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국감] 19개 약국이 전국 동물병원 5,603개소로 인체약 공급
서영석 의원 국감 지적..동물병원 인체약 공급량의 84%가 다른 시도로 유통
지난해 동물병원에 인체용의약품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된 약국이 전국 19개소로 파악됐다. 이들이 인체용의약품을 공급한 동물병원은 5,603개소에 달한다.
해당 유통량의 84%가 다른 시도의 동물병원으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도매상과 유사한 배송 방식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약사회장 출신의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경기 부천시갑)이 지난달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국정감사 자료다. 서영석 의원은 과거에도 비슷한 지적을 여러 차례 했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약국개설자가 수기로 작성한 관리대장을 취합한 결과 8개 시도에 위치한 약국 19개소가 2024년 동물병원 5,603개소에 인체용의약품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동물병원 3,413개소로 공급됐던 데 비하면 64%나 늘어난 수치다. 나머지 9개 시도는 ‘현황없음’으로 회신됐다.
같은 기간 동물병원으로 공급된 인체용의약품의 판매수량도 264만개에서 364만개로 증가했다.
서영석 의원은 이들 약국이 동물병원으로 판매한 인체용의약품 대부분이 다른 시도의 동물병원에 판매됐다고 지적했다. 동물병원이 합법적으로 약국을 직접 방문해 인체용의약품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송으로 의심된다는 점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 의원에 따르면 이들 약국 19개소로부터 인체용의약품을 공급받은 동물병원 5,603개소 중 4,799개소(85.7%)가 공급처 약국과 다른 시도에 소재한 병원이었다. 판매수량 기준으로도 84%가 다른 시도에 있는 약국과 동물병원 간의 거래였다.
타 시도 동물병원으로 인체용의약품을 가장 많이 공급한 상위 5개 약국은 서울에 2개소, 경기도에 3개소가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판매한 동물병원만 2024년 기준 4,074개소에 달한다.

현행 약사법은 동물병원이 도매상으로부터 인체용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대신 약국에서 공급받아야 하는데, 약국은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결국 동물병원이 약국에 직접 가서 동물 치료에 필요한 인체용의약품 일체를 구매하라는 식인데, 동물병원이 반려동물의 치료에 많게는 수백종의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규제다.
일반적인 전문의약품보다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마약류의약품은 도리어 도매상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서영석 의원은 “동물병원의 인체용의약품 사용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하지만 전체 판매량의 80%가 넘는 의약품이 다른 지역, 심지어 광역자치단체가 다른 곳에 위치한 동물병원에 판매되고 있다”면서 “현행법은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고, 약 배송은 오배송 및 변질 우려, 불법 조제약 유통 및 오남용 가능성 등이 있는 만큼 의약품의 판매뿐만 아니라 향후 동물병원의 처방 및 사용 과정에서도 그 결과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물병원이 직접 약국에서 사오기 보다 의약품도매상의 전문 유통체계를 거치는 편이 더 안전하다. 도매상에서도 관리약사가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는만큼 약국에 비해 우려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일선 약국들도 동물병원으로의 인체용의약품 공급을 외면하는 가운데 비현실적인 규제는 사문화됐다. 서영석 의원이 제시한 자료와 같이 ‘도매상처럼 운영되는’ 일부 약국이 동물병원으로 인체용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실제 현장에서 동물병원장이 약국을 방문해 인체용의약품을 사입해오는 방식으로 갑자기 바뀔 것이라 내다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변화는 반대 방향으로 모색되고 있다. 동물병원이 인체용의약품을 도매상으로부터 직접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가 지난 9월 최종 승인되기도 했다.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는 “동물병원 의약품 유통단계 축소로 구매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