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치료·불법진료 위협에 붕괴해가는 한우 진료..‘정기 번식진료’로 저변 다져야
이러다 ‘방역수의사’ 될 판..한우 송아지 값 비싼데 번식률 65%까지 감소..‘그래도 시장은 있다’
당진 우리동물병원 백영철 원장은 6월 4일(목)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국우병학회 제31차 학술대회에서 한우의 번식진료 확대를 제언했다.
한우 임상이 자가진료·불법진료의 공세로 붕괴되는 가운데 정부가 나눠주는 방역사업에만 매달리게 되지 않으려면, 번식 진료에 기반한 정기 왕진의 틀을 잡고 농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주치의’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진료로 다수의 농장을 상대하는 대신 정기진료로 소수의 농장을 면밀히 관리하는 ‘주치의’가 되어야 삶의 질이 개선되고, 농가 방역 수준 향상을 진정으로 이끌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유튜브·인공지능 활용해 자가치료 횡행
응급진료 위주, 방역사업 비중 커져..‘방역수의사’ 될 판
백영철 원장은 “한우 진료시장은 이미 많이 붕괴됐다”면서 한우 진료가 직면한 가시밭길을 지목했다.
세대교체로 축주의 교육 수준이 향상된 것과 함께 유튜브, 인공지능이 확산되며 자가진료를 조장하는 정보들이 넘쳐난다. 백 원장은 “자가처치가 증가하며 진료케이스 감소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다 보니 대동물병원의 개원에 방역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공수의 자리가 빈 지역을 찾아다니는 식이다.
백 원장은 “민간으로 방역업무가 점차 이양되는 것은 파이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대동물) 수의사의 정체성을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한다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대동물수의사가 아닌 ‘방역수의사’가 될 판이라는 것이다.
젖소에서는 농장을 매월 1~2회 정기 방문하는 번식진료가 자리잡았다. 목장에서는 번식관리가 우유 생산량과 매출에 직결되다 보니 수의사의 번식진료도 당연히 해야 할 투자로 여긴다.
반면 한우는 여전히 송아지 질환이나 난산, 출하 채혈 등 응급진료 위주로 돌아간다. 비정기적으로 수행하는 단편적인 진료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때문에 수의사 1명이 거래처로 삼아야 할 농가도 더 많이 필요하다. 백 원장은 “한 지역 내에 공존가능한 수의사의 숫자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1인 원장 혼자 넓은 지역의 농장들 다수를 다니며 고군분투해야 한다.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젊은 수의사를 가르칠 여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백 원장은 “예전과 같은 도제식으로는 배우려는 수의사나 가르치려는 수의사 모두 줄었다. 신규 수의사의 교육 기회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젖소에서 자리잡은 정기 번식진료, 한우로도 확대해야
한우 번식률 65%까지 지속 감소
수의사 주도적 데이터 기반 번식진료 ‘블루오션’
백영철 원장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면서 농가 생산성에 기여하는 수의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이 벌어진 후, 그것도 자가진료·불법진료로 할 만큼 해보다가 마지막에야 불러서는 답이 없다. 예방으로 무게를 옮겨야 한다. 개체관리는 우군관리로, 문제 진단을 넘어선 능동적 관리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그 출발점으로 ‘번식진료’를 지목했다. 젖소에서 정기진료로 자리잡은 형태를 한우로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한우에서도 기존에 임신감정이나 인공수정 등을 수행해왔지만, 젖소처럼 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가는 형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번식 관련 문제가 포착된 개체를 치료하는 걸 넘어서, 농장의 번식우를 전부 관리하며 전반적인 생산성적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산업적인 필요성도 있다. 이날 백 원장이 인용한 KOSIS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우의 번식률은 65%에 그쳤다.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백 원장은 “농가에서 통칭 ‘1년1산’을 이야기 하지만, 쉬운 일도 아니고 실제 분만 통계를 정밀히 분석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며 “수의사가 이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농가에게 큰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장에서 발생하는 번식·사양 관련 데이터와 소의 각종 징후들(cow signals)에 대한 데이터를 수의사가 주도적으로 수집하고, 여기에 수의사의 전문적인 통찰과 인공지능의 도움을 더해 농장의 번식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다.
최근 송아지 가격이 급등한만큼 농장의 높은 관심도 기대할 수 있다. 개선의 여지가 크면서 성과의 과실도 기대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것이다.

수의사 간 경쟁 아니다..‘자가처치·불법진료와 경쟁’
인공수정사 불법진료 문제 지적 거듭
소수의 농장을 주치의로 관리하면..방역은 채혈·백신비가 아닌 가치가 된다
이날 백 원장은 우리동물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우 번식진료 실무 전반을 상세히 소개했다.
한우 품종개량의 여파로 늦어지는 발정 재귀에 대한 대응이나 젖소 번식진료에서 중요한 자발적 공태기(VWP, voluntary waiting period)의 차용, 호르몬 동기화, 번식 초음파 심화 검사 등의 노하우도 공개했다.
백영철 원장은 “우리는 수의사와 경쟁하지 않는다. 자가처치, 불법진료와 경쟁하고 있다. 그만큼 자가처치·불법진료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호르몬제는 수의사 처방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수의사 진료 없이도 손쉽게 사용된다. 농가가 직접 호르몬제를 투여하며 발정동기화를 시도한다. 인공수정사의 불법진료 문제도 지적된다. 본연의 인공수정에 그치지 않고 초음파를 활용해 임신진단을 벌이는가 하면, 호르몬제까지 투약하며 실질적인 ‘번식진료’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이날 우병학회는 물론 축산 규모가 큰 지부수의사회 행사에서도 지적이 거듭됐다.
인공수정사의 번식진료는 불법진료다. 하지만 ‘불법이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행정당국은 별다른 단속을 벌이지 않고, 일선의 수의사 개인이 채증에 고발까지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
백영철 원장은 수의사가 농장의 번식관리를 실질적으로 담당해야 불법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지자체가 수의사의 번식진료를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농가 생산성 개선을 도우면서 불법진료를 억제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백영철 원장은 한우에도 번식진료가 자리 잡으면 수의사의 삶의 질, 가축전염병 방역 측면에서도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목했다.
응급진료에 기댈 때보다 적은 농장으로부터 안정적인 진료 매출을 올리게 되면, 하나하나의 고객농장이 가진 의미가 더 커진다. 이들이 브루셀라·결핵·구제역 등으로 갑자기 이탈하면 수의사도 큰 타격을 입는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수의사도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백신·채혈로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농장을 지켜야 한다’는 방역의 실질적 가치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영철 원장은 “그것이 바로 진정한 농장 주치의 제도의 정착일 것”이라면서 “(이러한 구조로) 응급진료 부담이 완화되면, 대동물 수의사의 삶의 질은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