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석모 바이오톡스텍 이사 “제약·바이오 업계 수의사 역할은”

등록 : 2022.03.11 12:06:42   수정 : 2022.03.14 09:17:08 강예린 기자 juliekang@hanmail.net

신약 개발과정은 보통 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후보물질을 탐색한 후 동물을 통한 비임상시험을 진행하여 후보물질을 의약품으로 제조할지 판단합니다. 최종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 안정성과 유효성 평가를 하여 적합하면 신약으로서 상용화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임상시험은 신약개발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데, 평균 10년 이상, 1조원 이상이 소요됩니다.

이런 임상·비임상 시험 업무를 대신해 주는 곳이 바로 CRO(임상시험수탁기관)입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CRO에게 임상시험의 설계, 컨설팅, 데이터 관리 등의 업무를 의뢰합니다.

바이오톡스텍은 국내 최다 GLP(33건)를 보유 중인 비임상 CRO이며 국내 민간 CRO 중 최초로 USFDA 실사 VAI를 획득했습니다. 연간 2000여 건 이상의 국내외 비임상 시험을 수행합니다.

바이오톡스텍에서 근무하고 계신 강석모 이사(수의사)님을 만나 CRO를 포함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의 수의사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강석모 수의사입니다. 2010년도에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환경위생학(공중보건학) 석사를 마쳤습니다. 이후에 카이스트에서 약물 전달체, 나노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7년도부터 바이오톡스텍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작년 초부터는 키프론바이오에서도 겸직·근무하고 있습니다.

Q. 바이오톡스텍과 키프론바이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바이오톡스텍은 OECD 및 FDA 실사 적격승인을 받은 국내 최대 규모의 비임상 민간 CRO입니다. IND(investigational new drug: 임상시험계획) 및 NDA(신약허가신청)를 위한 비임상 시험 전 항목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관입니다. GLP(good laboratory practice) 독성 시험을 메인 비즈니스로 수행하고 있죠.

키프론바이오는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전주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주력 서비스는 효능평가, 의약품의 디스커버리 단계에서 필요한 ADME 평가(absorption, distribution, metabolism, and excretion) 및 생체시료 분석이에요. 키프론바이오에서는 효능과 관련된 CRO 업무도 하지만 자체적인 동물의약품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Q. 바이오톡스텍에서 근무하는 수의사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바이오톡스텍에서 수의사들이 제일 많이 근무하는 분야는 병리 판독 분야입니다. 실험동물 조직을 병리 판독하는 것은 의약품의 독성 평가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수의병리학을 전공한 수의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요. 또, 일반 독성 분야에도 수의사들이 근무 중입니다. 여러 가지 조직·임상병리학적인 데이터와 일반 증상 데이터 등을 종합해서 의약품의 종합적인 독성을 평가하는 게 주 업무죠.

키프론바이오에서는 수의사들이 효능평가 파트에서 여러 가지 시험을 디자인하고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동물용의약품을 개발하는 부서에서도 수의사가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바이오톡스텍과 키프론바이오 두 곳에서 수의사가 총 몇 명 정도 근무하고 계신가요?

두 곳 다 합치면 수의사가 10명 넘게 근무하고 계십니다.

Q. 바이오톡스텍에서 근무하는 수의사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부서마다 수의사들이 하는 역할이 굉장히 다양해요.

CRO 쪽 업무는 연구 업무가 80%, 고객 대응 업무가 20% 정도를 차지해요. 직급이 올라갈수록 영업, 고객 대응이나 팀 관리에 대한 비율이 더 늘어나고 일반 연구원은 본인 연구 업무 쪽에 더 집중한다고 보면 됩니다.

Q. 제약 및 바이오 분야에서 일하는 수의사는 대략 몇 정도 있나요?

정확한 통계 자료가 존재하지 않지만 수백 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다른 전문 직종에서 비해서 상대적으로 수의사 인구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바이오, 제약 업계 다 통틀어서 수의사는 5~10% 미만이지 않을까 싶어요.

Q. 그렇다면 CRO 혹은 전반적인 바이오·제약 분야에 근무하시는 분들의 전공은 무엇인가요?

제약 업계에서 종사하는 전공자들의 비율은 약학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다음 생물학 전공자가 많고, 수의학을 비롯한 타 전공자 비율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바이오 회사의 경우는 일반 생물 전공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그 외에 약학이 20% 정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바이오업계에서의 수의사는 어떤 메리트(장점)가 있나요?

