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인체약 취급관리 주의해야‥현실서 동떨어진 출납대장 규제

조제봉투에 분출, 라벨 제거 유의..동물병원에 가중되는 행정편의주의적 잡무에 분통

등록 : 2021.06.22 05:13:05   수정 : 2021.06.22 09:26:39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대한수의사회가 회원 동물병원의 인체용의약품 취급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대수는 “최근 정부가 국회 요청에 따라 약국에서 동물병원 개설자에게 판매한 인체용의약품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회원들의 주의를 요청했다.

보호자의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한 처방·판매요령과는 별개로, 동물병원에게 의무화된 인체용의약품 출납대장을 두고서는 행정편의주의식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의사회, 인체약 진료후 사용·조제 원칙..출납대장 작성관리 주의

동물병원은 동물을 진료한 후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동물용의약품은 물론 전문의약품을 포함한 인체용의약품도 포함된다.

수의사회가 제시한 유의사항에 따르면, 인체용의약품은 동물을 진료한 수의사가 직접 사용하거나 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호자가 집에서 경구·도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각 동물병원의 조제봉투에 담아 분출해야 한다.

특히 안약이나 안연고 등 오남용 소지가 높은 인체용의약품은 반드시 상품라벨을 제거하고 병원스티커 등을 부착해 처방해야 한다.

수의사가 아닌 자의 조제·판매 행위는 위법이다. 특히 인체용의약품 판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동물 진료 없는 단순판매행위나 의약품 택배 행위도 법 위반이다.

특히 심장사상충예방약의 경우 성충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실시한 후 투약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물없이 보호자만 내원한 경우를 ‘상담’이라고 본 법제처 유권해석이 나온 바 있어, 단순 상담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해서도 안 된다.

대수는 “동물병원이 인체용의약품 사용에 있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인체용의약품 출납대장을 작성하고 1년간 보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선 병원은 인체약 출납대장 알지도, 공감도 못해 ‘마약류도 아닌데..’

입고기록, 사용기록 따로 있으면 됐지..200종 약품별 출납대장은 뭐하러 하나”

현행 ‘동물용의약품등 취급규칙’ 동물병원이 약국에서 인체용 전문의약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 출납대장을 비치하고, 출납현황을 기록해 1년간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출납대장 작성이 비현실적인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병원 현장에서는 출납대장을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출납대장을 작성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런 규제가 있었느냐’는 반문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출납대장의 형식도 문제다. 현행 양식은 약품별로 구매량·사용량·재고량을 누적 기록하는 방식인데,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국내 반려동물 진료 수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사용하는 약물도 많아졌다. 이들 대부분이 인체약이다.

소형 동물병원에서는 50~100여종, 대형 동물병원에서는 200종 이상에 달하는 인체약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한 환자를 치료할 때 여러 약물을 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품별로 출납대장을 따로 관리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마약류면 모를까, 일반적인 약품의 수량을 맞추라는 것은 음식점에 배추 포기 재고를 보고하라는 꼴”이라며 “동물병원에는 지원 없이 매번 규제만 반복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동물병원장도 “세금을 정확히 내기 위해서라도 인체약 입고기록은 따로 보관한다. 환자마다 어떤 약을 얼마나 처방했는지도 차트에 적는다. 그런데 뭐하러 (출납대장을) 따로 만들라는 것인가”라며 “행정편의주의적인 규제”라고 못박았다.

이 원장은 “동물병원에게 강제되는 행정 잡무가 너무 많다”면서 “정말 동물병원의 인체약 사용기록이 필요하다면 당국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현재도 동물병원이 사용하는 전자차트 프로그램을 통해 인체약 출납대장을 출력할 수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인체약 모두를 입고될 때마다 수량을 차트에 기록하고, 진료 환자에게 약품별로 처방을 내리면 환자 체중·처방일수에 따라 약품별 사용량을 자동 산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것도 인체약이 입고될 때마다 전자차트에 일일이 수량을 입력하고, 조제과정의 손실분 등을 고려해 관리해야 하는 행정업무는 피할 수 없다.

차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적으로 어려운 기능은 아니다”라면서도 “국내 동물병원에 전자차트 프로그램이 도입될 초기부터 관련 기능이 지원됐지만 사실상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이 도입될 때 사람 병원에는 개별 차트와 NIMS의 연동프로그램 개발에까지 예산이 지원됐지만, 동물병원에는 없었다. 고스란히 병원과 차트업체의 부담으로 전가됐다”며 규제만 만들고 알아서 하라는 식의 행정에는 불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