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 넘어 행동으로 옮긴 농장동물진료권특위, 사무장 병원 대응 예고

약품 덜 쓴 안전한 축산물 만들기 위한 준법 운동..회원 참여 당부

등록 : 2021.05.21 05:04:44   수정 : 2021.05.20 10:06:2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영)가 13일 오송역 인근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향후 활동 계획을 협의했다.

특위는 일선 농장동물 수의사회원들이 진료권 쟁취에 협력할 수 있도록 불법진료근절 스티커 배포, 불법 진료행위 신고 독려, 후원금 모금 등의 캠페인을 펼칠 방침이다.

불법 처방 수의사 고발, 병성감정기관 불법진료 문제제기 ‘행동으로 옮겼다’

3월 출범한 특위는 불법 처방전 발급, 병성감정기관의 유사 진료행위 등 현장에 만연한 불법진료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

불법을 저지른 수의사를 실제로 고발하고, 업계에 불법진료를 유발하는 병성감정기관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등 선언에만 그치지 않았다.

특위는 지난달 전북지역에서 불법 처방전을 발행한 혐의가 포착된 동물병원장을 전북도청에 고발했다. 수의사회가 불법 처방 수의사를 직접 고발한 첫 사례다.

소 임상수의사임에도 전문성이 부족한 가금농장에 처방전을 발행하고, 심지어 닭이 없는 상황에서 직접 진료 없이 불법 처방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는 점도 지적됐다.

특위 관계자는 “전북도청도 현장의 불법 처방 문제에 공감하고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불법 처방을 하는) 동물용의약품도매상 결탁 수의사들도 눈치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병원 없이 불법진료행위를 벌이는 농장-사료·약품업계-민간병성감정기관의 결탁구조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농장은 동물병원이 아닌 거래업체에게 진료서비스를 요구하고, 동물병원을 열 수 없는 업계는 가검물을 병성감정기관에게 의뢰하는 방식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3자 결탁구조 안에서 가검물 채취, 정밀검사, 그에 따른 약품 선택까지 진행되는 환경에서 동물병원의 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특위는 일반적인 질병진단은 진료행위인만큼 동물병원을 통해 진행되어야 하며, 실제 가축전염병이 우려돼 실시하는 병성감정이라면 방역당국에 대한 의심신고 등 법적 절차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농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 기관이 직접 진료행위에 나서는 불법 정책 문제도 지적됐다.

충청도 모 시군의 농업기술센터가 직접 임신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동물위생시험소가 ‘컨설팅’ 명목으로 각종 생산성 질병에 대한 혈액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종영 위원장은 “불법진료를 벌이는 이런 사업들은 지역수의사회나 소임상수의사회, 돼지수의사회 등 축종별 수의사단체 차원에서 즉각 대응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회원과 단체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수의사 진료권을 지킬 수 없다”고 당부했다.

 

ABC가축약품과 이름·주소 같은 ABC동물병원

불법 단죄 없는 전담수의사 지원책 ‘도매상-사무장병원 짬짬이에 예산 주는 꼴’ 우려

최종영 위원장은 “수의사의 농가 대면진료를 정착하고, 약품은 최종단계에서 수의사 처방에 의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법 처방전 발행의 온상인 처방전 전문 수의사, 사무장 동물병원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특위가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가축약품(동물용의약품도매상)과 같은 이름, 같은 주소를 공유하는 동물병원이 다수 확인됐다. 특정 지역에서는 농장동물 동물병원의 절반 이상이 이 같은 유형이었다.

이름과 주소가 같다고 반드시 불법 처방행위를 벌인다고 보기 어렵지만, 가축약품이 먼저 자리잡고 필요(처방전 확보)에 의해 동물병원을 종속시키는 환경에서 진료권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수의사처방제가 요구하는 수의사의 독립적인 진료와 그에 따른 약품 사용 판단이 이뤄질 거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최종영 위원장은 “농장에게 물어봐도 처방전이란 것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수의사가 발급한 처방전을 농장이 일단 받은 후 약품판매업소에 전달해 처방대상약을 구매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처방전 전문 수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이 농장을 거치지 않고 약품판매업소로 곧장 전달되는 형태라는 것이다.

농장이 동물병원 수의사가 실제로 진료한 후 처방을 내리는 형태를 선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원책으로 거론되는 ‘전담수의사 제도’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란 시각을 내비쳤다.

동물용의약품도매상과 사무장 동물병원의 결탁 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먼저라는 것이다. 불법 처방이 만연한 상황에서 제도를 도입해봤자, 농장이 거래하는 도매상과 결탁한 수의사를 명목 상의 ‘전담수의사’로 지정하게 될 뿐이라는 전망이다. 농장 자부담금 안 받기 경쟁으로 변질된 유사 컨설팅 사업과도 궤를 같이 한다.

약품 사용 줄인 안전한 축산물 만들자 ‘밥그릇 싸움’ 치부 경계

나는 불법진료를 하지 않습니다’

특위는 진료권 쟁취 활동이 동물병원과 도매상-사무장동물병원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약을 많이 팔아야 돈을 버는 약품판매업소가 진료현장을 왜곡시키는 현 상황에서 약물 오남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수의사처방제 이후 오히려 증가한 동물용 항생제 사용량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위 관계자는 “(수의사의 진료에 의해) 약을 제대로 써야 한다. 그래야 약을 덜 쓸 수 있다”며 “진료권 쟁취 활동은 안전한 축산물, 소비자의 권익을 위한 준법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특위는 조만간 전국 농장동물 동물병원에 불법진료 근절 스티커를 배부하고 진료권 쟁취 활동의 동참을 촉구할 계획이다.

또다른 특위 관계자는 “전북에서 불법 처방전 수의사를 고발한 활동도 현장 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움직여 승리하는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회원들이 스스로 불법진료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주변에서 벌어지는 불법 진료행위를 고발하고 처벌하는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법률자문 등 수의사회 예산지원만으로 부족한 특위 활동비를 확보하기 위해 모금 캠페인도 전개한다.

최종영 위원장은 “대한수의사회 불법동물진료신고센터에서 농장동물 관련 불법진료 행위도 신고할 수 있다”며 회원들의 동참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