수의사는 바이러스, 감염병, 공중보건 쪽에 대한 바탕이 있으므로 바이오분야 전 범위에 접근하기가 비교적 쉬운 것 같아요. 특히 전문 용어가 제약으로 많이 작용하는데 수의사들은 이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으니까 연구할 때 확장성이 높아요. 저도 수의학을 전공했지만, 전혀 다른 나노공학 분야에서 나노 백신 연구를 했었어요. 이것의 연장선에서 봤을 때 CRO, 일반 제약회사, 바이오업계에서 수의사의 장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업계에서도 수의사의 장점이 있습니다.

바이오투자업계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기술을 가진 회사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중요해요. 투자할 회사의 기술을 이해 해야지 가치를 더 정확하게 평가하고 예측할 수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수의사들이 타 전공자들보다 해당 기술을 이해하는 데에 훨씬 더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end-user로서 인사이트나 임상적인 관점을 갖고 있고, 기초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Q. 학생 때 어떤 실습이나 경험을 해야 나중에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하고 싶은 업무에 따라 필요한 실습·경험이 다를 것 같습니다만, 제 결론은 어떤 경험이든 다 좋다는 겁니다. 영업직이든 연구직이든 바이오라는 것은 생각보다 종합적인 학문이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러 가지 통합적인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연구를 하는 사람도 영업이나 마케팅을 알면 연구를 하는데 플러스 요인이 되고 영업을 하는 사람도 연구에 대한 경험이 있으면 남들보다 훨씬 더 강점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대학교 연구실이나 제약회사에서 인턴을 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저는 학부 때 의약품의 개발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있는 임상시험센터에서 인턴을 해봤는데, 짧은 기간이더라도 관심을 갖고 한 경험이 나중에 도움 돼요.

Q. 성공적인 제약 및 바이오 분야의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 자질이 필요할까요?

전문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 협동심,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잘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Q. 비임상 수의사가 되고 싶다면 대학원을 꼭 가야 할까요?

어떤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가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연구 직종에서 근무하고 싶다면 석사 이상을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의사는 수의학에 대한 바탕을 갖추고 있지만, 바이오 분야는 워낙 고도화·분업화되어 있어서 대학원에서 추가적인 공부를 하는 것을 추천해요.

대학원을 진학하지 않은 분도 특정 분야를 책이나 논문을 독학하여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을 가면 새로운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나 해결의 툴(tool)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제약 및 바이오업계에서 연구 파트에 종사하는 수의사로서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협업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그런데 또 단점과 연결됩니다. 업무 범위가 고전적인 수의학의 범위에서 멀어져서 가끔 제가 “수의사가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웃음). 원래 임상 수의사를 생각했던 분이라면 진료에서 멀어진다는 게 단점일 수 있겠네요.

Q. CRO에서 근무하는 수의사의 워라밸은 어떤가요?

CRO에서 근무하는 수의사의 워라밸은 좋다고 생각해요. 저희 회사는 8:30에 출근해서 5:30에 퇴근해요. 물론 바쁠 때 야근을 하기도 합니다.

다만 업무량이 절대 적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저희는 일반적인 제약·바이오 회사들에 비해 타이트한 스케쥴에 따라 일을 하거든요. 고객의 프로젝트 일정에 맞춰서 진행하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모든 일에 기한이 정해져 있어요.

Q. 바이오톡스텍에서 최근 어떤 독성 및 유효성 시험을 시행했나요?

대표적으로 관심 가질만한 내용으로는,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의 상당수를 저희 회사에서 실험했어요.

또한, 새로 개발되는 형태의 세포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제에 관한 실험도 진행하고 있어요.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관련 실험도 저희 회사에서 비임상실험을 했고, 국내 최초로 식약처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았습니다.

Q. 2017년에 바이오톡스텍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비임상시험기준(GLP) 적격승인(VAI) 평가를 받았습니다. 얼마나 까다로운 과정이었나요?

매우 까다로운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GLP를 시험 항목별로 지정하는 시스템인데, 미국은 기관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요. 개별 시험에 대한 수행 능력만이 아니라, 기관 전체의 운영 시스템, 인력 운영, SOP(표준작업지침서), 데이터 관리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적 요소와 실험 시설 및 기기 등 하드웨어적인 세부 사항까지 모두 꼼꼼히 점검하고 확인합니다.

