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수의사의 역할은?’ 제3회 수의인문사회학컨퍼런스 개최

수의사 정체성, 임상실습 윤리, AI 속 수의사의 역할 다뤄...학생 윤리강령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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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수의인문사회학 컨퍼런스가 14일(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스코필드홀에서 열렸다.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와 한국수의인문사회학회가 개최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서울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의 천명선 교수, 주설아 연구원, 최유진 연구원의 발표와 학생 윤리강령 발표, 토론이 이어졌다.

서울대 천명선 교수

첫 번째 강의는 천명선 교수가 맡았다. 천 교수는 ‘수의사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어 ▲전문직 조직의 준거성 ▲공공봉사에 대한 신념 ▲자기통제에 대한 믿음 ▲소명의식 ▲자율성 등 전문직의 주요 특성을 소개했다.

천명선 교수는 “수의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가로 정의된다”며 “정체성은 개인 내부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 동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계속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펙트럼 오브 케어(Spectrum of Care)’ 개념을 통해 현실을 반영한 진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 교수는 “수의사는 항상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싶지만, 보호자의 경제적 상황과 돌봄 여건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하나의 정답만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자가 감당할 수 없는 치료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비윤리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명선 교수는 “수의사의 목표는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오래 문제 없이 살게 하거나, 문제가 있더라도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서울대 최유진 연구원

최유진 연구원은 수의과대학의 임상실습과 실습 과정에서 사용되는 동물, 그리고 학생에서 수의사로의 전환기에 관해 강의했다.

최유진 연구원은 임상실습의 의미를 단순한 술기 교육이 아닌 ‘정체성 형성 과정’으로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임상실습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라 동물, 보호자, 의료 환경, 윤리적 판단을 함께 경험하는 사회화 과정”이라며 “이 시기를 통해 수의사로서의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습에 사용되는 동물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언급했다.

최유진 연구원은 “실습에 사용되는 동물은 ‘환자’로 인식되지 못할 위험이 있으며, 보호자가 없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실습의 대안으로 보호소 동물을 활용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호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 역학적 문제, 집단생활 등으로 인해 충분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학생에서 수의사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졸업 직후에는 감독이 줄어드는 반면 책임은 급격히 커지면서 불안과 자기 의심, 죄책감을 동시에 겪게 된다”며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졸업생의 78%가 초기 진료 과정에서 경험 부족과 시간 압박 등으로 인해 실수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험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를 이해하고 성찰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유진 연구원은 “수의사가 되는 과정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여정”이라며 “현재 교육 환경의 한계에 대한 불안에 머무르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준비와 학습에 집중해 단단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주설아 연구원

주설아 박사는 ‘AI 첨단기술과 수의사의 전문직업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AI와 첨단기술이 수의학에 가져온 변화와 그에 따른 수의사의 역할 변화를 설명했다.

주 박사는 “상담(전화 응대), 진료 후 설명(AI 리포트), 영상 판독, 맞춤형 영양 컨설팅, 원격진료 등 다양한 영역에 AI가 도입되면서 수의사의 업무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보호자와의 관계나 동물에 대한 직접적인 관찰이 줄어들고, 동물이 데이터로 환원되는 ‘탈관계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AI는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여 전문직업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과도한 의존은 수의사의 임상적 직관과 판단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AI의 양면성을 언급했다.

주 박사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수의사의 핵심 역할은 ‘판단과 책임’에 있다고 강조했다.

주설아 박사는 “중요한 것은 AI의 결과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이해하고 책임 있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AI는 맥락을 쉽게 지워버리는 특성이 있어 보호자의 상황이나 동물의 삶을 고려한 스펙트럼 케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에 의존할수록 오히려 인간 전문가로서의 판단과 책임, 그리고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VIC(Veterinary Innovation Council)의 AI 가이드라인을 언급하며 “수의사는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근거 없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해야 하며, 진료에서 자신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 혁신과 책임을 조화시키면서 신중하게 AI를 활용할 때 수의학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대협의 학생 윤리강령 발표

세 개의 강연 이후에는 「수의과대학 학생 윤리강령」 발표가 있었다.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은 이날 윤리강령 소개, 낭독, 의의 설명은 물론, 설문조사 결과, 개발 과정 등 1년에 걸친 제정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전문] ‘수의과대학 학생 윤리강령’).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수의과대학 실습 방식’, ‘AI를 활용한 진료’, ‘최선의 진료와 보호자의 의사’ 3가지 주제의 사례를 놓고 토론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각 사례의 문제점을 논의한 뒤, 사례별로 역할을 부여받아 심층 토론을 이어갔다.

이후 각 조가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합의 사항을 도출하고 이를 발표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정지영 기자 jiyeong6866@gmail.com

‘AI 시대, 수의사의 역할은?’ 제3회 수의인문사회학컨퍼런스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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