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키우기 어려우세요? 안락사 해드립니다”

반려동물 안락사 중개 업체 대표와 연계 동물병원 원장, 나란히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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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가 반려동물 안락사를 중개한 업체 대표와 동물병원 수의사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가 없음에도 인위적으로 반려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 동물보호법상 금지된 동물학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반려동물 안락사에 대한 별다른 가이드라인이 없다. 개별 수의사의 판단에만 맡겨진 상태다.

설령 안락사를 동물진료행위의 일환으로 본다 해도, 이를 알선한 장묘 홍보업체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자료 : 동물권행동 카라)

기르기 어려워져 안락사, 동물보호법 위반?

행동문제나 가정 환경 등으로 기르기 어려워진 동물을 파양하고 싶어하는 문의는 카라에도 접수된다. 개 짖는 소음으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이나 출산으로 인한 강아지 입양 등 이유도 다양하다.

카라는 “돌봄이 어려워 동물병원 수의사를 알선해주는 업체를 찾아, 결국 건강한 동물을 안락사하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정보를 접했다”며 반려동물장례를 홍보하는 모 업체에서 확인한 정황을 전했다.

홈페이지상 안락사 여부를 문의하는 질문에 모두 가능하다는 식으로 답변하면서, 카라가 문의한 데에도 ‘날짜와 시간을 정하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금지하고 있다(동물보호법 제8조).

카라는 해당 알선업체와 동물병원 수의사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13일 경찰에 고발했다.

카라는 “수의사는 동물의 진료 및 질병 예방업무를 담당하며 건강을 증진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사명을 다해야 한다”면서 “업체의 소개로 안락사를 실행한 수의사는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한 동물까지 안락사에 이르는 근본 원인으로 펫샵을 통한 과도한 유입과 책임감 있는 반려문화의 부족도 지목했다.

준비 없이 반려동물을 구입했다가 어려움이 발생하면 손쉽게 유기하거나 안락사까지 고려하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카라는 “이번 사건 고발과 함께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 의무화 등 법제 개선을 위해서도 계속 활동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설령 이들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 해도, 안락사는 장묘업체가 알선·중개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의 안락사는 수의사와 보호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히 판단할 문제이지, 요청하면 무조건 가능한 기계적 서비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료 : 동물권행동 카라)

수의학적 처치·동물보호센터 운영 외 안락사 규정 없어

현행 동물보호법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되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성’을 예외로 두어, 질병 문제가 심각한 말기 동물환자의 안락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동물보호센터에서 유실·유기동물이 상해로부터 회복될 수 없거나 다른 질병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기증·분양이 곤란한 경우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 인도적으로 처리(안락사)할 수 있도록 했다(제22조). 유기동물을 공고한지 10일이 지나면 안락사할 수 있는 것도 이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국내에 반려동물 안락사와 관련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개별 수의사의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반면 미국수의사회(AVMA)는 동물 안락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주기적으로 편찬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수의 윤리 측면에서 극복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동물을 안락사를 고려하는 주요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공중보건이나 야생동물 개체군 관리, 생명의학 연구 등의 측면에서의 활용 필요성도 포함된다.

AVMA의 공식입장(POLICY)이 건강한 동물의 안락사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AVMA는 원치 않는(unwanted) 동물이나 입양에 부적합한 동물의 경우 자격 있는 사람이 AVMA 가이드라인에 따른 인도적인 방법으로 안락사를 수행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때도 가이드라인은 ‘수의사가 조언자이자 동물 옹호자로서 동물의 상태를 설명하고 안락사를 대체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안락사 알선받은 동물병원은 수의사법 위반?

알선한 업체 처벌할 근거는 없어

수의사법상 알선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동물병원 수의사의 안락사를 진료행위로 본다면, 장묘 홍보업체의 알선행위는 곧 동물병원의 유인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수의사법은 불법 유인행위를 자행한 수의사의 면허정지 처분만 가능할 뿐 알선행위자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다.

반면 의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알선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카라 관계자는 “키우기 어려운 상황은 각각 다르지만 어떤 이는 끝까지 책임지고, 어떤 이는 너무 쉬운 방법(안락사)를 손쉽게 찾는다. 가장 큰 피해는 동물이 본다”면서 “(안락사) 알선을 처벌하는 조항이 수의사법에 없는 것도 법률상 미비점”이라고 지적했다.

“강아지 키우기 어려우세요? 안락사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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