저희 기관 차원이 아니라 국가대표 GLP 실사의 의미도 있었기에, 식약처도 함께 협업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 (K.I.T.)를 제외하고는 저희가 유일하게 FDA 적격승인을 받은 기관입니다.

Q. 코로나로 인하여 CRO 산업이 많이 변했을 것 같아요. 어떤 방향으로 달라졌을까요?

굉장히 많이 변했어요. 국내 시장 상황만 보더라고 코로나 관련한 비임상 시험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 관련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죠. 그에 따라 백신산업 자체에 관한 관심도 굉장히 많이 늘어났어요. 미래의 감염병에 대응하는 형태의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관한 연구가 좀 더 활성화된 부분이 있습니다.

또, CRO 산업은 대면에서 비대면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됐어요. 고객 혹은 스폰서 미팅의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많이 전환되었죠.

Q. 국내 CRO 개수가 어떻게 되나요?

독성, 효능, 컨설팅, 임상, 인허가 지원 전문 CRO 등을 포함하면 수십 개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의약품의 임상·비임상 연구를 위한 GLP 독성 full package 시험이 가능한 CRO는 5개 이내라고 보면 돼요.

Q. 세계적으로 CRO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인데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일까요?

CRO가 성장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의약품 개발이 open innovation, out-sourcing 기반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허가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고, 기존 가이드라인 적용이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제제 개발이 증가함에 따라,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최종적인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훨씬 더 합리적입니다. 라이센스 인·아웃 시장 확대에 따른 제3자 검증 필요성의 증가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Q. CRO의 전망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바이오산업 자체가 차세대 먹거리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력을 갖춘 CRO만 살아남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북미 쪽은 big CRO 위주로 시장이 정리되고 있으면서 시험의 단가나 비용이 상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비슷한 흐름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국내 CRO 시장의 절반 이상은 해외 CRO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왜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CRO를 선호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이유는 해외 CRO들이 더 많은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 신약이나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들은 미국에서 먼저 개발되어 미국 쪽 CRO가 더 많은 경험을 갖추고 있어요. 고객의 입장에서는 경험이 더 많은 기관에 의뢰하는 게 리스크가 더 적기 때문에 해외 CRO를 선호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 회사가 적절한 시점에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라이센스 아웃(License Out)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잠재적인 라이센시(Licencee)가 선호하는 해외 CRO에서 자료를 만드는 게 나중에 라이센스 딜을 할 때 더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국내 CRO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일차적으로는 글로벌 수준의 가이드라인이나 규제의 흐름에 맞는 형태의 시험 수행 및 고객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개별 시험을 진행하는 스터디 디렉터(시험 책임자),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죠.

글로벌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와 전문성을 갖춘 인력도 필요합니다. 그러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글로벌 파트너와 일을 하는 데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Q.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수의대생, 수의사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 분야가 마음에 드신다면 꼭 오라고 하고 싶습니다(웃음). CRO 업계만이 아니라 제약·바이오 업계에 계신 수의사들이 굉장히 잘하고 있고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수의사만이 갖출 수 있는 고유의 전문성과 확장성 때문에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수의사들을 굉장히 선호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부분에서 대우나 페이에 대한 고민은 많이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또 기회가 아주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차세대 먹거리나 비전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 분야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삶의 폭이나 스펙트럼 자체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수의사분들이) 이쪽으로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변종과 이종이 자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의학 분야에서 저도 변종이죠. 자신의 본래 영역에서 한 발짝 벗어나고 세 발짝 벗어나야 본인의 역량을 더 키울 수 있고 새로운 관점이 생겨요.

또한, 타 분야의 백그라운드를 갖추면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시선으로 수의학을 바라볼 수 있게 돼요. 다른 분야를 수의학에 접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도 생기죠. 그렇기에 수의학 범위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수의학 분야를 떠나서 다른 분야로 가는 걸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저도 그랬어요.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자꾸 임상과 멀어지다 보니까 나중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단지, 바운더리 및 활동무대가 넓어질 뿐 수의학 전공자 고유의 역량과 가치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강예린 기자 juliek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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