. 짧게는 1미터의 목줄 길이 제한과 성인 보호자 동반 의무, 양도 자체를 금지하거나 양도·폐사할 경우 신고 의무, 보험가입 의무 등 다양한 예방조치가 추가된다.

다만 ‘위험한 개는 무조건 안락사해야 한다’는 식의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위험평가 결과는 사고예방을 위한 소유자 관리의무로 이어지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위험한 개로 판정됐음에도 관리 부실로 개물림사고를 반복하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으로 인해 공격성이 유지되는 경우 등 안락사가 권고되는 상황은 극히 일부라는 점도 강조됐다.

 

위험평가 도입하려면 전문가 풀 확대가 선행 조건

우리 개는 안 물어요’를 ‘모든 개는 물 수 있다’로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개체별 관리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위험평가를 도입할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위험평가를 실시할 일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은경 경기도 동물보호과장은 “개물림사고나 분쟁 시 반려견의 위험평가를 시행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잡혀 있지만, 일선 지자체에서는 (위험평가를 담당할) 전문인력 풀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유권 제한 등 평가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누가 평가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분쟁을 심화시키는 평가가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혜원 수의사는 위험평가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평가자 지정과 교육 등을 담당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안유영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장은 “단기간에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제도의 구체화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개체별 관리에는) 전문가 풀과 책임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 충분한 숙려기간을 두고 제도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개는 안 물어요’를 ‘모든 개는 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유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반려견을 키우는 분은 관련 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심포지움은 농식품부 유튜브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