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행동 변화, 원인부터 살펴야’ 노령묘와 반려견의 행동의학
KABA 김태협·박자실·설채현 원장, 신체적 질환과 인지기능, 불안에 따른 행동 문제 주목
한국반려동물행동의학협회(KABA, 회장 나응식)가 10월 18일(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6회 영남수의컨퍼런스에서 반려동물의 행동 문제에 대한 임상적 관리 방안을 조명했다.
이날 연자로 나선 김태협, 박자실, 설채현 원장은 노령묘의 행동 변화와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반려견의 불안과 공포 등 임상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주요 행동 문제를 다뤘다.
행동 변화를 단순한 노화나 훈육의 문제로만 해석하기보다 신체적 질환과 통증, 인지기능, 유전적 요인 및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령묘의 행동 변화, 단순한 노화 아니다
통증 문제 면밀히 살펴야..일상 환경 개선도
‘고양이의 노령성 질환이 유발하는 행동 문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캣앤캣고양이병원 김태협 원장은 노령묘의 행동 변화가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활동량 감소와 야간 울음, 공격성 증가, 배설 실수, 그루밍 감소 등의 변화에는 관절 질환과 구강 질환, 만성 신장질환, 고혈압, 시력 저하 등 다양한 신체적 문제가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통증은 노령묘의 행동 변화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요인이다. 관절이나 신체 부위에 통증이 있으면 고양이는 점프와 놀이를 줄이고, 보호자와의 신체 접촉을 피하거나 방어적인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평소 보호자와 잘 지내던 고양이가 갑자기 예민해지거나 다른 고양이와의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에도 신체적 불편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행동 변화와 건강을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는 ‘원 메디슨(One Medicine)’ 관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행동 문제가 나타났을 때 행동 교정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저 질환과 통증을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와 환경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 관리에서는 고양이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마련하고, 물과 사료, 화장실 등 필수 자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생활 동선을 조정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노령묘의 신체적 능력에 맞춰 화장실 입구를 낮추거나 이동에 필요한 단차를 줄이는 등 일상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놀이와 탐색 기회를 무조건 줄이기보다 고양이의 신체 상태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해 행동 풍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안과 수면 문제 등 행동학적 요인이 큰 경우에는 신체 질환 관리와 함께 행동의학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김태협 원장은 “노령묘의 행동 문제를 관리하는 목적이 모든 증상을 완전히 없애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현실적인 치료 목표를 설정하고 신체적 불편함과 스트레스를 줄여 동물과 보호자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령묘 인지기능장애, 다른 질환을 배제한 뒤 평가해야
보호자의 관찰을 구체적인 진단 정보로
UN동물의료센터 고양이병원 박자실 원장은 ‘진료실에서 바로 적용하는 노령묘 인지기능장애 실전 관리: DISHAA 평가부터 환경·영양·약물 프로토콜까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박자실 원장은 노령묘의 행동 변화를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하거나 보호자에게 반응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등의 변화는 인지기능 저하뿐 아니라 관절 통증이나 감각 저하, 내과적 질환 등으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노화에 따른 신경퇴행성 변화로 인해 인지 및 행동 기능이 저하되는 증후군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야간 울음과 수면 주기 변화, 방향 감각 저하, 배설 실수,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 등 보호자가 관찰할 수 있는 변화를 살펴보고, 이를 진료실의 문진과 평가로 연결하는 방법을 다뤘다.
특히 보호자의 관찰을 구체적인 진단 정보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호자가 평소와 달라진 행동을 인지하더라도 이를 정상적인 노화로 받아들이면 진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수의사는 행동 변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신체 상태와 함께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박자실 원장은 “진단 이후에도 약물 치료만큼이나 지속적인 관리와 기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동과 체중, 신체 상태의 변화를 기록하면 치료 반응을 확인하고 향후 관리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환경과 영양 관리 등을 통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줄이고, 환자의 상태와 삶의 질에 따라 적절한 치료 개입 시점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노령묘의 인지기능장애 관리는 질환의 진단에 그치지 않는다. 행동 변화를 조기에 알아차리고 다른 원인을 감별한 뒤, 환자의 상태에 맞는 관리 계획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지속적인 환자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지만, 불안한 개는 많다”
반려견의 문제 행동, 불안의 원인부터 살펴야
놀로 반려동물 행동 클리닉 설채현 원장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하지만 불안한 개는 많다’를 주제로 반려견의 불안과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원리 및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설 원장은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보호자의 양육 방식이나 훈련 부족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행동에는 유전적 기질과 생애 초기 경험, 사회화 과정, 신체적 질환과 통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불안과 공포의 차이에 주목했다. “공포는 눈앞의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위협이 사라지면 반응도 줄어들 수 있지만, 불안은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도 지속될 수 있다”면서 불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정 자극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해당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비슷한 환경에서 불안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애 초기의 사회화 경험도 주요하게 다뤘다. 설채현 원장은 어린 강아지가 다양한 소리와 시각적 자극, 사람과 환경을 긍정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이 이후의 불안과 공포를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전적 기질을 고려해야 한다. 같은 품종이라도 개체별 행동 특성과 불안 수준은 다를 수 있다.
신체적 질환과 통증 역시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평소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던 반려견이 갑자기 공격성을 보이거나 산책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환경 변화와 함께 의학적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또 행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눈앞의 행동만 억제하기보다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과 생활환경을 살피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려견이 과도하게 흥분한 상태에서는 학습과 훈련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우므로, 우선 자극을 조절하고 불안 수준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일상을 제공하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보장하는 환경 관리가 필요하다. 행동의학적 약물 치료도 이러한 접근의 일부로 소개됐다.
설채현 원장은 “약물은 단순히 동물을 진정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불안 반응의 역치를 높여 반려견이 일상생활에서 자극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며 약물 사용의 의의를 소개하면서도, “다만 약물 사용 여부와 방법은 개체의 상태를 평가한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laminay@naver.com