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약 출납대장, 이렇게 쓰세요` 수의사회 가이드 제시

경기도 특사경 동물병원 단속에 인체약 출납대장 문제 다시 대두

등록 : 2021.11.11 09:10:57   수정 : 2021.11.11 09:53:21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동물병원에 과도한 행정부담을 주는 규제로 꼽히는 ‘인체용의약품 출납대장’을 두고 대한수의사회가 기준 세우기에 나섰다.

대한수의사회는 8일 전국 지부와 산하단체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인체용의약품 출납대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약품별로 동물병원에 사입된 수량을 유통단위(BOX)로 기재하고, 해당 수량을 모두 소진했을 때만 기록하는 형태다.

동물병원은 동물을 진료하기 위해 인체용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 동물을 진료한 수의사가 직접 사용하거나 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위해 약국으로부터 전문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데, 해당 거래 현황을 작성·보존해야 한다.

현행 ‘동물용의약품등 취급규칙’은 동물병원이 인체용 전문의약품을 구입해 사용할 경우 ‘인체용의약품 출납대장’을 비치하고, 출납현황을 기록해 1년간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5일의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반려동물의 진료에 대부분 인체용 의약품이 필요한 만큼, 해당 업무정지는 사실상 동물병원의 개점휴업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출납대장이 약품명과 성분별로 따로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동물병원별로 많으면 200종이 넘는 인체용의약품을 진료에 활용하는데, 200개가 넘는 출납대장을 각각 작성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환자를 진료할 때 여러 약품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행정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선 개원가 상당수는 인체용의약품 출납대장 작성·보존 의무를 알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취재 과정에서 해당 규제를 알게 되면 ‘현실성이 있느냐’는 반문이 돌아오기 일쑤다(본지 2021년 6월 22일자 ‘동물병원 인체약 취급관리 주의해야‥현실서 동떨어진 출납대장 규제’ 참고).

현재 동물병원에서 쓰이는 차트프로그램에도 약품 보유량을 입력하면 차트상 처방(사용)된 약품의 용량을 자동으로 계산해 재고량을 산출하는 기능이 있지만, 거의 쓰이지 않는다.

경기도의 한 동물병원장은 “갑자기 재고량을 입력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마약류가 아닌 약품을) 이렇게까지 규제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대수가 제시한 인체약 출납대장 작성 가이드라인

환자별·약품별 사용기록은 비현실적..통 단위 사입·소진 기록 가이드

최근 들어 일부 지자체의 특별사법경찰단이 동물병원·동물약국의 의약품 관리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인체약 출납대장 문제가 함께 대두되면서 대한수의사회가 기준 세우기에 나섰다.

대한수의사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현행 법적 서식에 따라 약품별로 출납대장을 작성하되, 환자별 사용이 아닌 동물병원의 약품 입·출고에 초점을 맞췄다.

가령 퓨로세미드 제제 500정이 담긴 약품 1통을 사입할 경우, 우선 사입 날짜에 통(box) 단위로 구매기록을 남긴다.

이후에도 환자별 사용기록을 남길 필요 없이, 통 단위로 소진될 때만 소진기록을 남기는 형태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수의사회 자체 입장이지만, 법에도 출납대장 서식만 있을 뿐 기록관리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법에 규정된 인체약 출납대장 작성·보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되, 현실적으로 환자에 쓸 때마다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수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규제당국과 합의된 내용은 아니지만, 애초에 출납대장 기록관리의무는 전문의약품이 불법적인 경로로 대량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만큼 환자마다 mg단위까지 사용량을 기록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동물병원은 진료에 필요한 약품을 원활히 공급받아야 한다. 이는 수의사의 권리이기 이전에 동물들이 진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정말 유출 위험이 큰 약품은 면밀히 관리하되, 치료용으로 쓰이는 약품은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